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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무상원조, 코이카로 통합” 뒤 달라진 기류…16년 무상원조 분절화 해소될까

중앙일보

2026.08.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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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 2차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여러 기관이 원조 사업을 하다 보면 우리가 경쟁의 희생이 되는 경우도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쪽(수원국) 정부의 특정 기관이 우리의 분열된 상황을 이용하는 경우도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여러 기관이 유사한 무상원조 사업을 각자 진행해 원조를 받는 국가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이었다. 무상원조 사업의 중첩이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취지다. 조 장관은 “통합 계획을 가급적 빠르게 만들고 통합 플랫폼을 완성하겠다”고 덧붙였다.

무상원조 통합 체계를 갖추기 위한 외교부의 움직임이 선명해지고 있다. 당초 2030년까지 무상원조 시행기관을 10여 개로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지난 5일 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무상원조 예산과 집행을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으로 통합하라고 재차 주문하면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는 기류다. 외교가에선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 가입 이후 16년간 이어진 무상원조 분절화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무상원조 분절화는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 대상 원조 사업을 제각각 쪼개어 집행하는 구조를 말한다.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여러 국제협력사업이 ODA 테두리에 들어오고 시행기관과 사업 수가 급증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ODA’ 간판을 달면 예산 확보가 쉽다는 판단하에 각 부처 간 사업 유치 경쟁이 가열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기준 ODA 시행기관은 41개(부처·청 기준)에 달하며, 산하기관까지 포함하면 100여 곳에 이른다. 소규모 사업이 난립하는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가운데)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 통일부, 국방부(병무청·방위사업청), 국가보훈부 업무 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진아 외교부 2차관(가운데)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 통일부, 국방부(병무청·방위사업청), 국가보훈부 업무 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렇게 분절화된 구조는 원조를 받는 수원국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필리핀 경제기획개발부는 시행기관 난립과 창구 다변화로 인해 한국의 ODA 사업을 자국의 장기국가개발계획과 연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외교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가개발계획부 역시 코이카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유사 사업을 중복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OECD DAC는 ‘2024 개발협력 동료검토 보고서’에서 “한국의 분절적 구조는 협력국에 전략적·행정적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그간 무상 사업 간 연계를 추진해 왔으나 실효성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2021년 코이카의 ‘캄보디아 산학연계 비즈니스 인큐베이팅 체계구축사업’을 국무조정실의 ‘국제기술혁신협력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캄보디아 섬유분야 생산기업현장 애로기술지도’ 사업과 연계하려 했으나 사업 대상의 차이 등으로 무산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교부와 코이카가 주도해 예산 통합부터 사업 발굴, 기획·관리까지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한정애 의원은 “코이카 중심으로 무상원조를 통합할 경우 국회의 감독·통제를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질적인 예산과 인력이 따라오지 않으면 통합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해외봉사단 사업을 통합한 월드프렌즈코리아(WFK)의 경우 예산은 통합됐으나 코이카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이 여전히 사업을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며 “예산뿐만 아니라 집행 체계, 권한, 인력을 정비하지 않으면 ‘무늬만 통합’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심석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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