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연금 적립금이 1866조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이다. 주식시장 활황에 힘입어 올 상반기 기금 운용 수익률도 27.22%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적립금은 지난해 말 1458조원, 올해 3월 1526조원에서 1866조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금 수익률도 지난해 18.82%보다 훨씬 올랐다.
6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 자산의 29.1%가 국내 주식이다. 30%에 육박한다. 지난해 말 18.1%, 3월 21%에서 급격하게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자산별 투자 목표 비중을 미리 정해 이에 맞춰 운용한다. 지난 1월 당시 국내 주식 비중은 14.9%였다. 여기에다 5% 더 늘릴 수 있는 여지를 뒀다(전략적 자산 배분). 최대 허용치가 20%로 이를 넘어서면 주식을 팔아서 조정해야 한다. 이게 리밸런싱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국내 주식은 위험 자산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목표 비중을 두고 있고, 이를 초과하면 리밸런싱을 해야 한다. 자산의 안정성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정부는 리밸런싱을 6월까지 안 하기로 유예했다. 주식시장 활황에 힘입어 비중이 급격히 올라가는 데도 손대지 않았고, 그 결과 30%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이 주식 시장의 안정추 역할은커녕 불안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게다가 정부는 5월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올려버렸다. 전략적 자산 배분 폭도 공개하지 않았다.
증시가 과열된 시기에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연금을 증시 부양에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받았다. 6월 지방선거 때문에 리밸런싱을 유예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19일 국회에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 유예 시점에 문제를 제기한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정치적 목적이 아닌 시장 변동성을 고려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김영옥 기자
국민연금은 그동안 국내 주식 비중을 높이는 데 매우 신중했었다. 대신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부동산 대체투자를 넓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길을 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연금 기금 성장과 고갈 시기를 연계했다.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 “(기금이) 300조가 늘어난 것 같은데 7년밖에 (연장)안 되느냐”고 현수엽 복지부 제1차관에게 물었다. 현 차관이 “7년 정도 늦춰진 걸로 예상된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보도에서 보기로는, 한 20~30년 늘어난 걸로 들었다”며 “차관이 지금 정확하게 알고 한 얘기냐”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21일 국회 연금개혁특위에 보고한 자료에서 지난해 3월 연금개혁으로 고갈 시기가 2056년에서 2071년(기금운용수익률 연평균 5.5% 가정)으로 늦춰졌고, 지난해 말 기금이 크게 성장하면서 2078년으로 늦춰졌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올 4월 기금 기준으로 2083년으로 늦춰졌다고 했다.
4월 말 기준 적립금은 1671조원이다. 5~6월에 195조원 늘었다. 기금고갈 시기가 더 늦춰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7, 8월이 문제다. 코스피가 크게 떨어졌다. 지난 6월 30일 8476.48에서 지난 27일 6912.37로 약 18.5% 급락했다.
수익률도, 기금 총액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기금 고갈 시기도 당겨졌을 것으로 보인다.
기금의 미래는 5년마다 재정재계산을 해서 따진다. 인구와 임금 상승률, 거시 경제 변수 등을 종합해서 따진다. 그게 원칙이다. 2023년 제5차 재정재계산에서 2056년 고갈로 나왔고, 이에 맞춰 지난해 3월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 주식시장 변화와 기금 변화에 맞춰 고갈 시기를 따지기 시작했다. 과거에 그런 적이 없다. 주식이 널뛰기를 할 때마다 고갈 시기가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 이후 고갈 시기가 당겨진 것도 공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