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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접착제’ 영구동토층 붕괴…“전세계 1500만명 빙하홍수 위험”

중앙일보

2026.08.30 01:29 2026.08.3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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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로 피해를 입은 네팔의 한 마을에서 29일(현지시각)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홍수로 피해를 입은 네팔의 한 마을에서 29일(현지시각)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맑은 하늘 아래, 해발 5000m가 넘는 산 정상부가 거대한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낙하한 암석과 얼음 덩어리는 물과 섞여 초고속 토석류로 변했다. 예고 없이 닥친 대홍수로 인해 최소 750명이 숨지고, 3000명 이상이 실종됐다.

이번 네팔 참사는 급변하는 히말라야의 산악 환경이 불러온 기후재난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고산지역의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잠재적인 붕괴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댄 맥그래스 미국 콜로라도대 지구과학과 교수는 29일(현지시각) CNN과 인터뷰에서 “아시아 산악 지역에는 한국과 비슷한 넓이에 해당하는 9만5000개의 빙하가 있는데, 매우 빠르게 질량을 잃고 있다”며 “매년 녹아내리는 양이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381m)까지 잠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빙하지권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기후변화를 이번 붕괴의 직접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온난화가 사면을 지탱하던 얼음의 양을 감소시키고, 얼고 녹는 주기를 변화시키면서 고산 사면의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영구동토층 약화가 사면 불안정 유발”

플래닛 랩스가 공개한 네팔 홍수 피해 전후의 위성 이미지. 참사가 발생하기 전인 12일(위)과 붕괴 이틀 뒤인 28일(아래)의 네팔 랑탕 리룽산 빙하의 모습. AFP=연합뉴스

플래닛 랩스가 공개한 네팔 홍수 피해 전후의 위성 이미지. 참사가 발생하기 전인 12일(위)과 붕괴 이틀 뒤인 28일(아래)의 네팔 랑탕 리룽산 빙하의 모습. AFP=연합뉴스

기후학자들이 주목하는 건 고산 지대의 ‘천연 접착제’ 역할을 하던 고고도 영구동토층(Permafrost)의 붕괴다. 고산지대에는 토양과 암석, 얼음 등이 뒤섞인 영구동토층이 형성돼 있다. 그런데 기온이 오르면서 암반 틈새를 단단히 붙잡아두던 영구동토층의 빙결 마찰력이 급격히 감소해 산사태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마리아 샤게다노바 영국 레딩대 교수는 “아시아 고산지대의 빙권 관련 재해를 연구하는 하이리스크(HiRisk) 프로젝트 연구진에 따르면, 영구동토층의 약화와 장기적인 빙하의 후퇴가 사면 불안정성을 유발했을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은 기후로 인한 빙권의 변화가 어떻게 고산 지대의 위험 조건을 더욱 치명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산비탈이 불안정해지면 암석·빙하가 무너지거나, 녹은 물이 쌓인 빙하호가 터지며 돌발 홍수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202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500만 명이 잠재적인 빙하호 붕괴 홍수(GLOF)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이번 네팔 사태처럼 무너져 내린 암석과 빙하가 하천을 임시적으로 막았다가, 이 자연 댐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하류 지역에 대홍수를 유발하는 ‘연쇄 재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큰 위협 요소다.



스위스 알프스 마을, 조기 경보로 산사태 피해 최소화

지난해 5월 29일 빙하 붕괴에 따른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스위스 블라텐 마을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해 5월 29일 빙하 붕괴에 따른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스위스 블라텐 마을의 모습. 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 감시 및 경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알프스 산맥에 있는 스위스 발레주 블라텐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덮쳐 마을의 90%가 매몰됐다. 다만, 대피령을 통해 주민 대부분이 미리 대피하면서 인명 피해는 실종자 1명에 그쳤다.

이 책임연구원은 “가장 큰 문제는 26일 아침에 무너진 사면이 감시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대비해야 할 재난이 이런 형태라면 지정된 위험 지점을 감시하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디가 위험한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무언가 크게 무너졌다는 사실만큼은 즉시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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