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작가가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신작 장편소설 '서리꽃'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옥문 앞까지 갔다 온 나는 어쩔 수 없이 9월에 수술대에 누워야 했고, 예정보다 서너 달 늦게 소설 쓰기를 시작했다. "
소설가 조정래(83)는 최근 출간한 장편 소설 『서리꽃』의 ‘작가의 말’에서 지난해 9월 복부대동맥 수술을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수술 자국은 “끔찍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내 배는 30㎝나 찢기고 꿰매어져 있었다”며 “소름 끼치고 참혹해서 내려다볼 수가 없었다”고 수술 직후의 충격을 생생하게 전했다.
조정래가 ‘죽음의 문턱’을 떠올릴 만큼 위협적인 복부대동맥류는 어떤 질환일까.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장용 교수의 도움말로 위험 신호와 치료법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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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의 시한폭탄…복부대동맥류 진단과 치료는
복부대동맥류는 배 안을 지나는 대동맥이 풍선처럼 서서히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는 가장 큰 혈관으로, 이 가운데 복부대동맥은 배와 골반·다리로 혈액을 공급한다. 이 혈관의 직경이 정상보다 50% 이상 커지면 복부대동맥류로 진단한다.
대동맥의 해부학적 구조. 사진 질병관리청
문제는 상당 기간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복부대동맥류는 ‘뱃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동맥류가 커지면서 혈관 벽이 약해지면 결국 파열될 수 있고, 이 경우 대량 출혈로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쇼크에 빠질 수 있다. 특히 파열된 상태로 발견되면 사망 위험이 매우 높아 파열 전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부대동맥류는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커진다. 특히 60세 이상 남성이나 고혈압 환자, 흡연력이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누운 자세에서 배에 손을 댔을 때 심장 박동처럼 두근거리는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복부대동맥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다만 대동맥류가 있다고 해서 모두 배에서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은 아니다.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위험요인이 있다면 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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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대동맥류 파열 전 발견하는 게 핵심”
지난 6일 오후 대전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앞에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복부대동맥류는 크기가 커질수록 파열 위험도 커진다. 일정 크기 이상으로 커졌거나 빠르게 커지는 경우에는 파열 위험을 고려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 방법은 크게 개복 수술과 혈관 내 치료로 나뉜다.
개복 수술은 전신마취 후 복부를 절개하고 대동맥류 위아래의 혈류를 차단한 뒤 늘어나거나 약해진 대동맥 부위를 인조 혈관으로 교체하는 방법이다. 인조 혈관이 기존 대동맥을 대신해 혈액을 공급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혈관 내 치료인 스텐트그라프트 삽입술은 복부를 크게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넣어 대동맥류 부위에 스텐트그라프트를 설치하는 방법이다. 스텐트그라프트 안으로 혈액이 흐르도록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 대동맥류 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고 파열 위험을 낮춘다. 개복 수술보다 출혈과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모든 환자가 혈관 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동맥류의 위치와 크기, 혈관의 형태 등을 정밀하게 평가해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복부대동맥류는 파열된 뒤 응급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파열 전에 발견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고령 남성이나 흡연자, 고혈압 환자, 가족력이 있다면 필요에 따라 복부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 검사로 대동맥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갑작스럽고 심한 복통이나 허리 통증과 함께 어지럼증, 식은땀,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난다면 복부대동맥류 파열과 같은 응급질환일 가능성이 있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김장용 교수는 “복부대동맥류는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기보다 파열되기 전에 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정기적인 혈관 검사와 위험요인 관리를 통해 대동맥류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