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소장, 시설물 전기관리원, 귀촌…. 퇴직을 앞둔 이들이 한번쯤 떠올려 봤을 ‘인생 2막’의 직업들이다. 대체로 육체적 힘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되고, 초기 투자금은 적으면서 꾸준한 소득이 보장된 일들이다. 한국전력 지사장을 지낸 조광웅(64)씨도 정년퇴직을 앞둔 시기, 선배와 동료들에게 이런 직업들을 여러 차례 추천받았다.
하지만 조씨는 이런 일들이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젊은 시절부터 그의 마음속엔 ‘때가 되면 내 사업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가장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에 안정적인 회사를 박차고 나오진 못했지만, 퇴직한 뒤엔 뭐가 됐든 ‘내 일’을 찾아보고 싶었다.
한전 지사장으로 정년퇴임한 뒤 창업해 4년 만에 연 매출 5억원을 올린 조광웅 대표. 사진 김부규
" 사실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자식들은 이미 다 컸고 가장으로서 소임을 다 했으니, 퇴직 후가 나만의 일을 시작해볼 수 있는 적기라고만 생각했어요. "
드디어 2022년 정년퇴직을 한 그는 정말로 퇴직 동료 2명과 의기투합해 사업체를 일궈 ‘조광웅 대표’가 됐다. 초보 사업가인 그는 창업 4년 만에 회사를 직원 11명, 연 매출 5억원의 알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지금 조 대표의 목표는 최소 75세까지 직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것이다.
처음 가족과 지인에게 말했을 때 전부 다 펄쩍 뛰면서 말렸어요. “지사장까지 한 사람이 걸레 들고 뭐 하는 거냐”면서요. 경험도 없으면서 노후에 왜 그런 모험을 하냐고 걱정한 거죠.
여기까지 오는 길 또한 쉽지만은 않았다. 창업 첫해, 한 달 운영비가 500만원인데 월 매출은 20만원뿐인 심각한 적자로 하루하루 좌불안석이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강도 높은 육체노동에 온몸이 후들후들 떨릴 정도로 고생을 하며 겨우 일을 익혔다. 조 대표는 “도전 정신과 자신감이 없었다면 결코 뛰어들 수 없는 일”이라고 고백했다.
소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에서 38년간 일하며 지사장까지 오른 조 대표가 주저 없이 뛰어든 창업 아이템은 대체 뭘까. 창업 초기, 가족과 지인들이 “제발 그 일을 하지 말라”고 뜯어말린 사연, ‘월 매출 20만원’의 좌절을 딛고 탄탄한 성공을 이뤄낸 그의 사업 전략에 대해서도 소상히 공개한다.
프랜차이즈 카페 포기하고 찾아낸 사업 아이템
Q : 안정적인 공기업에서 38년 근무하다 정년퇴직하신 분이 창업을 하는 경우가 흔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맞아요. 사실 정년퇴임식 날, 정들었던 직장을 나오려니 너무 아쉽고 힘들어서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그날 후배들 앞에서 퇴임사를 하며 “이곳에 영원히 있을 줄 알았는데, 이런 날이 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는데, 진짜 제 진심이었어요. 할 수만 있다면 직장에 계속 있고 싶었죠. 하지만 퇴직은 정해진 일이고, 그다음 스텝이 중요했어요. 이미 퇴직한 선배들은 한전 근무 경력을 살려 전기업체나 시설관리업체에서 많이 일하셨고 동료들도 그런 분야에 관심을 가졌죠.
조광웅 대표가 한전 지사장으로 정년퇴직하는 날 퇴임식에서 소회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 조광웅
그런데 저는 막상 한전에서 나오니 낯선 조직으로 재취업하고 싶진 않았어요. 다른 조직의 틀에 나를 끼워 맞출 생각을 하니 갑갑하더라고요. 젊었을 때부터 막연하게 품고 있던 창업의 꿈을 펼쳐보기로 결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