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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 영웅 밀어내고 ‘트럼프함’?…美 군함 작명의 법칙

중앙일보

2026.08.28 14:00 2026.08.2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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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으로 지중해에 투입한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전쟁으로 지중해에 투입한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 로이터=연합뉴스

제럴드 R 포드함, 에이브러햄 링컨함….

미국이 대(對)이란 전쟁을 치르기 위해 중동에 투입한 미 항공모함이다. 역대 최장 기간 파견에 따른 승조원의 고충, 세계 곳곳에서 해양 안보 공백 등 우려로 주목 받았다. 공교롭게도 두 함정의 이름은 모두 미국 대통령에서 따왔다.

미 군함의 이름을 지을 때 대통령 이름에서 따야 한다는 규정은 따로 없다. 해군 관행과 당시 해군 장관의 뜻이 더 크게 작용한다. 미 해군에 따르면 의회가 1819년 군함 명명 권한을 해군 장관에게 주면서 현재 전통이 시작됐다. 군함 등급별로 주(州)·도시·강 등의 이름을 붙였다. 이후 함정 종류가 다양해지며 명명 규칙도 바뀌었다. 현행 미 연방법(10 USC 8662)에는 군함 명명과 관련해 2개 규칙만 남았다.

①두 척 이상의 군함이 같은 이름을 가질 수 없다.
②해군 장관은 해군용으로 산 군함의 이름을 바꿀 수 있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해군·해병대 영웅 뿐 아니라 해양생물의 이름을 딴 군함까지 등장했다. 대통령 이름을 붙이는 전통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두드러졌다. 194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망한 뒤 취역한 항공모함을 ‘프랭클린 D 루스벨트함’이라고 명명했다. 이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제럴드 포드, 조지 워싱턴, 해리 트루먼,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줄줄이 군함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까지 살아있는 대통령의 이름을 딴 군함도 여럿이다.

다만 재임 중인 대통령 이름을 항공모함에 붙인 전례는 없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행보를 둘러싸고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CNN은 20일(현지시간) “해군이 차기 포드급 항공모함(CVN-81)의 이름을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후보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함’”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해당 군함 이름을 2차 세계대전 당시 흑인 영웅 도리스 밀러(1919∼1943)의 이름을 따 ‘도리스 밀러함’으로 지으려 했는데, 교체를 검토 중이라면서다.

밀러는 1941년 진주만 공습 당시 전함 웨스트버지니아함에서 취사병으로 복무한 해군 영웅이다. 일본군의 공격을 받자 부상자를 옮기고 기관총을 잡아 응전했다. 기관총을 다루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데도 일본 군용기를 여러 대 격추했다. 이 공로로 1942년 해군십자훈장을 받은 밀러는 이후 3등 취사 부사관으로 진급한 이듬해 일본 잠수함이 쏜 어뢰에 함선이 피격되면서 전사했다. 미 해군은 2020년 밀러의 이름을 딴 군함을 만들겠다며 “흑인이자 사병 출신 군인의 전공을 기려 이름을 붙인 최초의 항공모함”이라고 홍보했다.

트럼프도 2019년 ‘진주만 추모의 날’에 밀러의 공적을 치켜세웠다. 그런 트럼프가 기어코 밀러 대신 본인의 이름을 군함에 새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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