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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법관 후보군서 재제청” 여권이 꺼낸 조희대 무력화 카드

중앙일보

2026.08.28 02:32 2026.08.28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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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28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대법관 후보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28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대법관 후보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28일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60·사법연수원 22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이 사법부의 후보자 임명 제청을 거부한 건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58년 1월 김동현 전 대법관의 대법원장 임명을 거부한 지 약 69년 만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오늘 두 대법관 후보자 중 손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57·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이날 중으로 국회에 송부하겠다고 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협의를 거쳐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



“새 추천위 구성 안 하면 제청권 침해”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군 안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다시 제청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 후보자를 제외한 김민기(55·26기) 서울고법 고법판사, 박순영(59·25기) 서울고법 고법판사, 윤성식(57·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가운데 한 명을 제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김민기 고법판사를 대법관으로 밀고 있다고 보고있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하면 조희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무력화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낙점한 후보를 대법관으로 관철시킬 수 있다. 원하는 후보가 제청될 때까지 거듭해서 임명 제청을 거부해 차례로 낙마시키는 수법을 통해서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 역시 이날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달라”며 민주당의 입장을 거드는 듯한 발언을 했다.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로 김민기(55·사법연수원 26기) 수원고법 판사, 박순영(60·25기) 서울고법 판사, 손봉기(61·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58·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이름을 올렸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사진 대법원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로 김민기(55·사법연수원 26기) 수원고법 판사, 박순영(60·25기) 서울고법 판사, 손봉기(61·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58·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이름을 올렸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사진 대법원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제청권 행사 방식을 위헌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수도권 법관은 “민주당 주장대로 하게 되면 헌법상 규정된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있으나 마나하게 된다”며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민주당 주장과 달리, 새 추천위를 구성해 대법관 후보자 천거·심사·추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법원조직법은 추천위가 후보 추천을 마치면 해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법관 후임 추천위는 지난 1월 21일 추천을 마쳐 이미 해산된 상태라는 얘기다. 2012년 7월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을 때 대법원이 2주 만에 새 추천위를 구성해 약 한 달 반 뒤 후보자 4명을 새로 추천한 전례도 있다.



“새 추천위서도 갈등 이어질 것”

그러나 추천위가 새로 구성된다고 해도 정권과 사법부의 갈등은 지속될 수 있다. 새 추천위가 기존 추천위와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후임 후보자들을 추천할 경우 공전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8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이 28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한 고법부장은 “추천위에는 당연직으로 법무부 장관 등 청와대 측 인사가 들어가기 때문에 정권이 원하는 김민기 고법판사가 재추천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가 원하는 후보자를 제청하지 않으면 청와대의 반려가 반복되는 식으로 갈등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법원조직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24일 “대통령과의 협의 없는 일방적 방안을 정부가 반려하게 해서 추천위 자체를 무력화하는 게 조 대법원장의 노림수”라며 법 개정을 예고했다. 기존 추천위가 추천한 나머지 후보 중 재제청하도록 명문화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이 경우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구하며 대법관 공백 사태 장기화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재제청을 진행했을 당시, 후보자 사퇴부터 국회 동의까지는 세 달 이상이 걸렸다. 노 전 대법관은 지난 3월 3일 퇴임해 반년 가까이 대법관 한 석이 비어 있는 상태다. 대법원은 재제청 요구에 대해 어떤 절차를 밟을지 검토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퇴근길 기자들과 만나 재제청 요구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며 “다음주 중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조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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