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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 징계” 외쳤지만…5년간 경찰 354명 소청서 징계 감경·취소

중앙일보

2026.08.29 16:38 2026.08.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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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맨 오른쪽 고개숙인 이로부터)과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지휘부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제주 실종 허위종결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맨 오른쪽 고개숙인 이로부터)과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지휘부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제주 실종 허위종결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의 비위와 부실 업무처리가 잇따르는 가운데 최근 5년간 징계를 받은 경찰관 350여 명의 처분이 소청 절차에서 감경되거나 취소·무효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비위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경찰이 ‘엄정 징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징계 처분이 뒤집히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징계의 적정성과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소청을 통해 징계가 감경된 경찰관은 모두 331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73명, 2022년 59명, 2023년 48명, 2024년 76명, 2025년 75명이었다.

같은 기간 소청에서 징계 처분 자체가 취소되거나 무효로 결정된 경찰관도 23명에 달했다.

감경과 취소·무효 사례를 합하면 2021년 78명, 2022년 63명, 2023년 55명, 2024년 79명, 2025년 79명 등 최근 5년간 모두 354명의 징계 결과가 소청 과정에서 변경됐다.

소청은 공무원이 징계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을 받았을 때 처분의 취소나 변경을 청구하는 특별행정심판 제도다.
소청 통해 징계 감경·취소된 경찰공무원 현황. 연합뉴스

소청 통해 징계 감경·취소된 경찰공무원 현황. 연합뉴스


경찰공무원의 소청 사건 자체도 늘어나는 추세다.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공무원 관련 소청 처리 건수는 411건으로, 2021년 306건보다 34.3% 증가했다.

소청을 거쳐 퇴직 위기에서 벗어나 복직한 사례도 있다.

2024년 광주에서 술을 마시고 차량을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낸 뒤 달아난 경찰관은 당초 해임 처분을 받았지만 소청심사에서 강등으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 이에 따라 경찰 신분을 유지하며 복직 절차를 밟았다.

소청 이후 행정소송을 통해 징계가 바뀐 사례도 적지 않았다.

경찰이 징계 관련 행정소송에서 패소해 처분이 취소되거나, 취소 후 다시 징계한 인원은 2021년 4명, 2022년 11명, 2023년 5명, 2024년 6명, 2025년 2명 등 5년간 모두 28명이었다.

최근에는 일선 경찰관은 물론 지휘 책임을 맡은 간부들까지 각종 비위와 부실 업무처리 논란에 휘말리면서 경찰 징계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주에서는 지난 5월 30대 여성 실종 신고를 받고도 실종자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신고 접수 약 2시간 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한 혐의로 담당 경찰관인 A 경장이 구속됐다.

광주 장윤기 사건에서는 수사팀이 주요 증거를 확보하지 않고 현직 경찰관인 장씨의 아버지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지난 27일 청사에서 열린 지휘부 회의에서 장미란 씨 등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와 관련, 대도민 메시지를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뉴스1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지난 27일 청사에서 열린 지휘부 회의에서 장미란 씨 등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와 관련, 대도민 메시지를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뉴스1


경기 지역에서는 기혼인 경찰서장이 관사에서 부하 직원과 일정 기간 함께 생활한 사실이 확인돼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다.

박상웅 의원은 “각종 비위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경찰의 기강 해이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는 뜻”이라며 “국민에게 법과 원칙을 요구하기 전에 경찰부터 스스로 기강을 바로 세우고 비위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청에서 징계가 반복적으로 감경되는 현상을 두고 최초 징계 단계부터 사실관계와 책임 정도를 보다 정밀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소청에서 징계가 반복적으로 감경된다는 것은 그만큼 원징계 단계의 판단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처음 징계할 때부터 당사자의 소명을 꼼꼼히 확인하고 사실관계와 책임 정도에 맞는 처분을 내려야 징계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사안에서는 처분이 약할 경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일단 강하게 징계하는 경향이 있다”며 “일부 비위자를 강하게 처분해 조직 전체의 문제로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는 이른바 ‘꼬리 자르기식 대응’이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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