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회에서 추경호 대구시장 등이 2차 공공기관 대구 이전을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오는 10~11월 발표하는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앞서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 결과가 지역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만큼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도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구는 중소기업이 33만여 개로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어 IBK기업은행의 본점 유치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34개 이전 희망 기관을 선정했다. 경북도는 국내 최대 농업 생산지인 만큼 농협중앙회 본사 등 46개를 유치 희망 기관으로 정했다.
대구시·경북도는 지역 정치권 인사들과 지난 20일 국회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유치 전략 간담회를 가지고, 정부와 여당에 공정하고 조속한 이전 추진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구 경제계도 지난 24일 성명을 발표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원칙 아래 모든 지역에 공정한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도는 공공기관 유치전략의 일환으로 혁신도시인 내포신도시(현재 991만7355㎡ 규모)를 최대 661만㎡ 추가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충남혁신도시는 2020년 지정됐지만, 현재까지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교통·교육 등 정주 여건 개선에도 나섰다.
강원도는 춘천·원주·강릉 등 ‘빅3’ 도시가 유치 경쟁이 나서고 있다. 춘천시는 공공기관과 임직원, 가족의 안정적인 이전과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마련하고 맞춤형 입지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원주시는 수도권과 연결된 광역교통망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의료·헬스케어와 AI 분야 공공기관을 집중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강릉시는 최근 공공기관 유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경남도는 방산·우주항공·원전·조선 등 제조업 기반의 지역 산업 생태계를 내세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산업기술진흥원·IBK기업은행 등 40개 기관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남도는 9월 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10월엔 범도민 유치 결의 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처럼 지자체들은 지방 소멸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수도권에 위치한 금융권과 공공기관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24일 청와대 앞에서 예보·금감원 노조가 이전 반대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움직임에 반발하며 정부가 이를 강행할 경우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핵심 정책금융기관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전하는 것은 금융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노조도 지난 24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기관 업무 특성상 서울에 집중된 금융회사·기업 본점과의 접근성이 중요하다”며 이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국토균형발전 계획안을 먼저 제시한 후 이해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공공기관 배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종사자들 입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광역단위의 특화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균형발전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을 먼저 세워서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 또 해당 기관이 이전 후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관을 배분할 때 지역 산업 생태계 등을 충분히 고려해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