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하려고 한 수술인데 외래에서 환자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미안했습니다. 어떻게든 상처를 줄이고 싶었죠.”
김현구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사진)가 ‘구멍 하나’로 시행하는 싱글포트 로봇 흉부수술에 매달리게 된 출발점은 환자의 고통이었다. 김 교수가 의사 생활을 시작한 20여년 전만 해도 폐암 등을 수술하려면 가슴을 크게 열고 갈비뼈를 벌려야 했다. 때로는 수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갈비뼈를 골절시키기도 했다. 상처가 클 뿐 아니라 수술 후 통증도 극심했다.
김 교수는 “수술을 받은 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상처를 어떻게하면 줄일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후 흉강경(내시경) 수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자 그는 절개창을 두 개, 다시 한 개로 줄여나갔다. 2012년에는 국내 최초로 절개창 하나만 사용하는 흉강경 폐암수술에 성공했다.
로봇수술이 등장한 뒤에도 같은 고민은 이어졌다. 초기 흉부 로봇수술은 가슴에 4~5개의 구멍을 내야 했다. 김 교수는 이를 세 개와 두 개로 줄인 끝에 절개창 하나만 이용하는 싱글포트(단일공) 수술법을 개발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로봇수술 기구의 두께였다. 여러 개의 로봇 팔이 하나의 관에서 나오는 싱글포트 로봇은 일반 로봇보다 굵은 편이라 갈비뼈 사이로 집어넣기 어려웠다. 김 교수는 갈비뼈 사이가 아닌 복부와 가까운 쪽에 구멍을 내 가슴 안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처음에는 수술할 부위까지 거리가 멀어진다는 점이 단점이 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장점이 나타났다. 김 교수는 “갈비뼈 사이에는 늑간신경이 있어 이를 건드리면 수술 후 통증이 심하다”며 “갈비뼈 사이를 피하니 신경 손상을 줄일 수 있었고 환자의 통증이 감소하면서 회복도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싱글포트 로봇수술 기기는 미국 기업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개발했지만 흉부 수술 분야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허가됐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약 4년간 먼저 수술 경험과 연구 결과를 축적했고 이후 미국과 유럽 등으로 사용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9년 로봇을 이용한 싱글포트 흉부종양 절제 사례를 국제학술지에 처음 보고했으며,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관련 수술 500례를 달성했다.
이젠 미국 의료진이 이 수술법을 배우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달 말부터 세 차례에 걸쳐 폐암과 흉선종 환자의 수술을 미국 의료진에게 생중계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과 컬럼비아대 어빙 메디컬센터 등 미국 주요 의료기관의 흉부외과 의사들이 영상과 음성으로 연결된 채 수술 과정과 기구 조작법을 지켜봤다.
국내에서 시행하는 실제 수술을 미국 의료진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설명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미국 의사들은 처음에는 전혀 새로운 위치에 낸 구멍으로 가슴 안에 들어갈 수 있는지, 한 구멍에서 여러 로봇 팔이 나와 어려운 수술까지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보였다”며 “실제 수술을 참관한 뒤에는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쪽으로 반응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2024년 하버드의대 의료진이 수술 참관 방문했을 당시 모습
고려대 구로병원은 2023년 싱글포트 로봇 흉부수술 교육센터로 지정됐다. 이후 교육을 받은 국내외 의료진 약 70명 가운데 77%가 외국인이다.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폐암학회를 전후해서도 해외 흉부외과 의사 20여명이 2~3주에 걸쳐 김 교수의 수술을 참관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해외 의사들이 한국에 오거나 제가 직접 외국에 가서 수술을 지도했지만 이제는 생중계를 통해 더 많은 의료진과 경험을 나눌 수 있게 됐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가 수술 뒤 더 빨리 회복하고 통증과 후유증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