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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지갑 닫고 해 지면 열었다…지독한 폭염이 바꾼 소비패턴

중앙일보

2026.08.29 14:00 2026.08.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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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전국이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충남 계룡시 대로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기상청이 제공한 폭염경보 발효가 안내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올 여름 전국이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충남 계룡시 대로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기상청이 제공한 폭염경보 발효가 안내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두 돌 아기를 키우는 이모(37)씨 가족은 주말 아침이면 7시부터 집을 나선다. 더운 날씨에 낮엔 외출하기 어려워, 주로 아침 시간을 이용해 근교에 나가 산책을 하는 게 ‘주말 루틴’이 됐다. 이씨는 “가장 기온이 높아지는 낮에는 집에 있거나, 백화점이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라며 “어서 가을이 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외출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여름마다 기록적인 폭염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까지 바꿔놓고 있다. 한 번에 많이 사두는 ‘비축형 소비’가 두드러지는 한편, 백화점·카페 등에서는 작은 비용으로 오래 머무르는 경향성이 나타났다. 주 소비 시간도 오전과 저녁으로 옮겨갔다.

29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수도권 거주 개인 고객의 카드 소비 데이터를 지난달 18일부터 한 달간 분석한 결과다. 폭염일(일 최고기온 33도 이상)과 그렇지 않은 날(비폭염일)을 나눠 소비 패턴을 비교했다.

폭염일에는 비폭염일에 비해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 이용 건수가 각각 7.3%, 4.1% 증가했다. 특히 건당 이용액을 보면 대형마트가 5.2%, 인터넷 쇼핑이 11.6% 늘었다. 연구소는 “더워서 한 번에 많이 사고, 큰 금액을 지출하는 비축형 구매 행태가 두드러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화점·카페의 경우 이용 건수는 각각 1%·6.5% 늘었지만, 건당 이용액은 오히려 각각 5.5%, 3.6% 감소했다. 폭염을 피하는 ‘냉방 피난처’로 활용되다 보니, 소비 목적 대신 체류 목적 방문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택시 역시 이용 건수는 7.2% 늘었지만 건당 이용액은 1.3% 감소했다. 더위에 짧은 거리도 걷기 힘들어 단거리 호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날씨는 소비 시간대도 바꿨다. 주요 20개 업종 소비 시간대를 분석해보니, 폭염일 오전(6~11시) 소비 비중이 비폭염일보다 1.24%포인트 늘었다. 반면 오후(3~6시)에는 1.37%포인트 줄었다. 특히 병원(+1.4%포인트)이나 약국(+1.9%포인트) 등 일상 필수 업종에서 오전 이용 비중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비교적 더위에 취약한 전통시장과 아울렛은 오후 소비 비중이 각각 1.4%포인트, 2.1%포인트 줄어들었다. 대신 이들 업종에선 더위가 누그러지는 때인 저녁(6~9시) 소비 비중이 각각 각각 1.8%포인트, 1.3%포인트 늘었다.

저녁 소비 반등은 60대 이상 고객에게 뚜렷하게 나타났다. 비폭염일 대비 폭염일 오후 6~9시에 대형마트를 찾는 60대 이상 고객은 5.6% 늘었고, 카페를 찾는 경우도 7.6% 늘었다. 모두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폭염에 취약한 60대 이상 고객이 일상 소비 패턴을 적극적으로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시니어 고객들은 폭염일에 배달 애플리케이션 이용(+6.8%)을 늘리거나, 간단한 쇼핑은 가까운 편의점(6.8%)를 하면서 소비 패턴을 전환했다. 아이스크림·빙수 소비도 폭염일엔 32% 늘며 전 연령 중 가장 큰 폭으로 급증했다.

한편 더운 날일수록 온라인 소비가 오프라인 소비 수요를 빨아들이는 경향성도 확인됐다. 폭염일 오후 3~6시 인터넷 쇼핑 건당 이용액이 비폭염일 대비 35.4% 급등한 것이다. 반면 아울렛은 전 시간대에 걸쳐 건당 이용액이 감소했고, 오후 3~6시엔 증감률이 –11.6%까지 추락했다.



오효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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