헌법재판소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외국인의 대한민국법에 따른 출생등록에 관하여 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는 위헌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일러스트=김지윤]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의 출생등록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외국인의 대한민국법에 따른 출생등록에 관하여 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는 위헌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국가가 헌법상 입법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베트남 국적 A씨는 2008년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받아 대한민국에 입국한 외국인으로, 2016년 베트남 국적 아내와 결혼했다. A씨 부부는 체류기간이 지나 현재는 미등록 상태다. 이들은 2019년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출생신고를 못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이 대한민국 ‘국민’의 출생등록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A씨와 자녀는 2022년 2월 모든 아동의 출생을 등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위한 입법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현행 교육기본법 등이 의무교육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7일 헌법소원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헌재는 국내 출생 외국인에 대해 출생등록 규정을 두지 않은 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출생 후 아동이 보호받을 수 있을 최대한 빠른 시점’에 아동의 출생과 관련된 기본적 정보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등록할 권리”라며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독자적 기본권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출생등록은 일반적 인격권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로 해당 아동이 내국인인지 외국인인지에 따라 그 보장 여부를 달리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아동은 자신이 태어나는 나라나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동이 태어난 즉시 출생 국가가 그 존재를 공식적으로 기록해 주는 것은 아동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국인등록제도 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외국인등록을 하려면 본국에 출생등록을 하고 국적을 확인받아야 하기 때문에 출생과 외국인등록 시까지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미등록 외국인의 자녀는 외국인등록도 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교육기본법이 의무교육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는 게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은 각하했다. 헌재는 심판청구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