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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억을 1조로 불렸다…이랜드 ‘뉴발 매직’ 호카에도 불까 [비크닉]

중앙일보

2026.08.28 22:00 2026.08.2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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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이랜드가 글로벌 스포츠 러닝화 브랜드 호카(HOKA)의 국내 유통 파트너로 선정됐다. 호카의 글로벌 본사인 데커스는 “한국 내 호카 브랜드 새로운 총판으로 이랜드 선정하게 됐음을 공식 발표한다”며 “이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호카가 한국 시장에서 지속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러닝화 브랜드 호카의 글로벌 본사 데커스가 국내 호카 브랜드 총판으로 이랜드를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 호카

러닝화 브랜드 호카의 글로벌 본사 데커스가 국내 호카 브랜드 총판으로 이랜드를 선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 호카

호카는 국내 러닝 및 아웃도어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브랜드다. 지난 2018년 조이웍스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고, 현재 매출은 연간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는 “호카 유통 관련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세부 사항, 공식 입장은 양사 간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이랜드가 이번 총판 계약을 따낸 배경으로 이랜드의 뉴발란스 성공 케이스를 꼽는다. 같은 카테고리인 뉴발란스를 250억원대 마니아 브랜드에서 1조원대 국민 브랜드로 키운 전력이 있어서다. 호카의 사업 개시 시점이나 운영 방식 등 구체적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뉴발란스의 성장 궤적에서 호카의 향후 전개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같은 브랜드, 다른 결과 만든 유통 전략

국내서 전개 중인 패션 브랜드 중 단일 브랜드로 ‘1조 클럽’에 입성한 브랜드는 나이키,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유니클로 정도다. 뉴발란스는 지난 2024년 매출 1조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1조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뉴발란스는 스포츠 신발 브랜드 중 매출 순위로 5위권에 머물러있지만, 국내에서는 아디다스를 제치고 나이키를 추격하는 2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해외와 국내 시장의 이런 온도 차는 이랜드의 전략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랜드를 단순 라이선스 유통사가 아니라 협업 파트너로 평가하는 이유다.

이랜드가 호카의 총판 계약을 따낸 배경으로는 이랜드의 뉴발란스 국내 유통 성공 사례가 꼽힌다. 사진은 뉴발란스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사진 이랜드

이랜드가 호카의 총판 계약을 따낸 배경으로는 이랜드의 뉴발란스 국내 유통 성공 사례가 꼽힌다. 사진은 뉴발란스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사진 이랜드

이랜드의 뉴발란스 유통 전략의 핵심은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판매)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풋락커’나 ‘JD 스포츠’ 같은 대형 도매상(홀세일)을 통해 유통망과 소비자 접근성을 넓혀왔다. 뉴발란스도 미국·유럽에선 도매 중심이지만, 국내에선 직영 매장과 자사 웹사이트, 백화점·대리점의 단독 매장 등으로 도매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은 크지만, 소비자와의 접점을 통해 시장 반응을 기민하게 반영하고 마진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시장 가격·마케팅·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대한 통제력을 직접 쥘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스키니진에 스니커즈, 패션 운동화 시대 열다

뉴발란스의 매출 곡선을 보면, 2008년(250억)부터 2016년(4600억)까지 급성장기를 맞는다. 2000년대 후반은 지금처럼 스니커즈 문화가 자리 잡기 전이다. 구두와 운동화의 경계가 뚜렷했고, 스키니진 같은 일상복은 물론 정장에 운동화를 신는 방식도 이 무렵 처음 생겨났다. 전반적으로 패션 트렌드가 캐주얼 중심의 스트리트 패션으로 옮겨가는 시기였다.
그래픽 마민아 디자이너

그래픽 마민아 디자이너


이랜드는 뉴발란스 국내 마케팅의 주도권을 쥐고 이런 대세 상승기를 잘 활용했다. 특히 초반에 진행한 스타 마케팅이 신의 한 수로 꼽힌다.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던 다른 스포츠 브랜드와 달리, 이효리·이승기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타를 활용해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매력을 강조했다. 실제로 2009년 이효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은 574 모델은 출시와 함께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당시 ‘시크릿 가든’ 같은 인기 드라마에 제품을 노출하는 간접광고(PPL)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언더그라운드 가수·비보이·패션 스타일리스트 등 젊은 층에서 영향력이 큰 패션 리더를 브랜드 홍보대사 격인 ‘엔비 마크 피플(NB Mark People)’로 선정한 것도 이 무렵이다.



잡스 운동화로 ‘헤리티지’ 잡고, 한국 특화 상품도

물론 이랜드의 마케팅이 빛을 발한 데는 뉴발란스 자체의 브랜드 유산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에게 뉴발란스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운동화로 유명했다. 2010년 아이패드 론칭 설명회 당시 청바지에 검은 터틀넥, 뉴발란스 992를 신고 등장한 잡스의 모습은 이후 하나의 밈처럼 상징화됐고, 최고가 라인인 뉴발란스 900번대 시리즈의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2010년대 후반부터 스니커즈 시장이 폭발하면서 프리미엄·한정판 운동화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특히 못생긴 운동화 일명 ‘어글리 슈즈’의 인기로 뉴발란스의 다소 투박한 디자인은 공고한 브랜드 자산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뉴발란스 530모델. 한국 고객 맞춤형 상품 기획으로 지난 2020년 이랜드가 뉴발란스 글로벌 본사에 10년만에 재출시할 것을 요청해 만들어진 복각 클래식 러닝화다. 사진 이랜드

뉴발란스 530모델. 한국 고객 맞춤형 상품 기획으로 지난 2020년 이랜드가 뉴발란스 글로벌 본사에 10년만에 재출시할 것을 요청해 만들어진 복각 클래식 러닝화다. 사진 이랜드


이런 흐름을 탄 이랜드는 2016년 이후 정체됐던 성장 그래프를 2020년 복각 시리즈로 다시 폭발시켰다. 당시는 래플(추첨)·리세일 문화 등 국내서 한정판 스니커즈에 대한 수요가 정점을 찍던 시기였다. 이랜드는 직영 매장에서 모은 고객 데이터와 한국인의 발 모양, 기능성 러닝화 디자인의 유행 등을 분석해 본사에 530 모델을 10년 만에 재출시할 것을 요청했다. 과거 모델을 복각한 클래식 러닝화 530은 출시 후 200만족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매출 곡선을 끌어올렸고, 한국 특화 의류 시리즈와 키즈 라인까지 연달아 히트했다. 이랜드에 따르면 일본·동남아는 물론 미국 본사에서도 한국 뉴발란스 마케팅 노하우를 배우러 찾아올 정도다.



직진출 흑역사 재현될까

한국 내 뉴발란스의 매출이 커지면서 뉴발란스의 직접 진출 압박은 늘 있어왔다. 매출이 정체했던 2017년엔 미국 본사가 이랜드에 50대 50 조인트벤처 설립을 제안하며 사실상 직진출 카드를 꺼냈지만, 이랜드가 방어에 성공하기도 했다. 2024년 기준으로 뉴발란스 글로벌 매출은 78억 달러(약 11조원)를 찍었고 한국 단일 매출만 1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이 글로벌 핵심 시장으로 떠오르며 시장 직접 진출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뉴발란스 본사는 2024년 ‘뉴발란스 코리아’ 법인을 세웠고, 올해는 유한회사로 전환해 본사 출신 경영진을 중심으로 조직도 꾸렸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뉴발란스 공식 홈페이지는 올해 말 종료된다. 라이선스 계약은 2030년까지 유지되지만 사실상 유예 기간에 가깝다.
지난 3월 열린 이랜드 뉴발란스의 '2026 런 유어 웨이 하프 레이스'에서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달리고 있다. 사진 이랜드

지난 3월 열린 이랜드 뉴발란스의 '2026 런 유어 웨이 하프 레이스'에서 참가자들이 서울 도심을 달리고 있다. 사진 이랜드


이렇게 유예 기간을 둔 건 한국이 직진출 하기 녹록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흑역사도 있다. 이랜드가 1994년 들여와 100억원대였던 매출을 2007년 기준 2000억원대까지 키운 독일 스포츠 브랜드 푸마. 푸마는 2008년 한국 시장 직접 진출 후, 유통망 관리에 실패하며 매출이 절반 이하로 급락했다. 최근에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은 1500억원대에 그친다. 이밖에 리앤한이 수입했던 골든구스도 직접 진출 후 매출 꺾인 사례다.

반면 삼성물산이 12년간 전개하던 톰 브라운은 2023년 직접 진출했지만, 브랜드 운영권만 넘기고 실제 매장 운영과 발주 및 상품 기획 같은 실무는 삼성물산에 위탁하는 계약으로 완충지대를 마련했다. 뉴발란스도 이와 비슷하게 2030년까지 뉴발란스 코리아와 이랜드가 협업하는 연착륙 체제로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키즈 라인 등 국내 특화 전략이 필요한 부문이나 한국 독점 상품 등은 계속해서 이랜드가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



1000만 러닝 시대, 호카에 거는 기대

이랜드가 2030년 이후 공백에 대비해 들여온 글로벌 브랜드 라이선스가 바로 호카의 국내 총판권이다. 기존 유통사인 조이웍스와의 분쟁이나 재고 승계·매장 전환 등 변수가 남아 있지만, 업계에선 호카와 이랜드의 결합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호카는 이미 자생적 성장 기반을 갖춘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마침 국내 러닝화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점과도 맞물린다.

호카는 2009년 프랑스에서 탄생한 러닝화 브랜드다. 2013년 미국 신발 전문 기업 데커스에 인수됐다. 기존 러닝화 대비 두툼한 미드솔과 강한 쿠셔닝, 강렬한 디자인 등 이른바 ‘맥시멀리즘(과한)’ 콘셉트로 소비자에게 눈도장을 찍어온 개성 있는 브랜드다.
두툼한 미드솔과 강한 쿠셔닝 등 호카 특유의 기술적 정체성과 독특한 디자인은 투박하지만 성능은 확실한 신발로 포지셔닝했던 초창기 뉴발란스와 비슷하다. 사진 호카

두툼한 미드솔과 강한 쿠셔닝 등 호카 특유의 기술적 정체성과 독특한 디자인은 투박하지만 성능은 확실한 신발로 포지셔닝했던 초창기 뉴발란스와 비슷하다. 사진 호카


국내 러닝화 시장은 나이키·뉴발란스·아디다스 등 전통의 강호에 아식스·온 등 신흥 강자가 가세하며 어느 때보다도 달아오르고 있는 중이다. ‘1000만 러닝 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러닝 인구가 늘고, 러닝 문화가 일상에 자리 잡고 있다.

호카는 뉴발란스와 여러모로 닮아있다. 호카의 기술 정체성과 특유의 디자인은 투박하지만 성능은 확실한 신발로 포지셔닝했던 초창기 뉴발란스와 비슷하다. 전체 운동화 시장의 40%에 런닝화 시장에서 뉴발란스보다 초기 체급이 높다는 것도 호카의 장점이다. 여기에 이랜드가 뉴발란스에서 검증한 직영 체제, 한국 특화 상품 기획, 스타 및 헤리티지 마케팅 등을 성공적으로 이식한다면 또 다른 메가 브랜드 탄생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250억을 1조로 만든 이랜드의 뉴발란스 ‘매직’이 호카에도 통할지 지켜볼 일이다.




유지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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