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필리버스터, 쌍특검 촉구 단식, 올림픽공원 집회까지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았나.”(국민의힘 최고위원) vs “그렇다면 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도 당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 ‘커플링’ 상태인가.”(국민의힘 영남 중진)
지난 26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당내 평가는 이처럼 극과 극으로 갈린다. ‘절윤’ 논란과 12·3 비상계엄 사과, 한동훈 전 대표 제명, 6·3 지방선거 등 숱한 위기와 사퇴론에도 체제를 지켜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강성 지지층에 기대면서 당 밖으로 외연을 넓히는 데는 실패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장동혁 체제가 출범한 지난해 8월 당시 23%였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현재도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방증이다. 지난 1년 장동혁 체제를 지탱한 당내 권력구조와 한계를 지도부와 당내 중진 의원, 초·재선 의원들의 목소리를 통해 분석해봤다.
판사 출신 장 대표는 2022년 보궐선거(충남 보령-서천)로 국회에 입성해 2024년 재선한 1.5선이다. 스스로도 지난 19일 펜앤마이크 유튜브에 출연해 “1.5선 당 대표로서 정치 경험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치 경력이 짧은 만큼 당내에 구축한 자기 세력이나 중진 네트워크가 약하다. 그걸 당원과 강성 보수층 동원으로 상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26일 전당대회 결선투표에서 장 대표가 김문수 후보를 50.27%대 49.73%, 불과 0.54%포인트 차로 꺾고 당선된 데는 당원 투표가 결정적이었다. 국민여론조사에서는 39.82%에 그쳐 김 후보(60.18%)에게 20%포인트 이상 뒤졌지만, 80%가 반영되는 당원투표에서는 52.88%를 얻어 김 후보(47.12%)를 앞선 것이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장, 윤 지지층 기대며 합리적 보수 멀어져 장 대표가 지난 26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당원주권 2.0 시대”를 공언한 것도 이런 권력 기반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 측은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이 외연 확장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강성 당권파이자 장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정치는 부피가 아니라 질량”이라며 “정당은 가치와 이념의 결사체인데 보수의 가치와 이념을 더 강하게 해 질량을 높임으로써 외연을 확장해야지, 좌클릭하는 것은 외연 확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 대표가 추진하는 당협위원장 당원 직선제 역시 자신을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의 당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장동혁 대표 체제에 늘 따라붙는 게 있다. 강성 당원 중심의 당 운영으로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더욱 커졌다는 비판이다. 국민의힘 초·재선 모임인 ‘대안과 미래’ 간사 이성권 의원은 “그 지지층은 성향상 부정선거 음모론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며 “그런 강성 지지자와 강성 당원을 중심에 놓고 당을 운영하면서 합리적 보수와 개혁적 보수가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장동혁 체제의 또 다른 버팀목은 당의 의사 결정 머신, 즉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적 우세다. 현재 지도부는 장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 임이자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신동욱 수석최고위원과 김민수·김재원·양향자·우재준·조광한 최고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우 최고위원 정도가 장 대표와 뚜렷하게 각을 세우고 있다. 인적 구조 탓이 큰데, 정점식·임이자·김재원 등 3인을 빼곤 초선이거나 원외 인사이고 영남·강남 등 텃밭 출신들이다. 양향자·조광한 등 2인은 국민의힘 당적이 된 지 1~3년여 정도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민심이나 당의 전통보다, 공천 또는 당 장악에 직접적 이해가 걸렸다고 볼 수 있다. 지도부로서의 경륜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최고위 의결이 필요한 주요 사안에서 장 대표와 함께 행동하는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당 중앙윤리위가 동원되곤 한다. 비당권파 의원들에 대한 징계에 착수하고 최고위가 이를 추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징계 정치’ 논란이 불거진 게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장 대표는 친장동혁 색깔이 강한 인물을 윤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장 대표의 다른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 6·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원한 당내 의원들을 겨냥해 “이 당에서 문제가 돼 제명 처분된 사람의 선거를 돕겠다고 나섰으면 탈당하고 가서 하면 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장 대표 개인적으론 까다로운 문제는 회피하는 방책을 쓰곤 한다. 6·3 지방선거 이후 책임론이 거세지고 같은 달 17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로부터 면전에서 사퇴 요구를 받자 이튿날 건강 악화를 이유로 입원했다. 당내 의원들이 당협위원장 직선제에 집단적으로 반발한 지난 21일 의원총회에도 건강검진을 이유로 불참했다. 장 대표의 용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해온 우재준 최고위원은 “사실 지방선거가 끝났을 때 사퇴해야 했는데 그 시기를 놓친 게 제일 크다”며 “지금 당장 총선을 치러야 하는 것처럼 아주 급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장 대표가)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당권파가 연이어 ‘실수’하면서 장 대표에게 반격 빌미를 주기도 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 제명으로 구심점을 잃은 데다 ‘개혁’ 성향의 ‘대안과 미래’는 소속 권영진 의원이 정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은 일로 인해 타격을 받았다. 한 초선 의원은 “‘대안과 미래’는 이미 이미지가 훼손돼 목소리에 힘이 없으니 판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머신’을 장악한 건 맞으나, 당내 세력까지 확장했다고 보긴 어렵다. 원내 다수가 ‘한동훈 비토’ 심리로 장 대표 체제를 용인하거나 묵인하는 쪽이었는데 이것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24일 최고위에서 의결이 유보된 당협위원장 직선제 논의는 지도부 내부의 동역학을 그대로 드러냈다. 김민수·조광한·김재원 최고위원은 장 대표의 구상에 힘을 실었지만 정점식 원내대표와 우재준 최고위원은 반대했다. 신동욱 수석최고위원과 양향자 최고위원, 임이자 정책위의장은 신중론을 폈다. 친장동혁계 과반이라는 큰 틀은 유지되고 있지만 모든 사안에서 장 대표의 구상이 관철되는 구조는 아닌 셈이다. 친윤계 당권파로 분류되는 신동욱 최고위원은 “지금 이재명 정부에서 경제나 대미 외교 등 굉장히 위험한 시그널이 많다”며 “이런 시국에 언제까지 당내 문제를 가지고 갈 것이냐는 생각이 있다. 당 내부 문제보다는 국가적 어젠다와 민생 문제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목받는 건 정점식 원내대표다. 영남권 주류의 대표격으로 장 대표에 종종 제동을 걸고 있다. 의원들과 모임을 이어가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불러내고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의원연찬회 참석을 두곤 “보수의 상징이라는 의미가 있겠지만 수도권 등에서는 퇴행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한 초선 의원)는 지적이 나온다.
관망하던 중진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26일 4선 이상 의원 19명 가운데 9명이 모여 장 대표와의 간담회를 요구하고 징계 문제 등에 우려를 나타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낸 5선의 김기현 의원 등이 ‘미래와 혁신’ 포럼을 주도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여당 실정에도 반사이익 못얻고 끌려가” 그렇다면 장동혁 체제는 유지될까. 장 대표는 26일 당원권 강화를 통해 임기를 다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로선 그를 하차시킬 힘이 결집되진 않았다는 게 당내 분석이다. 그러나 그의 한계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장 대표는 당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는 찬성했지만 이후 한동훈 의원과 결별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에는 불참했고 탄핵 반대층과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을 핵심 지지층으로 삼았다. 그런 만큼 민심과는 멀어졌다.
이성권 의원은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윤석열 계엄과 단절하기보다 그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고,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를 오히려 분열 세력으로 낙인찍었다”며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놓친 것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영남권 중진 의원도 “비상계엄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고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했는데 과연 진지하게 반성했고 그 진정성을 국민에게 보여줬느냐가 가장 큰 문제”라며 “노선 변화가 필요한데 민주당의 실정과 폭정에도 불구하고 반사이익조차 얻지 못한 채 끌려가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