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잘나가고 소비 늘자…한은 “물가 광범위하게 뛸 수 있다”
중앙일보
2026.08.29 22:13
2026.08.29 22:20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성장 호조와 소비 회복이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일부 품목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30일 ‘이슈분석: 수요 주도 물가 압력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과거 수요 회복이 근원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시기의 특징과 최근 수요 측 압력 확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수요 측 압력이 크고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나타낸 시기는 모두 네 차례였다.
카드 사태 이전인 2002년 1∼4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2분기∼2008년 3분기, 금융위기 회복기인 2011년 2∼4분기, 팬데믹 충격 회복기인 2022년 1분기∼2024년 1분기다.
이들 시기에는 임금과 자산가격 상승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개선되고 소비가 확대되면서 근원물가가 오르는 공통점이 나타났다.
특히 수요가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국면에서는 가격 상승세가 특정 품목에 머물지 않고 더 넓은 범위로 확산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분석 결과 근원물가 상승률이 2.5%를 웃돌 경우 개별 품목 간 가격 동조성이 커지면서 특정 품목의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근원물가 상승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 물가 상승이 개별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여행과 숙박, 음식 등 경기 상황에 민감하면서 품목 간 가격 동조성이 높은 개인서비스가 근원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한은은 이런 구조 때문에 과거보다 물가 상승세가 더 광범위하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지난 27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을 각각 2.5%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5월 전망치인 올해 2.4%, 내년 2.3%보다 상향된 수준이다.
보고서는 수요 압력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GDP갭률과 근원물가 상승률 간 상관관계도 분석했다.
GDP갭률은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경제의 공급 능력을 나타내는 잠재 GDP를 얼마나 웃돌거나 밑도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분석 결과 수요 압력이 높은 시기에 GDP갭률이 1%포인트 확대되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약 0.1∼0.4%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교역조건 개선으로 국민총소득(GDI)이 늘어날 경우 근원물가에는 약 0.05∼0.2%포인트의 추가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향후 국내 근원물가가 수요 측 물가 압력의 확산으로 2%대 중후반의 높은 오름세를 상당 기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경기 회복뿐 아니라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소득 증가가 국내 소비로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이어지는지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특히 근원물가 상승세가 여러 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퍼진 뒤 고착화하지 않도록 물가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