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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매니큐어’ 여중생 시신…수사 반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중앙일보

2026.08.2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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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건 현장에 있습니다
사건을 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취재 수첩을 펼치고, 수십 년 묵은 기록을 뒤지며 진실의 파편을 모아온 사람들. 〈그것이 알고싶다〉 〈꼬꼬무〉 〈용감한 형사들〉을 만든 최삼호(28년 차) PD와 장윤정(27년 차) 작가가 함께 이 시리즈를 씁니다. 수십 년의 현장 취재에서 끝내 잊지 못한 사건들, 방송이 끝난 뒤에도 마음속에 남아 있던 그 장면들을 이제 글로 꺼냅니다. 그들이 꼽은 최악의 사건 현장 속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당신은 지금 사건 현장에 있습니다.”
제6화 매니큐어 살인 사건
시그니처(signature·서명). 사전적 의미는 ‘대체 불가능한 개인 고유의 필체’를 뜻한다. 지금은 특정 브랜드를 상징하는 핵심 요소를 일컫는다. ‘시그니처 메뉴’ ‘시그니처 상품’ 같은 식이다.

범죄를 다루는 이들에게 시그니처는 다른 의미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살인의 표식’. 이춘재 연쇄살인에선 피해자를 결박하고 살해하는 데 쓰인 스타킹과 속옷이 먼저 떠오른다. 프로파일러들은 그 시그니처를 분석해 범인의 윤곽을 그린다. 오늘의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전무후무한 시그니처로 기록된다. 수많은 형사가 죽기 전에 떠오를 단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하는 그것이다.


#1. 빨간 매니큐어
2004년 2월, 경기도 포천. 산기슭의 도로변을 수색하던 경찰이 배수로 앞에서 멈춰섰다. 물이 지나야 할 원통형 배수로가 TV 포장용 박스로 막혀 있었다. 박스를 걷어내자 발이 보였다. 사람의 발이었다.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잔뜩 웅크린 어린 여자아이의 시신. 동물에 의해 훼손된 얼굴은 식별이 불가능했다. 상반신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부패했다. 성폭행이 의심됐지만 시신 부패 정도가 심해 사인조차 규명할 수 없었다. 범인의 DNA도 발견되지 않았다.

챗GPT로 생성한 일러스트 이미지.

챗GPT로 생성한 일러스트 이미지.

그런데 유독 선명하게 남은 흔적이 있었다. 손톱이었다.

스무 개의 손발톱 모두에 빨간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손톱 위쪽 피부까지 조악하게 덧칠된 것으로 볼 때, 미용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감식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피해자가 사망한 후에 칠해진 것이었다. 누군가 여자아이를 살해한 후 빨간 매니큐어로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남겼다는 뜻이다.

신원 확인 결과, 석 달 전 인근 지역(시신이 발견된 배수로에서 6㎞)에서 실종된 여중생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외진 시골길이라 CCTV도 목격자도 없었다.

#2. 찢겨나간 이름
시신 유기 장소에서 약 2㎞ 떨어진 야산에서 피해자의 가방과 소지품이 발견됐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이름이 적힌 부분만 도려내거나 찢겨 있었다. 심지어 가방 속 노트와 학원 수강증도 마찬가지였다.

왜? 경찰의 추정은 하나였다.
‘범인은 피해자의 이름이 노출되길 원치 않는다’.
피해자의 신원이 알려지면 용의 선상에 오를 수 있는 인물. 면식범이다.

스무 개의 손·발톱에 꼼꼼하게 매니큐어를 칠하고, 소지품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이름을 제거한 것으로 보아 범인은 성도착증 성향과 함께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 차량을 소유한 인물로 추정됐다. 한적한 시골길에서 호의 동승을 유도한 후 차 안에서 피해자를 제압했을 것이라는 게 프로파일링 결과였다.

수사는 전방위로 진행됐다. 마을 사람, 부모의 지인, 이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 실종 지역 인근 도로를 지나간 차량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하지만 혐의점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유일한 단서는 매니큐어였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60여 개 브랜드의 성분을 분석했다. 일치하는 제품이 없었다.
범인은 자신만의 매니큐어, 혹은 빨간 도료를 직접 만들어 시그니처를 남긴 것일까?
그렇게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다.

(계속)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뒤였다. 야산에서 또 한 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놀랍게도 시신은 빨간 매니큐어의 비밀을 쫓던 수사반장이었다.
죽기 전 그의 마지막 행선지와 유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형사에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1627

최삼호.장윤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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