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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슬루에 루트 개척 전담팀…산악인 클라이언트 300여명 몰려

중앙일보

2026.08.28 17:00 2026.08.30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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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시즌 마나슬루 베이스캠프. 사진 세븐서미트트렉

가을 시즌 마나슬루 베이스캠프. 사진 세븐서미트트렉

" 누가 로프를 깔았어? "
누군가 히말라야 고산을 올랐다면, 경험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묻곤 한다. 고산 등반에서 ‘누가 선두에서 등반 로프를 설치했는지’는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일을 셰르파(네팔 고산족 또는 고산 등반 가이드)가 하는 현실에서 루트 파인딩(route finding)과 고정 로프(fixed rope) 설치는 곧 등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른 건 셰르파에게 맡기더라도, 그것만은 산악인의 몫이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을 시즌 마나슬루 베이스캠프. 사진 세븐서미트트렉

마나슬루 베이스캠프에서 출발하는 산악인들. 사진 세븐서미트트렉

히말라야 등반에서 현지인(티베트·네팔·파키스탄 등)의 역할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는다. 에베레스트 등반이 시작된 100여 년 전부터 인도 다르질링의 셰르파들이 원정대의 고산 포터로 활동했다. 이들은 다르질링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최대 두세 달에 걸쳐 짐을 날랐다. 베이스캠프에서 로프와 등반 장비를 상위 캠프까지 옮기는 일도, ‘클라이언트’가 텐트에서 일어나면 그에게 차를 제공하고 구두를 신겨주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에드먼드 힐러리(1919~2008)와 함께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오른 텐징 노르가이(1914~1986)도 처음엔 짐꾼이었다.

그러나 루트를 개척할 때 선두에서 픽스 로프를 설치하는 일은 원정대가 직접 맡거나 원정대들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까지도 이런 방식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변해가고 있다. 네팔의 8000m 산 노멀(normal) 루트에서 고전적인 방식의 등반이 줄고 있다는 소식이다.
마나슬루 등반 노멀(북동면) 루트. 사진 세븐서미트트렉

마나슬루 등반 노멀(북동면) 루트. 사진 세븐서미트트렉

지난 24일 네팔 원정대운영자협회(Expedition Operators Association Nepal·EOAN)는 올가을 마나슬루(8163m)에 오르는 산악인을 위해 7명의 픽스 로프 전담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7명의 셰르파는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등반 루트를 개척할 계획이다. 네팔 상업등반(돈을 내고 셰르파의 지원을 받아 고산에 오르는 등반) 시스템이 고도화하면서 정상부 픽스 로프 설치까지 현지 전담팀이 맡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EOAN은 히말라야 8000m 산에서 상업등반대를 운영하는 업체의 연합체다.

이전에도 이런 움직임은 있었지만, 이번 마나슬루의 경우 협회가 직접 전담팀을 꾸렸다는 게 다르다. 정상 시도는 사실상 이들이 루트를 모두 개척한 뒤에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루트를 선택하지 않은 한 산악인은 루트 개척에 관여할 여지가 없다. 로프에 주마(Jumar·로프에 걸어 잡아당길 수 있는 등반 장비)를 걸고 오르면 되는 것이다. ‘산악인’이 아니라 ‘클라이언트’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마나슬루에 등반객이 몰리면서 전담팀이 먼저 길을 열고 이를 공유하는 방식이 효율적이 됐다. 보통 상업등반 에이전시는 봄에 에베레스트에 집중하고, 여름엔 K2(8611m)를 비롯한 가셔브룸 1·2봉(8068m, 8035m)과 브로드피크(8047m) 그리고 가을 시즌에는 마나슬루와 칸첸중가(8586m)로 손님을 모신다. 마나슬루는 8000m 14개 봉우리 중 비교적 오르기 쉬운 산으로 알려져 있다.

상업등반 서비스가 고도화하면서 8000m 산의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베이스캠프와 고소캠프 운영부터 인공산소 수송, 루트 개척까지 전문 업체가 맡으면서 더 많은 사람이 8000m 등반에 나설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것이다.

네팔 관광청에 따르면 2024년 가을 마나슬루 등반 허가는 308명, 지난해에는 374명(9월 말 기준)으로 늘었다. 올가을에도 300명 이상의 클라이언트가 마나슬루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등반허가료는 1인당 3000달러(약 420만원)로 10년 전보다 2배가량 올랐다.

전체 패키지는 이보다 훨씬 비싸다. 네팔 산악계에 따르면 마나슬루 패키지는 1만8000~2만8000 달러(약 2500만~3800만원) 선이다. 이는 항공료와 셰르파 서비스 차지, 서미트 성공 보너스 등을 제외한 것으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든다. 에베레스트의 경우 최저 4만5000 달러(약 6200만원)부터 시작한다.

관광청에 따르면 올봄 에베레스트 허가는 494건, 등정 횟수는 1000회(셰르파와 중복 등정 포함) 가까이 됐다. 지난 5월 20일엔 하루에 274명이 세계 최고봉에 올랐다.



‘서비스’가 된 히말라야 루트 개척

세계에서 8번째로 높은 마나슬루 정상. [AFP=연합뉴스]

세계에서 8번째로 높은 마나슬루 정상. [AFP=연합뉴스]

에베레스트에서는 일찍부터 전문적인 루트 개척 작업이 이뤄졌다. 아이스폴 닥터라 불리는 셰르파가 크레바스에 철제 사다리를 놓고, 캠프2부터 정상까지는 별도의 픽스 로프팀이 맡는 식이다.

과거에는 각 원정대의 대장들이 모여 협의하고 서로 힘을 모아 등반 루트를 개척했다. 선두에 나설 자신이 없는 원정대는 로프를 제공하고, 그마저도 없는 원정대는 일정 정도 비용을 냈다. 남이 깔아놓은 로프 사용료를 내는 식이다. 그마저도 내지 않고 버티다 몰래 뒤따라가는 ‘얌체 산악인’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장면은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제 히말라야 8000m 산이 ‘등반 서비스’의 대상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 에이전시는 베이스캠프부터 고소캠프, 산소, 식량, 셰르파, 기상정보, 구조체계, 그리고 정상 공격까지 가이드한다. 클라이언트는 돈을 내고 그들을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마나슬루 베이스캠프에서 출발하는 산악인들. 사진 세븐서미트트렉

마나슬루 베이스캠프에서 출발하는 산악인들. 사진 세븐서미트트렉

상업등반의 확대는 산악인의 등반 방식뿐 아니라 산악 환경에도 영향을 끼쳤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는 한 시즌 수많은 등반객과 트레커, 셰르파, 조리사 등 지원 인력이 몰리면서 쓰레기와 인분 처리 문제가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해발 5300m 쿰부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으며, 지반이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팔 정부는 이에 따라 2022년 베이스캠프를 현재 위치보다 200~400m 아래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셰르파와 등반업계의 반발로 결국 보류됐다. 베이스캠프를 낮추면 쿰부 아이스폴까지 이동 시간이 약 3시간 늘어나, 기온이 오르는 낮에 위험한 아이스폴을 통과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유에서였다. BBC에 따르면 당시 관련 협의 참석자의 95% 이상이 반대했다.

고정 로프 설치도 환경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상업등반대가 고정 로프 설치 후 철거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 때문에 로프가 서로 뒤엉켜 안전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지금 네팔에서 벌어지는 일은 역설적이다. 에베레스트 등반의 서막을 연 조지 말로리(1886~1924)는 왜 산에 가느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그 자체가 등반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금 상업등반이 주도하는 8000m 등반은 누군가 깔아 놓은 줄을 잡고 오르는 형태가 기본이 됐다. 루트 개척은 물론 고소 캠프 설치, 인공산소 수송 등 전 영역에서 셰르파의 역할이 커졌다.

김영주 기자 [email protected]


김영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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