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8회 국회(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하후상박' 기초연금 개편안을 마련했다. 저소득층에는 월 최대 5만원을 추가 지급하고, 기존 수급자를 포함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노인에 대해서는 수급액과 수급 범위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기존 수급자 중에서도 일부 탈락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27일 정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기초연금 개편안은 현행 ‘65세 이상 소득하위 70%’라는 목표 수급률 방식 대신 기준중위소득을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선정기준은 2027년 기준중위소득 90%에서 시작해 2028년 86.6%, 2029년 83.3%, 2030년 80%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이다. 현재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기준중위소득의 약 96.3% 수준인데 이를 첫 해부터 90%로 확 낮추는 것이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내년 새로 만 65세가 되는 1962년생은 새로운 선정기준을 바로 적용받을 전망이다. 현행 기준을 2026년 1인가구 기준으로 환산하면 소득인정액 월 약 247만원 수준까지 수급 가능권에 들어오지만, 기준중위소득 90%는 약 231만원이다. 현행 기준대로라면 받을 수 있던 일부가 새 기준에서는 수급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지급액도 차등화한다. 기준중위소득 20% 이하는 현재 월 35만원에서 2027년 38만원, 2028년 40만원으로 올린다. 20~40%는 2027년 35만9000원, 2028년 36만7000원으로 인상하고, 40% 초과부터 선정기준 이하까지는 35만원 수준을 유지한다.
다만 저소득층에 최대 월 5만원을 추가로 얹어주더라도 최빈곤층의 체감 인상폭은 이보다 작을 것으로 보인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자는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인정돼 그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연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생계급여가 삭감된 노인은 87만명에 달한다. 시민단체들은 최근 “기초연금액을 생계급여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개편 과정에서 이를 함께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는 기존 수급자가 제도 변경으로 갑자기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점진적으로 수급액을 줄이는 안도 논의 중이다. 현행 소득하위 70% 기준으로 기초연금을 받던 노인이 새 기준에 따라 탈락하게 되면 향후 5년 동안 기존 수급액의 100%, 90%, 80%, 70%, 60%를 지급한다.
월 35만원 수급자라면 첫해 35만원을 그대로 받고 이후 31만5000원, 28만원, 24만5000원, 21만원으로 줄어드는 식이다. 그 이후에는 중위소득 80% 선을 넘어서면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 개편 이후 새롭게 수급 연령에 진입하는 1962년생 이후 노인에게는 새 기준이 바로 적용된다.
저소득층 부부에 대한 감액은 완화한다.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으면 각각 20% 감액하는 현행 제도를 기준중위소득 40% 이하에 대해서는 10%로 낮춘다. 공무원ㆍ군인ㆍ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도 기준중위소득 40% 이하 저소득층에 한해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번 개편은 2014년 이후 유지된 ‘노인 70% 지급’ 원칙을 손질해 기초연금을 저소득 노인 중심으로 재편하는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월수입 수백만원 노인이나 수입이 제로인 노인의 기초연금액이 같다”며 “지금까지 지급되는 것은 그냥 두고, 향후 증액만 하후상박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같은 안이 이대로 확정될지 미지수다. 복지부는 27일 오후 2시 정은경 장관이 직접 개편안을 설명하는 사전브리핑을 열 예정이었지만 시작 약 1시간 10분을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복지부는 “기초연금 개편방안의 일부 사항이 최종 결정되지 못해 불가피하게 취소됐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사전브리핑 취소가 청와대 측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신규 수급자의 문턱이 높아지고 기존 수급자의 연금액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고령층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부가 일부 내용을 조정하거나 추진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