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는 “‘신과함께’ 시리즈의 쌍천만 달성, ‘전지적 독자 시점’의 흥행 참패 사례에서 후배 영화인들이 교훈을 얻어, 원작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킨 영화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신과함께’ 1·2편,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 등 천만 영화를 세 편이나 만든 원동연(62)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기획력이 탁월한 제작자지만 작년엔 300억 대작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쓴 맛을 봤다. 하지만 그는 상처를 추스르고, 다시 한번 ‘신과함께’ 흥행 신화에 도전한다. 원작과 별개의 새로운 스토리로 3·4편을 만들고, 드라마도 준비중이다.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의 시나리오로 뒤늦게 영화계에 입문한 그와의 인터뷰는 ‘전독시’의 실패를 되짚는 걸로 시작했다.
Q : ‘전독시’는 왜 흥행에 실패했을까.
A : “주인공이 난관을 극복하며 퀘스트를 통과해가는 과정에 집중해야 했는데, 연대와 협력의 메시지에 중점을 뒀다. ‘거친 세상, 함께 살아가야 해’라는 메시지가 원작 팬들에겐 훈계로 들렸다. 원작의 주인공 진기한을 없애고도 쌍천만 흥행을 했던 ‘신과함께’의 성공 때문에 오만해졌던 것 같다. 원작의 묘미를 훼손하면 안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106만 관객에 그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Q : 블랙핑크 지수 등 아이돌을 선호하는 것 같다.
A : “제작자로서 해외 선판매 등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수는 ‘전독시’에서 열심히 했는데, 연기 논란이 불거져 미안하다. ‘신과함께’에선 아이돌 스타 대신 김향기를 캐스팅했는데, 그가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나 싶다. ‘신과함께’ 출연에 부담을 느끼는 도경수에겐 ‘너를 지켜주겠다’는 의미로 내 이름을 캐릭터명으로 줬다.”
Q : ‘광해’ 제작자로서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을 어떻게 봤나.
A : “재미있게 봤지만, 그렇게까지 흥행할 거라 생각 못했다. 영화를 마음으로 보면서, 더욱 힘 빼고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광해’도 힘 빼고 만들었기에 잘된 영화다.”
Q : 어떤 의미인가.
A : “텐트폴 영화가 아니어서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그래서 자유롭게 즐기면서 만들었다. 대선 정국을 염두에 두고, 애민 메시지를 코믹하게 전달한 게 주효했다. 다른 작품 때문에 함께하지 못한 하정우가 주연을 맡았다면, 이병헌과는 다른 색깔의 ‘광해’가 나왔을 거다. 하정우는 내 인생의 보물 같은 배우다.”
Q : 같은 소재의 영화 ‘대립군’은 흥행에 실패했다.
A : “왕 역할을 대신 하는 세자 광해군,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는 평민이란 설정은 좋았다. 하지만 ‘광해’와 달리 너무 진지하고 건조했다. ‘대립군’이 잘되면 광해가 폐위 후 유배지에서 삶을 돌아보는 얘기까지 광해 3부작을 완성하려 했다.”
Q : ‘신과함께’ 3·4편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A : “3편 대본은 완성 단계인데, 김용화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어려운 형편에 노래하며 가족 부양을 하는 젊은 여가수가 주인공이다. 저승 삼차사가 염라에게 ‘불쌍한 애가 왜 목소리를 잃고 빨리 죽어야 하느냐, 하늘의 뜻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따지면서 반기를 든다. 자정과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신과함께’ 드라마를 만든 뒤 4편을 찍을 계획이다.”
Q : ‘신과함께’의 성공을 확신했나.
A : “어릴 때부터 죽음에 대한 공포가 심했다. 원작을 읽으며 내가 죽었을 때 누가 내 죄의 이면을 들여다 봐주고 변호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 큰 위로를 받았다. 영화가 잘될 거란 확신이 있었다.”
Q : 초기 흥행작 ‘미녀는 괴로워’(2006)가 각별할 것 같다.
A : “천만 영화를 세 편이나 냈지만, ‘미녀는 괴로워’ 흥행만큼 기쁘진 않았다. 42살에 처음 성공했기 때문이다. 가업을 뿌리치고 영화계에 입문했는데, ‘마지막 늑대’로 쫄딱 망해 아버지에게 손을 벌려야 했다. 강제 은퇴 기로에 섰던 내게 재기의 기회를 준 영화다.”
김용화 감독.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Q :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신과함께’를 함께한 김용화 감독은 어떤 존재인가.
A : “무명일 때 처음 만나, 오랜 세월 서로의 성공과 좌절을 지켜봤다. 전생에 두터운 인연이지 않았을까 싶다. 가족과도 같은 존재다.”
Q : 본인의 작품 중 명대사를 꼽는다면.
A : “‘부끄러운 줄 아시오!’ 광해가 사대의 예만 집착하는 대신들을 꾸짖으며 하는 말이다. 살면서 누구나 나쁜 짓을 하거나 우를 범한다. 하지만 그게 부끄러운 일이란 자각은 해야 한다. 요즘 그런 자각이 점점 무뎌지는 것 같다.”
영화 제작자는 기획부터 개봉까지, 영화의 운명을 책임지는 존재다. 감독이 선장이라면 제작자는 선주다. 흥행의 공은 모두에게 돌리고, 실패의 책임은 홀로 진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영화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인터뷰 전문은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서 매주 금요일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