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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 오면 1500만원 적자”…손님 부를수록 손해 보는 결혼식

중앙일보

2026.08.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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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는 50명만 부를 거예요.” “얘, 그동안 우리가 뿌린 축의금이 얼만데.”

‘8월의 신부’ 김성희(29)씨와 ‘8월의 혼주’ 어머니와의 뜨거운 언쟁. 세상 불편한 자리로 꼽히는 상견례보다 편치 않았단다. 김씨는 하객을 최소화한 ‘스몰웨딩’을 고집했고, 부모님은 300명쯤 오는 ‘호텔웨딩’을 내세웠다.

결혼식은 축복이 오가는 의례다. 하지만 손익도 오간다. 누구는 손해를 감수하고, 누구는 판을 줄이려 하지만 누구는 계속 커지길 바란다. 누구는 발을 빼기도 한다. 1년 새 혼인 건수가 14% 늘어난 2026년 여름, 그 천태만상으로 들어가 봤다.

“가만, 우리가 200명을 불렀는데 축의금이 평균 10만원이라고 치고, 식대가 1인당 12만원이니….”

지난달 호텔 결혼식을 올리기 전, 이정훈(32)씨는 이렇게 ‘적자 규모’를 가늠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부모님 체면도 있고, 평생 한 번인데 감행했다”고 전했다. 보통 호텔 결혼식 식대는 1인당 12만~18만원. 반면 축의금은 5만~10만원에 몰려 있어 하객이 많을수록 신랑·신부의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이씨가 감수한 ‘손해’는 1500만원에 이르렀다.

그래서 한모(31)씨는 지난 5월 결혼하면서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는 최소화하거나 포기했다. 식대는 고정 비용이라 건드릴 수 없었다. 한씨는 “우리 (부부) 손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며 “결혼을 먼저 한 선배의 조언을 듣고, 친구들과 견적서를 공유하면서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했다.

‘감당할 수준’은 갈수록 ‘아닌’ 쪽으로 흘러왔다. NH농협은행이 지난해 출금한 축의금을 분석했더니 평균 11만7000원. 2023년 11만원, 2024년 11만4000원에서 완만하게 늘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기준 서울 강남 결혼식장의 1인당 식대는 올해 처음으로 평균 9만원을 넘어섰다. 전국 평균 1인당 식대는 5만9000원이다. 여기에 대관료·꽃장식·최소보증인원까지 더하면 ‘남는 장사’가 아니다. 게다가 웨딩홀 4곳을 조사해 보니, 식대는 2021년 평균 5만1000원에서 9만2000원으로 약 44%나 뛰었다. 축의금이 3년간 3% 오르는 동안 식대는 그 몇 배 속도로 오른 셈이니, 손익 계산은 애초에 신랑·신부 쪽에 불리하게 기울어 있다.

손익을 따지자면 ‘비혼’을 선언한 문지석(38)씨의 손해가 막심할 터. 그는 지난 2년간 참석한 결혼식이 열 곳이 넘는다.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 이건 그냥 나가기만 하는 돈”이라면서도 “계속 볼 사람들이라 매정하게 안 갈 수도, 적게 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문씨가 최근 참석한 친구 결혼식에서 낸 축의금도 20만원. 평균치를 웃돈다.

농협 통계를 연령대별로 보면, 2030세대의 평균 축의금은 13만8000원으로 4050세대(10만7000원)나 60대 이상(11만8000원)보다 높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세대가 더 많이 내는 셈이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봐도 가구주 소득은 대체로 40~50대에 정점을 찍고, 사회초년생이 몰린 20~30대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런데 축의금은 거꾸로 간다. 왜일까.

그래픽=이윤채 기자

그래픽=이윤채 기자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대개 참석 시 10만원, 불참 시 5만원 같은 사회적 준거점을 지녔지만, 2030세대는 본인이 치렀거나 앞둔 결혼의 ‘시가(市價)’를 기준점으로 삼기 때문에 청년층의 평균 액수가 더 높게 형성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작 이 손익 계산이란 게임에서 흔들리지 않는 캐릭터는 결혼식장이란 주장도 있다. 최근 1년 새 대관료·장식·식대를 합친 예식 비용은 60% 가까이 뛰었고, 비수기(여름·겨울)에도 할인 폭과 기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 강남권의 한 웨딩플래너는 “예전엔 비수기엔 20~3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10% 할인도 잘 안 나온다”며 “예식장 자체가 줄어드니 굳이 깎아줄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예식장 수는 2019년 말 890곳에서 올해 6월 763곳으로, 6년 새 14.3% 감소했다. 이영애 교수는 “저출산과 코로나19 영향에 고급 예식장 위주로 남아 있고, 한 번 오른 가격은 좀처럼 다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스몰웨딩 등 저가 대안이 늘어나도록, 지자체의 공공 예식장 지원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가격 상승이 ‘혼인 반등의 끝물’이라는 위기감과도 맞물려 있다고 보기도 한다. 490만 명 정도에 이르는 2차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결혼 적령기에 들어오면서 혼인 건수가 늘었다. 그러나 그 이후 세대인 1997~2002년생만 해도 100만 명가량 줄어든다.

한씨는 “하객을 늘리면 식대 부담이 축의금보다 커지고, 줄이면 최소보증인원을 못 채워서 위약금 성격의 비용을 물어야 하더라”며 “결국 어느 쪽으로 가도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했다.

예식장의 ‘최소보증인원’이 구조적인 관행이라면,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부담스러운 금액이 서로 오가며 굳어지는 것은 심리적인 관행이다. 이 역시 쉽게 깨지지 않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맺은 관계를 어떻게든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유난히 크다”며 “그러다 보니 부담스러운 금액도 감수하게 되고, 나중에 그만큼 받아야 한다는 생각마저 겹쳐 암묵적으로 일정 기준 밑으로는 잘 내려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웨딩 부부는 손해를 감수하고, 스몰웨딩 부부는 판을 줄이려 하지만 예식업체는 계속 커지길 바란다. “문제는 이 모든 계산의 밑바탕이 되는 비용 자체가 계속 오르기만 한다는 것.”(결혼업계 관계자) 그래서 몇몇 부부는 아예 결혼식에서 발을 뺐다고 했다. ‘식’ 없는 결혼이다. 이런 ‘노웨딩’에 대해 청년 79%가 “긍정적”이라고 답하기도 했다.(어피티)

김씨 부부는 부모님을 설득해 스몰웨딩을 진행한다. “비용은 계속 오르고, 정작 결혼을 앞둔 세대의 지갑이 얇아진다면, 결혼식 문화 자체가 사라질 것 같아요. 결혼식장이 웃을 수 있을까요.”





원동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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