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백투백’(연속) 인상으로 금융권의 대출금리도 순차적으로 오를 예정이다.
27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5년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75~7.17% 수준이다.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금리 상단이 7.5%를 돌파한 후 주춤하다가 최근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다시 반등했다. 여기에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더 늘 수밖에 없다.
김지윤 기자
금리 인상과 함께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도 이자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금융위원회는 8·13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으로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기존 1.5%에서 3%로 늘렸다. 하지만 집단대출(이주비·중도금·잔금)이나 청년·서민 전용 정책 대출을 제외한 일반 가계대출 문턱은 크게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권은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계속해서 가산금리(자금조달 원가, 대출자 신용도 등을 반영해 추가하는 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주담대 금리 상단은 조만간 연 8%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6억원을 8% 금리로 빌릴 경우 매달 이자로 지출하는 금액만 400만원에 달한다. 신용대출도 예외는 아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대표 신용대출(6개월 변동 기준) 금리는 4.75~5.95%로 금리 상단은 이미 6%에 근접했다. 기준금리 인상 영향을 반영하면 금리 상단은 6%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은 외환시장엔 호재다. 일본의 ‘수퍼 엔저’가 한국에서 재현될 가능성을 금리 인상으로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연 1%로 동결했고, 폭락한 엔화 가치(27일 기준 달러당 159.35엔)는 달러당 160엔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리는 돈의 가격이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원화 가치를 올릴 수 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원화 환율이 달러당 1400원 밑으로 떨어졌지만,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으로 대미 투자가 늘면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은 불가피했다”고 해석했다.
증권가에선 추가 금리 인상이 국내 증시에 주는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날 코스피는 한은의 금리 인상 발표 직후 장중 한때 6841.88포인트까지 내렸지만, 이내 반등하면서 전일 대비 1.53% 오른 6912.37에 장을 마쳤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금리는 올랐지만, 한국 경제성장률도 높게 전망되고 있어 금리 인상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는 지속할 전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금리와 전세대출 금리 등이 상승할 것이며, 같은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대출 규모도 줄어든다”며 “높은 집값과 대출금리 인상, 총량 규제 등으로 주춤했던 부동산 거래 소강상태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이달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0.29% 올랐다. 한 주 전(0.22%)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지만, 강남구(-0.11%)·서초구(-0.05%)는 3주 연속 하락세가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