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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하나’ 폐암 수술…의심하던 美 의사들, 생중계 보며 탄성

중앙일보

2026.08.27 13:00 2026.08.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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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구 교수의 수술 장면을 라이브 서저리로 생중계 하는 모습

김현구 교수의 수술 장면을 라이브 서저리로 생중계 하는 모습

“치료하려고 한 수술인데 외래에서 환자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미안했습니다. 어떻게든 상처를 줄이고 싶었죠.”

김현구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사진)가 ‘구멍 하나’로 시행하는 싱글포트 로봇 흉부수술에 매달리게 된 출발점은 환자의 고통이었다. 김 교수가 의사 생활을 시작한 20여년 전만 해도 폐암 등을 수술하려면 가슴을 크게 열고 갈비뼈를 벌려야 했다. 때로는 수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갈비뼈를 골절시키기도 했다. 상처가 클 뿐 아니라 수술 후 통증도 극심했다.

김 교수는 “수술을 받은 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상처를 어떻게하면 줄일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후 흉강경(내시경) 수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자 그는 절개창을 두 개, 다시 한 개로 줄여나갔다. 2012년에는 국내 최초로 절개창 하나만 사용하는 흉강경 폐암수술에 성공했다.

로봇수술이 등장한 뒤에도 같은 고민은 이어졌다. 초기 흉부 로봇수술은 가슴에 4~5개의 구멍을 내야 했다. 김 교수는 이를 세 개와 두 개로 줄인 끝에 절개창 하나만 이용하는 싱글포트(단일공) 수술법을 개발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로봇수술 기구의 두께였다. 여러 개의 로봇 팔이 하나의 관에서 나오는 싱글포트 로봇은 일반 로봇보다 굵은 편이라 갈비뼈 사이로 집어넣기 어려웠다. 김 교수는 갈비뼈 사이가 아닌 복부와 가까운 쪽에 구멍을 내 가슴 안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처음에는 수술할 부위까지 거리가 멀어진다는 점이 단점이 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장점이 나타났다. 김 교수는 “갈비뼈 사이에는 늑간신경이 있어 이를 건드리면 수술 후 통증이 심하다”며 “갈비뼈 사이를 피하니 신경 손상을 줄일 수 있었고 환자의 통증이 감소하면서 회복도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싱글포트 로봇수술 기기는 미국 기업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개발했지만 흉부 수술 분야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허가됐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약 4년간 먼저 수술 경험과 연구 결과를 축적했고 이후 미국과 유럽 등으로 사용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9년 로봇을 이용한 싱글포트 흉부종양 절제 사례를 국제학술지에 처음 보고했으며,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관련 수술 500례를 달성했다.

이젠 미국 의료진이 이 수술법을 배우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달 말부터 세 차례에 걸쳐 폐암과 흉선종 환자의 수술을 미국 의료진에게 생중계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과 컬럼비아대 어빙 메디컬센터 등 미국 주요 의료기관의 흉부외과 의사들이 영상과 음성으로 연결된 채 수술 과정과 기구 조작법을 지켜봤다.

국내에서 시행하는 실제 수술을 미국 의료진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설명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미국 의사들은 처음에는 전혀 새로운 위치에 낸 구멍으로 가슴 안에 들어갈 수 있는지, 한 구멍에서 여러 로봇 팔이 나와 어려운 수술까지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보였다”며 “실제 수술을 참관한 뒤에는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쪽으로 반응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2024년 하버드의대 의료진이 수술 참관 방문했을 당시 모습

2024년 하버드의대 의료진이 수술 참관 방문했을 당시 모습

고려대 구로병원은 2023년 싱글포트 로봇 흉부수술 교육센터로 지정됐다. 이후 교육을 받은 국내외 의료진 약 70명 가운데 77%가 외국인이다.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폐암학회를 전후해서도 해외 흉부외과 의사 20여명이 2~3주에 걸쳐 김 교수의 수술을 참관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해외 의사들이 한국에 오거나 제가 직접 외국에 가서 수술을 지도했지만 이제는 생중계를 통해 더 많은 의료진과 경험을 나눌 수 있게 됐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환자가 수술 뒤 더 빨리 회복하고 통증과 후유증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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