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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지 않은 과거에 빠진 Z세대…레코드점·현상소 단골은 청년

Los Angeles

2026.08.2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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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피로 탓 되레 친밀감
'더라스트북스토어'에서 고객들이 LP 음반을 고르고 있다.

'더라스트북스토어'에서 고객들이 LP 음반을 고르고 있다.

레코드 페어 '바이닐콘' 행사장 모습. [바이닐콘 제공]

레코드 페어 '바이닐콘' 행사장 모습. [바이닐콘 제공]

LA한인타운 현상소에서 한 고객이 필름과 현상된 사진을 들고 있다.

LA한인타운 현상소에서 한 고객이 필름과 현상된 사진을 들고 있다.

LA한인타운 버몬트 애비뉴에 있는 필름 현상소 ‘골드원아워포토(Gold One Hour Photo)’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 새 필름을 사거나 사진 현상을 맡기러 온 젊은층이다.
 
최근 Z세대(1997~2012년생) 사이에서 과거의 문화와 물건을 새롭게 즐기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필름카메라와 LP처럼 손이 더 가는 아날로그 제품부터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패션까지, 한때 지나간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다시 젊은 층의 취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필름을 사러 온 브랙슨 아파나(25)도 그중 한 명이다.
 
현상소에서 만난 그는 “필름카메라는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며 “항상 원하는 대로 나오지는 않는데, 그러한 예측 불가능함이 오히려 매력”이라고 말했다.
 
브랙슨은 “거칠거나 흐릿하게 남은 필름 사진에는 불완전함이 주는 따뜻함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상소 직원 에이프릴 고메즈는 “고등학생부터 20대 중반 손님이 상당수”라며 “하루 최소 50~100명 정도가 필름 현상을 맡기러 올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NBC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18~29세 성인 2명 중 1명(47%)은 선택할 수 있다면 현재가 아닌 과거에 살고 싶다고 답했다. 이 중 33%는 약 50년 이내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시대에까지 향수를 느끼는 ‘문화적 노스탤지어’의 한 형태로 분석한다. 자신이 살아온 시절을 그리워하는 개인적 향수를 넘어 부모의 경험과 영화, 패션, 대중문화 등을 통해 알게 된 과거에 정서적 친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박사는 “부모에게 들은 이야기, 영화, 음악 등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도 특정 시대와 정서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실제로 살아보지 않은 시절이라 해도 그 시대가 현재보다 안정적이었다는 이미지가 반복되면 친숙함이나 그리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진다. 로우라이즈와 카프리 팬츠, 플레어 데님, 빈티지 워싱 티셔츠, 클래식한 레트로 스니커즈 등은 최근 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유행하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코튼시티즌의 박현서 아트디렉터는 “Z세대에게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은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시대이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지고, 그것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며 “최근 우리 브랜드에서도 과거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링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1980~19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카시오 시계가 최근 다시 주목받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카시오를 차기 시작한 뒤 스마트워치를 다시 착용하지 않았다”, “손목에서 알림이 사라지니 오히려 휴대폰을 덜 보게 됐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LA 곳곳의 빈티지숍과 서점, 레코드숍을 찾는 젊은 층이 많다.
 
LA다운타운의 명물 ‘더라스트북스토어(The Last Bookstore)’에서 LP를 고르던 루크 콜러(21)는 “좋아하는 음악을 실제 음반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며 “손으로 만지고 보관할 수 있다는 경험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2~23일 LA에서는 대형 레코드 박람회 ‘바이닐콘(VinylCon)’이 열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박람회에 4000명 이상이 방문했다. 박람회에 참가한 한 판매업체 관계자는 SNS를 통해 “바이닐을 통해 세대가 교류하는 모습을 봤다”며 “생애 첫 레코드를 구입하는 어린아이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여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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