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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병역기피자 해고 병역법은 헌법불합치…절차 보장 필요”

중앙일보

2026.08.27 01:40 2026.08.2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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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도가 시작된 2020년 10월 26일, 대전교도소 정문에 도착한 대체복무요원들이 배웅나온 가족, 지인들과 인사를 나눈 뒤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년 1월 양심적 병역거부부자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됐지만, 당사자들은 대체복무가 징벌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지속해서 헌재에 청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첫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도가 시작된 2020년 10월 26일, 대전교도소 정문에 도착한 대체복무요원들이 배웅나온 가족, 지인들과 인사를 나눈 뒤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년 1월 양심적 병역거부부자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됐지만, 당사자들은 대체복무가 징벌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지속해서 헌재에 청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병역기피자가 재직 중인 경우 고용주가 그를 해직하도록 한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인정됐지만 대체복무 거부로 해고

헌재는 27일 오후 2시 양심적 병역거부자 A씨가 청구한 병역법 72조 위헌 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5(헌법불합치)대 2(단순 위헌) 대 2(기각)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판단했다. 병역법 76조 1항은 “국가기관 또는 고용주는 병역의무 불이행자를 임용·채용할 수 없으며, 재직 중인 경우에는 해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2028년 2월 29일까지 국회에서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다.

청구인 A씨는 2015년 병역거부를 이유로 기소됐다가 2020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아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됐다. 이후 인천병무지청은 A씨에게 대체복무제를 안내했으나, A씨는 대체복무를 거부했다. 이에 A씨는 병역법 위반으로 재차 기소됐다. 1·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은 A씨는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병무지청장은 2심 재판 중이던 2023년 8월 A씨의 직장에 “병역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은 임직원으로 채용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회사는 이 공문을 이유로 A씨를 해고했다. 그러자 A씨는 채용제한을 규정한 병역법 76조가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직업선택 자유 침해…사익·공익 형평 갖추지 못해”

27일 종로구 헌재에서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소원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연합뉴스

27일 종로구 헌재에서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소원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연합뉴스


헌법재판관 5인(김상환·김형두·정형식·정계선·오영준 재판관)은 A씨의 손을 들어주며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조항에 대해 “병역의무자의 권익보호에 필요한 절차적 보장을 하지 않은 채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성이라는 공익만을 일방적인 우위에 놓은 것”이라며 “공익과 사익 간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재판관들은 병역기피자를 해직하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점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을 기피한 자에 대해서만 해직이 이뤄져야 한다”며 “해직 통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자료를 제출하고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해직 과정에서 아무런 절차적 보장을 하지 않은 건 위헌이라는 취지다.

김복형·마은혁 재판관은 여기서 나아가 이 조항이 단순 위헌이라고 봤다. 재판관들은 “병역법은 병역기피자들을 형사처벌하도록 함으로써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일체의 취업까지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했다. 이어 “예외 없는 해직은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마저 불가능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번 결정에는 재판관 2인의 기각의견이 있었다. 정정미·조한창 재판관은 “병역의무 부과를 통해 국가방위를 도모하는 것은 국가공동체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헌법적 가치”라며 “병역부담 평등의 원칙은 우리나라에서 강력하고 절대적 사회적 요구”라고 했다. 이어 “일률적 해직을 규정한 것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병역의무 이행확보와 형평성 제고를 위한 부득이한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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