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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

Los Angeles

2026.08.2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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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미술평론가·시인

장소현 미술평론가·시인

한국에도 ‘외로움’ 담당 차관이 생겼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한국의 초대 ‘사회적 고립 전담 차관’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2018년 영국이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했고, 2021년 일본이 고독 고립 담당 장관을 신설한 데 이어, 한국도 정부 차원의 대응을 선언한 것이다.
 
외로움이 그만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는 말이겠다. 오늘날 외로움은 사회적 질병이다. 통계가 말해준다. 한국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한국 국민 3명 중 1명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한다.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외롭다는 이야기다.사회적 고립이란 사회적 관계가 부족하거나 단절된 상태로, 잠깐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할 때 도움받을 만한 사람이 없다면 ‘사회적 고립’으로 판단한다.  사회적 고립의 극단적인 사례인 고독사는 해마다 늘어나 2024년 사망자 100명 중 1.09명이 고독사였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실제 고독사는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한다.
 
미주 한인사회의 현실은 어떤가? 믿을만한 통계는 없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 제법 많은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노인층의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노인 아파트에 사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고독사가 은근히 많은 것 같다.
 
미국 공중보건 최고 책임자인 비벡 머시 전 의무총감은 외로움을 ‘감염병’으로 정의하면서, 마음뿐만 아니라 몸을 병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뇌에서 외로움과 배고픔은 동일한 부위에서 처리된다고 한다. 관계에 대한 욕구도 그만큼 본능적이란 뜻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외로움은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된다. 마약 중독자부터 심혈관 질환자까지 질병의 기저에는 외로움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자살의 근본적인 이유도 외로움 때문이라고 한다.
 
복지부 전담 차관이 할 일은 생계 지원 같은 복지 정책을 넘어선 공동체 복원을 위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술의 엄청난 발전으로 외로움의 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SNS의 발달로 우리는  초연결 사회,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공적 친밀감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인공적 친밀감은 외로움을 해소해 주지 못한다. 셰리 터클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목마른 사람에게 물 사진을 건네는 격”이라고 적절하게 비유했다.
 
여기서 우리가 짚어봐야 할 것은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다. 사전적 의미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철학적, 심리학적으로 외로움(loneliness)과 고독(solitude)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철학자 틸리히는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이고,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정의했다. 정신분석학자 설리번은 ‘외로움은 관계로부터 격리된 부정적 혼자됨, 고독은 스스로 선택해 나다움을 찾는 긍정적 혼자됨’으로 구분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롭다. 외로움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있을 때도 엄습한다. 심층심리학적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외톨이로 여겨지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외로움을 넘어 혼자 있음을 즐기는 고독의 단계로 넘어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고독을 인간이라는 존재가 갖는 근본 감정이라고 보고, 이렇게 말했다. “타인의 지배 아래 놓여 있는 일상세계로부터 떨어져나온 고독하고 불안으로 가득 찬 세계, 그곳이야말로 우리의 본래적인 세계이며, 그곳에서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밝힐 수 있다.”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준비와 능력을 길러야 한다. 외로움에 맞설만한 ‘자신만만한 생각과 힘’은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된 사람의 ‘외로움’은 더는 외로움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 선택해 ‘나다움’을 찾는 고독한 사람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질 때, 외로움의 사회적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 하나하나가 해야 할 일이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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