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약사 이노벤트가 2025년 9월(현지시간) 상하이에서 주최한 복부 비만 관련 전시회. 로이터=연합뉴스
제품명을 언급하지 않고 약을 광고할 수 있을까.
로이터통신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처방약 직접 광고를 제한한 중국에서 체중 감량 의약품 제조사가 색다른 캠페인을 통해 비만 치료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세계 2위 의약품 시장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중국에서 과체중·비만 인구 비율이 2030년까지 65%를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 비만 치료제를 판매하는 제약사에게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문제는 중국에서 제약사가 처방약을 소비자에게 직접 광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제약사는 특정 질환의 위험성을 알리고, 의사와 상담할 것을 권고하는 방식의 대중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다. 이에 비만 치료제 제약사는 비만·수면무호흡증·지방간 등 관련 질환을 앞세워 소비자 관심을 끌고 자사 의약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 로이터=연합뉴스
대표적인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를 만드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최근 상하이 지하철역에 ‘아빠의 코골이에 주의를 기울이세요. 신속하게 호흡기내과나 수면센터를 방문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라는 내용의 광고 배너를 게시했다. 코골이는 수면무호흡증의 흔한 증상이다. 수면무호흡증은 과체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운자로가 임상시험에서 수면무호흡증 완화 효과를 보인 만큼, 사실상 자사 비만 치료제 홍보 효과를 노렸다.
비만 치료제 ‘마즈두타이드’를 출시한 중국 제약사 이노벤트(信達生物)는 같은 지하철역에 ‘과학적 체중 관리가 지방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시했다. 지난달 중국 쑤저우의 한 축구 경기장에서도 ‘이노벤트 체중 감량, 놀랍다!’라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광고를 노출했다.
2024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위고비 한국 출시 행사장의 모습.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대표적인 비만 치료제다. 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지난 6~7월 상하이에서 ‘건강한 체중 감량’을 주제로 하는 행사를 열었다. 화이자 직원은 행사 참석자에게 “지속 가능한 건강한 생활방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트레이너는 참석자를 대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진행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도 지난달 베이징 거리에서 건강 전시회를 열고 자사 치료제의 임상시험 검증 사실 등을 홍보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캠페인이 의약품 직접 광고 금지 규정을 위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한 법률 전문가는 로이터에 “이노벤트의 지하철 광고는 소비자에게 특정 처방 체중 감량 약물을 직접 연상시키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광고에는 제품명 마즈두타이드가 명시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발음이 비슷한 캐릭터 ‘마두두’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