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완수사권 폐지(형사소송법 개정안)를 주도했던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도에 빈틈이 있으면 보완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법이 뭐 별거야, 문제 생기면 그때 또 고치면 되잖아’라는 투다. 공교롭게도 실제 개정안 시행에 앞서 현실 수사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노출한 ‘장윤기·장미란 사건’이 불거지면서 김 의원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럼 당장 어디를 뜯어고쳐야 하나. 아니 법의 미비점을 미리 예측했으니 선지자로 칭송해야 할까.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7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스1
기괴한 장면은 또 있다. 국회 법사위원인 민주당 김남희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법사위에서 이진수 법무차관에게 “중요한 사법형사체계 개편 과정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이 얼마나 걱정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누가 책임지나. 경찰이 독자적 수사권을 갖게 되면서 무소불위로 휘두르는 권력을 제대로 감시·견제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매섭게 따졌다. 그런 무소불위의 경찰을 탄생시키는 법을 통과시킨 이가 정작 본인이면서 그게 걱정된다고 되레 호통치다니 이야말로 블랙코미디 아닌가. 역대급 유체이탈 화법에도 지금 김 의원은 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장을 맡게 됐다.
경찰에 수사권 몽땅 몰아주더니
이제는 힘 빼야한다며 허둥지둥
숙고하지 않은 법은 부작용만 커
김남희 민주당 의원이 7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최근 경찰 비위 사건을 모두 보완수사권 폐지와 직접적으로 연결짓는 건 무리다. 그럼에도 2020년부터 민주당이 드라이브를 걸어 온 ‘검찰 해체-경찰 독점’ 작업의 파생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앞서 숱한 전문가들이 개정안에 대해 “형사사법제도의 붕괴”라며 우려하고 “보완수사권 폐지는 오른팔이 썩어 수술대에 누운 환자의 목을 자른 격”(이상원 서울대 명예교수)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현 집권세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검찰에 대한 뿌리깊은 적대의식을 먹잇감 삼아 “한 톨의 수사권이라도 남겨 놓는 건 반동”이라며 지지층과 함께 돌격전을 펼쳐 왔다. 그래놓고 개정안 시행을 코앞에 두고서야 “경찰도 문제야, 손봐야 돼”라며 경찰 6대 폐단을 척결하겠단다. 땜질 처방을 내놓는다 한들, 한번 망가진 틀을 되돌릴 수 있을까.
비슷한 풍경은 8·3 세제개편안에서도 드러났다. 당초 정부는 지난 60년간 부동산 세제의 뿌리였던 ‘1가구 1주택 보호’ 원칙을 깨고 ‘살지 않는 집은 몽땅 투기’라며 비거주 1주택에도 징벌적 세금을 부과할 태세였다. 하지만 역풍이 거세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비거주 1주택 종부세 공제액을 9억원→12억원으로 원상 복구하고, 거주 인정 예외의 범위도 손주 돌봄 등으로 확대하겠단다. 이럴 경우 종부세 실거주 공제액(14억원)과 별 차이가 없어 왜 굳이 실거주-비거주를 나누는지 의문이 든다. 또한 예외 인정을 받기 위해 내밀한 개인사를 구구절절 소명해야 하는 점, ‘왜 이건 예외가 안 되냐’는 반발 등 불합리한 요소는 여전하다. “손을 댈수록 누더기가 된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용산공원도 오락가락이다. 당초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용산어린이정원은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도 “용산어린이정원은 사람이 별로 없다. 이 금싸라기 땅을 잘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가세했다. 그러더니 김 장관은 26일 국회 예결위에선 용산어린이정원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제는 일원동 탄천부지를 두고 “적극 검토”(26일)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대체 부지가 중요하다”며 또 입장을 바꿨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숙고하지 않아서다. 당장 표가 되니, 정치적으로 득이 되니 일단 질러놓고 보자는 식이다. 일찍이 1970년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이렇게 설파했다. “시장과 사회의 복잡성을 간과한 입법은 반드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부른다.” 그의 저서는 『치명적 오만(the Fatal Conceit)』. 현 집권세력이 되새겨 볼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