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속 살아남았다…200명 피난처 되어준 노부부 작은 집
중앙일보
2026.08.29 18:02
2026.08.30 01:45
네팔 누와코트주 데비갓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기습 폭우와 산사태로 도로와 다리가 끊기고 건물 대부분은 진흙 속에 묻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네팔 대홍수로 주변 마을이 초토화된 폐허 속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부부의 작은 집이 200여명 이재민들의 따뜻한 피난처가 되어 감동을 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포스트에 따르면 누와코트주 비두르시 다빌레 산비탈에 위치한 프렘 바하두르 타망과 아내 마이야 부부의 집은 지난 26일 보테코시강을 덮친 대홍수 속에서도 다행히 화를 면했다.
재앙 직후 인근 학교에서 탈출한 교사와 학생 31명이 이 집에서 첫날밤을 지냈다고 한다.
이후 집을 잃은 이웃과 실종된 가족을 찾으려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부부의 집은 자연스럽게 임시 대피소로 변했다. 현재까지 이곳을 거쳐 간 이재민만 200명이 넘는다.
남은 쌀과 렌틸콩이 며칠치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문을 두드리는 이들을 결코 내치지 않는다.
이재민에게 선의를 베푸는 부부는 몸이 불편한 데다 경제적 사정도 넉넉지 않다.
프렘은 척추 부상으로 지팡이에 의지해야 겨우 움직일 수 있고, 마이야는 왼쪽 다리에 장애가 있다.
불편한 몸으로 이재민들에게 밥을 짓고 있는 마이야는 “집은 작지만 안팎에서 함께 먹고 자며 기쁘고 슬픈 일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는 정부에서 나오는 소액의 수당과 자녀들의 지원금에 의존해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형편이다. 운전기사로 일하며 부모를 돕던 둘째 아들마저 이번 홍수로 일터와 차량을 모두 잃어 생계가 더욱 막막해졌다.
정부의 구호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부부는 찾아오는 이들에게 기꺼이 물과 먹을거리, 잠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부부는 “평소라면 제 집에서 밥을 해 먹겠지만, 이런 위기 때야말로 서로 도와야 한다”며 “어딘가에서 구호 물자가 지원되어 찾아오는 이들을 굶기지 않고 계속 돌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고성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