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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전 괴담 뭐길래…잇단 실종자 사망에 되살아난 제주의 악몽

중앙일보

2026.08.30 01:16 2026.08.30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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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자들이 지난 26일 제주시 한림읍의 장기실종자 장모씨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농장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도보여행자들이 지난 26일 제주시 한림읍의 장기실종자 장모씨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농장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경찰관의 장모(37)씨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과 관련한 근거 없는 루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자 제주도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30일 제주도와 관광업계는 “제주에서 실종된 장씨의 사망 경위를 둘러싼 괴담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지역의 안전 이미지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2일 실종된 장씨가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후 SNS를 중심으로 타살설 등 루머들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제주시 한림읍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 장 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 현장에 누군가 추모의 의미로 가져다놓은 국화꽃다발이 놓여 있다. 뉴스1

지난 28일 제주시 한림읍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 장 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 현장에 누군가 추모의 의미로 가져다놓은 국화꽃다발이 놓여 있다. 뉴스1


SNS에는 “(장씨가 숨진) 야자수 줄기는 가늘고 약한 데다 곳곳에 가시가 있어 사람이 올라가거나 끈을 묶기 어려운 구조”라며 타살설 및 범죄연루설 등이 떠돌고 있다. 또 “한밤중에 여성 홀로 어둡고 거친 야자수농장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는 등의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장씨 사망 경위에 의문이 제기되자 현장 상황을 재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지난 27일 진행된 실험에서는 장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야자수의 줄기 강도를 확인하고, 장씨의 신체 조건과 발견 당시 자세 등을 토대로 상황을 재현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씨는 끈이 야자수 줄기에 연결된 채 발이 땅에 닿은 ‘불완전 의사’ 상태로 발견됐다”며 “야자수 줄기의 강도를 확인한 결과, 사람의 체중을 지탱할 정도의 강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으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3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장에서 관광객들이 여행가방을 끌고 이동하고 있다. 최근 경찰의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으로 제주 관광의 안전 이미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날과 비교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장에서 관광객들이 여행가방을 끌고 이동하고 있다. 최근 경찰의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으로 제주 관광의 안전 이미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날과 비교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 종결 논란과 SNS상 루머 등이 맞물리면서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씨 사건이 알려진 지난 19일 이후 내국인 관광객이 감소추세를 보이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선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장씨 시신이 발견된 이튿날인 25일 3만3천11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26일 3만3960명(-2%), 27일 3만3421명(-6.8%), 28일 3만3129명(-5.7%), 29일 3만1185명(-13%) 등으로 5일 연속 줄었다.

제주관광업계는 “올해 내국인 관광객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데다 국내선 공급좌석이 전년보다 약 37만석이나 감소한 만큼 이를 이번 실종 사건의 영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상황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지난 27일 청사에서 열린 지휘부 회의에서 장미란 씨 등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와 관련, 대도민 메시지를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뉴스1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지난 27일 청사에서 열린 지휘부 회의에서 장미란 씨 등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와 관련, 대도민 메시지를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제주에서는 2012년 7월에도 ‘올레길 여성 관광객 살해사건’ 이후 허위 루머와 흉흉한 괴담 등이 나돌아 몸살을 앓은 바 있다. 당시 여성 관광객 A씨(40) 살해사건으로 시작된 괴담은 여성 납치와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모두 허위로 확인된 바 있다.

장씨 사건이 불거진 후 제주에서만 실종자 5명이 숨진 채 발견된 점도 루머가 확산되는 데 한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에서는 전날 오후 3시50분쯤 서귀포시 해안가에서 20대 남성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가족에 의해 지난 28일 실종신고가 된 상태였다.

경찰은 장씨 실종사건의 허위 종결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지휘·감독 체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부모(34) 경장이 장씨 사건을 허위 종결한 이후에도 상급자가 112 상황실 시스템 등을 통해 승인한 사례가 드러나는 등 지휘 체계의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장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 최충일 기자

장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 최충일 기자

조사 결과 부 경장은 제주서부서에서 실종사건을 담당한 1년4개월간 제주도 내 총 성인 실종접수 건의 30%에 달하는 실종신고를 자체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경찰청이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에게 제출한 ‘실종신고 및 실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1년 4개월간 제주에서 총 1048건의 성인 실종사건이 접수된 가운데 부 경장은 28.4%(298건)를 ‘셀프종결’했다.

이는 제주도 내 3개 경찰서 중 1개 경찰서가 접수·해제한 실종 건에 해당하는 규모로 3개 경찰서의 실종팀 근무자 총 12명의 산술적인 1인당 평균(87∼88건)의 3배를 웃돈다.

경찰은 부 경장을 다음 주 초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제주지검은 장씨 시신이 발견된 지난 24일 형사1부장을 주임 검사로 한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검찰은 부 경장의 범행동기와 추가 허위 종결 사례, 경찰 결재라인의 직무유기 가능성 등을 조사 중이다.




최경호.최충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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