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저 아시죠?”
느닷없는 상대방 전화에 당황했다.
모르는 번호는 아니다.
‘OO년 OO동 OO빌라’
이런 식으로 예전에 작업했던 시기와 장소를 저장해 둔 번호.
하지만 당장 기억나는 곳은 아니었다.
“OO동이신 건가요?”
일단 아는 척을 하며 급하게 기억을 돌렸다.
그래도 가물가물하다.
“그때 잘해주셔 가지고. 또 그런 일이 생겼어요.
이번에도 해주셔야지. 싸게 좀….”
‘아는 사이’라는 기대에 존대와 반말이 섞였던 남자의 말투에 점점 계면쩍은 웃음이 실려갔다.
현장의 구체적 상황을 듣다 보니 그제서야 지난번 일이 떠올랐다.
의뢰인은 그때처럼 원룸 건물을 관리하는 직원이었다.
이지우 디자이너
현장에 도착해 보니 더 기억이 생생해졌다.
7~8평짜리 좁은 원룸이 개미집처럼 틀어박힌 건물.
현관문을 열면 신발을 벗어둘 공간조차 없는 곳이었다.
복도에 신발장을 둬야 할 형편이었는데, 이런 곳에 사는 이들은 넣어둘 신발도 몇 벌 없었다.
문을 열면 사실 바로 방인데, 신발을 두기 위해 억지로 바닥에 경계를 만들었다.
방과 단차도 없이 그냥 타일 모양 시트지를 붙여둔 것이다.
맑은 날엔 흙먼지, 궂은 날엔 흙탕물이 그대로 방에까지 튈 지경이다.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좁은 욕실 겸 화장실이 있었다.
그 옆으론 고작 1m 남짓 길이의 작은 싱크대.
그래도 드럼 세탁기까지 갖췄지만 그 탓에 좁은 싱크대 아래엔 주방용품을 수납할 공간이 하나도 없었다.
소형 냉장고, 전자레인지, TV가 정면 벽면에 오밀조밀 놓였다.
좁은 원룸 안에 웬만한 집기는 전부 옵션이었기에 고인의 짐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사 온 지 1년도 안 됐다고 했다.
그래도 지난 겨울은 이곳에서 견뎠을 텐데.
덩그러니 놓인 휑한 행거엔 겨울옷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