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이 주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주심은 레드카드를 쥐고 있다. 사진 한국여자축구연맹 유튜브
여자축구 WK리그 경기 중 나온 여성 심판의 성희롱성 발언 논란과 관련, 심판 측이 “생리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실제로는 월경을 연상시키는 다른 은어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 표현만 바뀌었을 뿐 발언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의 WK리그 경기 전반전, 지소연(수원FC 위민)은 상대의 파울에 항의하다 배선영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그 직후 무언가를 들은 듯한 지소연이 격분하며 물병과 헤어밴드를 내던졌다. 배 주심은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머뭇거리다 퇴장 처분은 내리지 않았다. 경기는 약 4분간 중단됐다 재개됐다.
경기 후 지소연은 배 주심이 다른 부심과의 무선 교신 중 자신을 겨냥한 듯 “얘가 초반부터 예민하다. 생리하나 봐”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지소연은 “‘선생님, 그런 말씀 하시면 징계감이에요’라고 항의했더니 오히려 경고를 주더라”고 말했다.
배 주심은 처음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항의가 이어지자 “우리(심판)끼리 한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대한축구협회 심판팀도 “교신에서 ‘생리’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고, 지소연을 특정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원FC 관계자에 따르면 배 주심은 ‘생리’ 대신 “걸스 데이(girl’s day)”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월경을 에둘러 가리키는 은어다. 격앙된 상황에서 지소연이 정확한 단어를 옮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언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수원FC 측 설명이다.
단어 선택의 차이를 떠나 그라운드가 아니라 일상에서도 명백한 성희롱이자 언어폭력이다. 선수들은 “배 주심도 같은 여성인데 그런 말을 해 더 씁쓸하다”고 했다.
수원FC위민 지소연. 연합뉴스
한국여자축구 A매치 최다 출전(176경기)·최다득점(75골) 기록을 보유한 지소연은 리오넬 메시에 빗대 ‘지메시’로 불린다. 이날도 후반 29분 결승골을 넣어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지만, 억울하게 받은 경고 탓에 다음 경기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수원FC는 31일 한국여자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에 진상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여자축구연맹도 경기 감독관과 심판 보고서를 받아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 축구 심판의 수준과 공정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올 시즌 내내 프로축구는 K리그1과 K리그2를 막론하고 연이은 오심 논란으로 물들었다. 문진희 전 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북중미월드컵에 한국 심판이 한명도 배정되지 못한 원인에 대해 “지면 심판을 욕하기 때문에 심판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김환 해설위원은 “국내 심판 상당수가 본인 감정에 취해 선수에게 면박을 주는 경우가 잦았는데 이제는 막말까지 하는 지경이다. 자격이 없는 심판들을 걸러내는 건 협회가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