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對)이란 고사 작전’을 선포하며 예고한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란은 경제가 어렵다고 시인했다.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28일(현지시간) 이집트 국영은행 ‘방크미스르’ 아랍에미리트(UAE) 지점의 미국 금융 시스템 접근을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방크미스르 UAE는 이란 정권이 미국 달러에 접근하기 위한 주요 통로”라며 “2024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란의 그림자 금융 네트워크에 속할 가능성이 있는 103개 기업을 위해 약 18억 달러를 처리한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또 “방크미스르 고객사 중에는 이란 국방부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국 제재를 회피하고 이란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대신해 자금을 세탁하는 데 이용하는 명백한 위장 기업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우리는 이란을 지원하는 세력이 더는 미국 달러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며 “오늘 우리는 이란 정권에 대한 지속적이고 부당한 지원을 한 은행에 책임을 묻기 위해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은행이 2차 제재의 첫 타깃이 된 셈이다.
재무부는 이와 함께 이란 멜리은행의 UAE 두바이 지점장과 홍콩의 카멩 트레이딩 리미티드를 제재했다.
UAE도 발빠르게 협조했다. UAE 중앙은행은 로이터통신에 미국의 조치에 따라 29일 방크미스르 UAE에 대해 “특별하고 긴급한 조사(special and urgent examination)”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UAE에서 영업 허가를 받은 은행은 UAE 금융 시스템을 평판 위험에 노출하지 않아야 하며, 금융거래에 이용하는 국가의 법률과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 재무부는 이란에 대한 ‘경제적 추방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발표하며 “(전 세계의) 금융기관은 주의해야 한다. 이란의 활동을 지원하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해 2차 제재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란과 직·간접적으로 거래하는 제3국 개인 및 기관까지 달러 결제 망에서 퇴출하겠다는 경고다. 재무부는 기존 대이란 제재에 더해 ▶디지털 자산 ▶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분야를 추가 제재 대상으로 정했다.
제재 발표 당시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혔던 이란도 경제적 어려움을 시인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국영 방송을 통해 낸 성명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실업, 상품·서비스 시장 관리 등 경제와 민생을 둘러싼 연쇄적인 문제에 진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국영 언론에 “미국의 제재와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로 수출입이 약 35% 급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