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30일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본점 휴업을 앞두고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국내 마지막 남은 향토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이하 대백)의 경영권 매각 절차가 우여곡절 끝에 중단됐다. 대백의 경영권이나 부동산 매각 불발이 알려진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백화점은 26일 “계약 상대방의 2차 중도금 미납으로 계약이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 지분 매수를 위한 중도금 70억원이 기한(25일)에 맞춰 지급되지 않아 계약을 중도 해제한 것이다.
대백 최대주주인 구정모 회장 등 7명은 지난달 15일 최대 주주 변경을 위해 보유주식 약 279만주(지분율 25.82%)를 세경인베스트, 아람코리아에 매도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경영권을 매각하는 절차다. 매수자 측은 계약금(10억원)과 1차 중도금(14억원), 2차 중도금 일부(10억원)를 내고, 나머지 중도금 70억원과 잔금 약 119억원 지급을 남겨둔 상태였다.
매수자 측은 1차 중도금 지급 후 대백의 경영권을 인수해 대구 도심의 랜드마크로 부활시키겠다며 개발 계획을 밝혔다. 공실인 대백 본점에 일본의 대표 할인잡화점 돈키호테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입점시킬 계획과 중구의 청사 이전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돈키호테 측에선 즉각 “입점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후 나머지 2차 중도금 지급에 차질을 겪던 매수자 측은 리앤고파트너스 주식회사 등으로 매수자 지위를 넘겼다. 하지만 이들도 결국 납부일에 중도금을 미납해 최종 계약이 해제됐다. 이미 납부한 34억원은 위약금으로 귀속된다는 게 대백 측 설명이다.
대구시 중구에 위치한 대구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 대구백화점
대백은 국내 유일하게 남은 향토백화점이다. 1944년 대구 종로 옛 동인호텔 일대에 대구상회로 시작했다. 해방 직후 공산품 공급난에 밀수품 범람이 심화하자 국산품 애호운동 선봉에 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69년에는 동성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노른자 땅’에 10층짜리 대백 본점을 열었다. 대백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격을 고정하는 정찰제 판매를 시작했고, 지방백화점 처음으로 신용 판매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1993년에는 대백프라자를 열어 날개를 달았고, 1999년 지방 백화점 최초로 단일 점포 연 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다. 2002년에는 매출 6900억원, 영업이익 88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2000년대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온라인 유통이 늘면서 동성로와 함께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21년 7월 개점 52년 만에 동성로 본점의 문을 닫았고 현재까지 주인을 찾지 못하고 5년간 공실 상태다.
지역 향토백화점의 역사는 90년대 후반 외환위기(IMF)를 기점으로 바뀌었다. 대전의 동양백화점, 부산의 태화·미화당·유나백화점, 광주의 화니백화점 등이 연달아 쓰러지며 대기업 간판으로 바뀌거나 폐업했다. 전성기 시절 대구백화점과 겨룰 정도였던 대전의 향토 백화점인 세이백화점 또한 경영 실적 악화 끝에 결국 2022년 매각됐다.
곳곳에 '임대'가 붙어있는 대구 중구 동성로.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쇠퇴를 거듭하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대백은 다시 인수자 물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백은 2021년 7월 대백 본점 영업을 중단한 뒤 경영권이나 부동산 매각을 ‘투 트랙’으로 추진해 왔다. 2022년에는 동성로 본점 부동산 매각 계약이 매수자의 잔금 미납으로 해지됐고, 2023년에는 차바이오그룹과 경영권 인수 협상을 진행했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대백은 본점과 대백프라자, 옛 대백아울렛 건물, 물류센터 등 주요 자산의 매각 가능성을 열어두고 구조 개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