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집에서 아내를 흉기로 88차례 찔러 살해한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남성은 “부부관계를 유지하자고 설득하기 위해 흉기를 가져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1-1부(김태호·박선영·강효원 고법판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70대 남성 A씨의 항소심에서 검찰과 A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12일 오전 11시18분쯤 경기 고양시에 있는 딸의 집에서 아내 B씨를 흉기로 88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전날 말다툼을 벌인 B씨가 딸의 집으로 간 뒤 돌아오지 않자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흉기를 가방에 챙겨 B씨를 찾아갔다.
A씨는 재판에서 순간적인 감정 폭발에 따른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미리 준비한 흉기에 대해서도 “부부관계를 칼로 베어낸다는 의미의 상징물로서 B씨에게 부부관계를 유지하자고 설득하기 위해 지참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범행 장소에 도착한 후 그로부터 불과 약 10분 이내에 피해자를 88회가량 찔러 사망하게 했다”며 “짧은 시간 내에 피해자와의 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를 나누거나 설득하려고 시도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흉기를 미리 챙겨간 데다 경찰 조사에서 “밤새도록 죽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계획적 살인이라는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앞서 1심은 “40년 이상 혼인관계를 유지한 배우자인 피해자가 다투고 집을 나간 후 분노와 집착, 두려움 등의 감정으로 인해 피해자를 살해할 결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과 공포를 느끼며 생을 마감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가 범행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