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 한편에서 30년 넘는 세월을 함께해 온 복숭아나무가 올해는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듯하다. 봄이면 어김없이 연분홍 꽃으로 가득 덮였고, 6월 말이면 달콤한 열매를 풍성하게 맺어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던 나무였는데, 이제는 열매도 몇 개만 달리고 가지 끝마다 예전 같은 생기가 보이지 않는다.
오랜 세월 함께해 온 나무의 마른 가지를 바라보노라면, 나 또한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할 존재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삶일까?’ 조용히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 마음속에서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떠올랐다.
“Live as if you were to die tomorrow. Learn as if you were to live forever.(내일 죽을 것처럼 살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라.)”
짧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삶과 배움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는 듯하다. 특히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차분히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며 배우는 것들은 크게 지식, 학문, 그리고 지혜로 나눌 수 있다. 지식이란 배우고 경험하며 얻는 사실과 정보,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역사와 과학, 문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면서 지식을 쌓아 간다. 그러나 배움은 학교나 책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를 이해하려는 마음, 곧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또한 소중한 배움이다.
학문(學問)이란 인류가 쌓아온 지식을 배우고(學), 끊임없이 질문하며(問) 삶의 진리와 지혜를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이다. 그래서 학문은 인문학과 철학, 물리학, 신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를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일 뿐만 아니라 진리와 원리를 체계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끝으로 지혜란 지식과 학문,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이 옳고 중요한지를 분별하며, 사랑과 절제, 포용의 마음으로 겸손하게 살아가는 능력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지혜는 지식과 학문을 삶 속에서 바르게 실천하는 힘이며, 올바른 삶으로 이끄는 나침반과도 같다.
“지식은 머리를 채우고, 학문은 생각을 깊게 하며, 지혜는 사람의 삶과 영혼을 성숙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결국 지식은 ‘아는 것’이고, 학문은 ‘탐구하는 것’이며, 지혜는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진정한 배움은 지식을 쌓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학문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며, 마침내 지혜로운 삶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나이가 들수록 몸만 늙는 것이 아니라 생각도 쉽게 멈추곤 한다. 그래서 좋은 정신과 지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배움과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의 삶은 결코 혼자 걸어가는 길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진실한 대화 속에서 위로를 얻고, 내 마음의 일부가 상대방 안에 스며들며, 상대의 마음 또한 내 안에 들어오는 정서적 교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만남과 대화는 사람과 사람을 더욱 가깝게 이어주고, 서로의 삶을 따뜻하게 변화시킨다.
언젠가 나 역시 저 한 그루의 나무처럼 조용히 삶의 계절을 마치고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날이 오기 전까지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움의 끈도 놓지 않을 생각이다.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조금 더 깊은 이해로, 조금 더 넓은 사랑과 지혜를 품으며 살아가기 위해서다.
탈무드에 “진정으로 훌륭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어제의 자신보다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다”라는 지혜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인생의 참된 가치는 남보다 높아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성장한 사람이 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짐해본다. 내일 떠날 사람처럼 하루를 소중히 살아가되,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며 살아가자. 그리고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조금 더 깊은 이해로, 조금 더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하자. 이러한 삶이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가장 아름다운 배움의 길인지도 모른다.
올겨울에 복숭아나무 한 그루를 다시 심으려 한다. 나는 비록 그 나무가 맺을 열매를 오랫동안 보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나무 그늘에서 쉬고, 그 열매를 맛보게 될 것이기에. 배움도, 사랑도, 희망도 모두 그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