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중국 수색대원들이 티베트와 네팔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 지역에서 생존자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CC-TV 캡처
중국이 10년 넘게 공들여온 남방 전략이 이번 네팔 대홍수와 산사태로 결정적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번 재해는 단순 자연재해를 넘어 중국이 야심 차게 전개한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전략의 남아시아 지경학 전략 전체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29일 보도했다.
중국은 2015년 네팔 대지진으로 무너진 장무(樟木) 통상구를 대신해 직선거리로 약 70㎞ 서북쪽에 위치한 지룽(吉隆) 통상구를 새로운 관문으로 키워왔다. 장무는 네팔의 중국 수출 69%를 처리했으나 재건 후에도 옛 물동량을 회복하지 못했고, 지룽이 대체하면서 중국과 네팔 교역의 3분의 1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번 재해로 미테리 다리와 출입국 시설이 완전히 파괴되면서 10년간 쌓아온 성과가 수초 만에 사라졌다.
SCMP는 티베트의 일대일로 프로그램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0년 제7차 중앙시짱(티베트) 공작좌담회에서 강조한 ‘국가안보 우선’에서 ‘개발을 통한 국경 안정’으로 전환을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신장 지역에서 성공한 일대일로 거점화 모델을 티베트에도 적용하는 시도라고 설명한다. 다만 안보 우려가 적은 8개 스탄 공화국과 국경을 마주한 신장과 달리 티베트는 국경 분쟁 중인 인도,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네팔, 인도의 사실상 보호령인 부탄에 임박한 달라이 라마 14세의 환생 문제 등 지정학적 불안요인이 팽배하다고 짚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중국 라싸-르카쩌-지룽-카트만두를 잇는 히말라야 횡단철도다. 지난 2024년 네팔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체결된 10개 일대일로 사업 중 대부분이 1년 반이 지나도록 사전 타당성 조사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대신 중국·네팔 협력프로그램 이행 촉진 메커니즘이 올해 6월 3차 회의를 열고 철도 타당성 조사를 완료했다고 네팔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재해로 철도 노선 자체가 지나는 지역의 안전성마저 도마에 오른 상태다.
린민왕(林民旺)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교수는 티베트 남아시아 회랑 구상을 “인도 14억 인구 시장을 겨냥한 다세대에 걸친 전략적 인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 2020년 국경충돌 이후 이어진 교착상태로 진전은 더딘 상태라고 인정했다.
한편, 30일 중국 티베트자치구 지룽현은 ‘8·26 산사태 재해’ 기자회견을 갖고 16명이 숨지고, 546명이 실종됐으며, 그 가운데 261명은 23개 국적의 외국인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은 각국 주중 대사관 및 영사관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종합적인 조사와 현장 점검 및 확인 결과 현재 지룽현에 머무는 외국인 관광객은 없다고 발표했다.
당국자는 “현재 재난 대응을 방해하는 최대 위험요소는 국경 핵심 지역 상류의 산사태 댐”이라며 “이 댐은 이미 물이 넘쳐 흐르고 있으며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로 완전 붕괴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는 판단을 전했다.
한편, 중국이 지룽 국경검문소 붕괴 영상을 중국 내 소셜미디어(SNS)에서 삭제하는 등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고 BBC 등 외신이 주목했다. 평양 취재 경험이 있는 로라 비커 BBC 베이징 특파원은 “평양에서 인터뷰 대상자와 연락하는 것이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 연락보다 훨씬 쉬웠던 경우가 많았다”며 취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 세계 TV 화면으로 퍼진 지룽 국경 검문소 폐쇄회로 카메라 영상이 중국에서는 단 한 장의 정지 화면만 공개됐으며, 생존자의 직접적 증언이 막히는 등 해외 정보를 차단하는 중국의 방화벽이 어느 때보다 강화됐다. BBC는 1950년대 중국에 병합된 티베트는 이름 자체만으로 중국에서는 검열의 대상이며, 재난 시기 특별히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이번 참사 발생 수 시간 만에 공산당 기층 조직에 “재해 지역 사회질서와 민심 안정을 온 힘으로 수호하라”는 지침이 하달됐으며, 성과가 부진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문구가 담겼다고 BBC는 덧붙였다.
29일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재난 지역의 사진, 위성 및 수문(水文) 데이터, 상류 산사태 댐 관련 조기 경보 정보 등 중요한 정보를 공유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의 사전 경고 부실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되는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