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오는 31일로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법관 제청 과정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사유 등을 국회에서 증언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이날 법사위에 출석 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조 대법원장은 의견서에서 “국회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독립적 권한인 제청권 행사에 관해 증언하도록 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에 반한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이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대법원장과 국회·대통령에게 각각 다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불출석 근거로 들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 임명에 관하여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국회에 임명동의권을,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각각 부여함으로써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통해 삼권분립의 원리가 구현되도록 정하고 있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의 출석 요구가 “대법원장에게 국회 출석·답변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한 ‘국회법’ 제121조의 취지와도 어긋난다”며 “현재 진행중인 인사에 관하여 대법원장이 구체적인 인사 절차와 후보자의 신상에 관한 사항을 공개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고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사건 회부 과정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사유 등에 관하여 증언하는 것은, 사법의 독립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 합의과정의 비공개를 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소관을 정한 국회법 제37조 제1항 제2호 바목 등에 반한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여야 하는 입장에서 출석하여 답변드리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널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법사위는 지난 21일 전체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을 오는 31일 긴급현안질의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안건을 범여권 주도로 의결했다.
당시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대법관 재판 지연에 따른 국민 기본권 침해 문제와 장기간 공석 이후 진행된 대법관 후보 제청 과정 등을 현안질의 추진 이유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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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께 심려 끼쳐 송구…내주 입장 밝힐 것”
한편,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6시 11분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퇴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다음 주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세한 내용은 검토 중”이라며 “다음 주 중 정리가 되면 공식적으로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할 예정이냐’는 질문에도 “다음 주 정리가 되면…(밝히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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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손봉기 제청 사실상 반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 후보자를 서면 제청한 지 열흘 만이다.
앞서 노 전 대법관의 퇴임을 앞두고 구성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 후보자 4명을 추천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사법부가 최종 후보자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반년 넘게 제청이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