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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꼰대

Los Angeles

2026.08.2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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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외출했다 집에 와 공부방에 들어갔더니 그 안에서 노인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닌가. 나는 화들짝 놀라서 킁킁거리며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아침, 저녁으로 매일 두 번씩 샤워하는데도 내 체취가 배어서 풍기는 꼰대 냄새였다. 어느새 내가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갑자기 서글퍼졌다. 하지만, 내 나이 70대가 되었으니….
 
나이가 들면 몸에서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은 노화로 인한 신체 변화 때문이라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찾아봤더니 노인 냄새는 자연적으로 생기는 것으로 남녀 불문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40대 이후부터 체내에서 ‘노넨알데하이드’가 생성되기 시작하며 나이가 더 들수록  점점 많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신체의 노화로 인한 것인데 이 물질이 노인성 냄새의 주범이라고 한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에 학생들 사이에서 어른이나 부모 또는 스승을 비하하는 은어가 있었는데 그것이 ‘꼰대’였다.  중학교 졸업을 서너 달 남겨 둔 어느 날 우리집에서 하숙을 하던 친구가 나보고 누가 오는지 망을 보라고 부탁을 하고는 학교 근처 골목에 숨어서 담배를 피웠다.    
 
내가 한눈을 파는 사이 퇴근길의 선생님 두 분이 나타났다. 다급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꼰대다~” 하고 외마디 고함이 튀어나왔다. 내 비명에 너무 놀란 친구는 엉겁결에 피우던 담배를 바지 주머니 속에 재빨리 숨겼다. 선생님이 그 친구 앞을 지나쳐 가려는 찰나 그 친구는 “앗 뜨거워, 뜨거워”하며 연거푸 비명을 지르고 펄쩍펄쩍 뛰었다. 아뿔싸! 하필이면 교내에서 가장 무서운 훈육 주임 선생님에게 흡연을 들킨 것이다. 그 선생님은 친구 뺨을 사정없이 여러 차례 때렸고, 친구의 입안에선 피까지 흘렀다.  
 
“너, 내일 아버지 모시고 훈육실로 와.” 화가 단단히 나신 선생님의 다음 타깃은 나였다. “너, 이 녀석, 우리 보고 꼰대라고?” 나는 뺨을 두 차례 맞는 것으로 무마 되었지만 친구의 행실은 교장 선생님에게까지 보고 됐고, 결국 퇴학 처분이라는 중징계가 결정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나의 어머니는 교장실로 찾아가 다짜고짜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비비며 용서를 구했다. “이 녀석도 제 자식입니다. 용서해 주세요. 이 못난 어미가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은 중학교 정문 바로 앞에 있었다. 그런 까닭에 어머니와 교장 선생님은 학교 앞에서 자주 마주쳤고,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이였다. 교장 선생님은 입장이 난처해졌다. “어머니, 인제 그만 일어나세요.”  난감한 처지에 놓인 교장 선생님은 무릎을 꿇고 있던 친구를 불러 세웠다. “이 어머니를 봐서 용서한다. 너를 낳아 준 어머니만 어머니가 아니다. 너를 돌봐 준 분도 어머니이시다. 평생 이 어머니의 은공을 잊지 말고 살 거라.”  
 
청소년기의 위기를 이렇게 넘긴 그 친구는 지금 나와 함께 캘리포니아의 하늘 아래에서 숨을 쉬고 있다.
 
꼰대의 어원은 프랑스어로 백작을 지칭하는 ‘콩테’라는 단어가 일본식 발음으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일본인 지인인 미찌꼬상에게 “꼰대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일본에서는 교육이나 훈련을 뜻하는 좋은 용어로 사용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요즘도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꼰대라는 은어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말하는 꼰대란 낡은 사고방식과 권위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리라. ‘우리 때는 말이야’를 들먹이며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강요하거나 새로운 사고나 문화를 무시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  
 
또 나이나 지위를 이용해 타인을 통제하려 드는 사람을 가리키는 은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요즘 애들은”이라며 젊은 층을 얕잡아 보는 사람도 꼰대일 것이다.  
 
세월이 흘러 나도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되었다. 신체적으로는 꼰대가 되었을망정 정신적으로 꼰대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해 보는 수밖에….
 
그 누가 흐르는 이 세월을 붙잡아 줄 수 없나요.

이진용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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