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대회의실에서 8월달 보도를 돌아보는 독자위원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하태헌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홍지혜 마이아트컴퍼니 대표,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최현철 중앙일보 편집국장대리,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유재연 한양대 사회혁신융합전공 겸임교수, 전경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현동 기자
제77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25일 본사 9층 대회의실에서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의 사회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선 8월 한 달간 가장 많이 다뤄진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 관련 기사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지방 공공병원 위기 보도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계속 현상 전달에 그치지 말고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폭염·폭우 등 기후 재난 관련 보도에서도 급변한 날씨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기사 형식이 촉구됐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이번 달에는 부동산 관련 기사가 거의 매일 보도됐다.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전문가 모의계산까지 곁들여(4일자 1, 3~5면) 상세히 잘 정리했다. 집 한 채 보유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세로 주는 것까지 부동산 투기를 한 것처럼 정부가 몰고 가는 문제도 칼럼(7일자 26면)에서 잘 다뤘다. 소득세 부분은 조정해야 한다든지, 공급에 문제가 있다는 등 지속해서 정부에 방향을 잘 제시했다. 경의선 숲길 변상금 대법원 판례를 다룬 19일자 2면 ‘850억+매년 75억, 연트럴파크 사용료 딜레마’는 경의선 숲길을 소재로 딱딱한 국유재산법 문제를 시민 체감도 높은 이슈로 전환한 기획력이 돋보였다. 12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보도된 ‘반도체 전격전’도 관심 있게 봤는데, 송전망 지중화의 비용 문제, 전력 용수 관련 국가 차원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계속 다뤄주면 좋을 것 같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과학 관련 보도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제대로 접근하지 못한다는 생각도 든다. 대표적인 예가 3일자 1, 8면 ‘AI끼리 협업, 수학 난제 10개 풀었다’다. 아스트라라는 AI 모델이 풀었다는 난제가 일반 대중이 알아듣기 어렵게 나열만 돼 있는데, 좀 더 쉬운 설명이 필요했다고 본다. 21일자 2면 ‘암 잡으려다 코로나 잡은 mRNA, 진짜 암 잡는다’도 흑색종, 치료용 백신 등 전문용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 특히 백신은 치료용이 아니라 예방용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아무 배경설명 없이 갑자기 치료용 백신에 대한 전문적 내용을 소개하니 혼란스러웠다. 22~23일자 중앙선데이 1, 6~7면 ‘해피 버스데이 투 미…힘들어요, 어떡하죠…남친도 세탁되나요’는 빨래방에 붙은 포스트잇을 통해 청년 고용, 수도권 전월세 가격 등 여러 사회 지표를 취재한 좋은 기사다.
▶홍지혜 마이아트 컴퍼니 대표=현행 문화재법에 따르면 1945년 이전의 것들은 반출이 안 되는 상황인데 12일자 23면 ‘문화노트-K골동품 사가려다 움찔…대안 없나’는 이런 일률적인 기준 대신 등급에 따라 규제를 차등화하자는 타당한 방향을 제시해서 반가웠다. 이틀 뒤 14일 16면 안중근 유묵 환수 기사는 문화유산 의제를 이어간 흐름이 돋보였다. 다만 최근 안중근 유묵이 서예 작품으론 역대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면 환수에 들어가는 비용, 어려움, 가치 등을 다층적으로 짚을 수 있었을 것 같다. 13일자 16면 카카오 파업 기사는 “직원 70%가 없어도 돌아간다”는 제목이 한 직원의 토로일 뿐 뒷받침할 지표가 없다. 같은 날 14면 ‘청년에만 닫히는 취업문’도 다른 세대는 멀쩡한데 청년만 어렵다고 비교할 만한 30~50대 고용 지표가 안 나온다. 노동이나 취업 관련 기사는 논조가 유난히 근로자, 취업준비생을 무력한 피해자로 그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태헌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20일자 1, 3면 ‘청와대, 대통령 만남 기회 안 줬다’는 소수만 아는 제청 비하인드 스토리를 잘 취재했다. 이 문제가 몇 달은 더 갈 것 같은데, 국민이 혼란을 느낄 만한 헌법 제청권과 임명권의 의미, 관계 등을 설명하는 기사가 필요할 것 같다. 24일자 30면 ‘시시각각-헌법 위에 관례 있나’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은 대법관이 종신직이어서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비교해서 다뤄 반가웠다. 24일자 10면 ‘의사가 안 온다? 울산 종합병원, 일반병원 개원할 판’은 단순 사실 전달 기사로 보여 아쉬웠다. 지방 공공의료기관에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의사 수와 보수, 지방 생활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면 좋겠다.
▶전경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12일자 12면 ‘기내식 짐칸 숨었다, 트럼프 기상천외 위장술’은 미국 대통령이 수송기를 옮겨 탄 과정에 초점을 맞춰 상세히 보도했다. 반면 이란이 어떻게 암살 기도를 준비했고, 그런 정보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등 우리 입장에서 참고하거나 함의를 도출할 만한 부분에 대한 후속 보도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같은 날 14면 중국의 북극항로 개척 기사는 북극항로의 경로가 한국 영해 인근을 어떻게 지나가는지가 궁금한데 지도를 부정확하게 그려놨다. 외부 필진이기는 하지만 6일자 24면 ‘에버라드 칼럼-젤렌스키의 북한 타격 시나리오’는 과도한 추론이 들어갔다. 북한을 공격하는 게 이란 공격보다 난이도가 낮다든지, 북한 공격 시 우크라이나가 확전을 주도할 수 있게 될 거라는 등의 판단은 공감하기 어려웠다. 21일자 5면 ‘육군 화상회의 핵심부품 중국산, 미국선 보안 우려해 금지한 제품’은 중요한 지적을 잘 해줬다. 군 전반에 걸친 심층 취재가 뒤따르면 좋겠다.
▶유재연 한양대 사회혁신융합전공 겸임교수=흥미 유발성 AI 기사가 많은데 결과물에 초점 맞추기보다 본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20일자 10면 ‘김용범 비서는 AI, 메가 프로젝트 글 88% AI가 썼다’가 한 예다. 초안은 인간이 만들어도 퇴고 단계에서 AI를 활용하면 AI 사용 100%가 나올 수밖에 없는 원리인데, 이런 부분을 짚거나 사람과 AI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4일자 2면 ‘톱스타 추락할라, AI 모델에 8조 쓴다’는 시의성도 없고 AI가 생성하는 미학에 대한 비판적 접근도 아쉬웠다. 24일자 14면 ‘중국로봇 9.39초, 볼트보다 빨랐지만…시장은 차가웠다’는 100m를 9.39초라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로봇 기술을 시장 시그널과 합쳐 깎아내리는 비판 기사로 쓰기보다, 산업적 전망이나 기술적 활용도, 우리가 기술적으로 긴장해야 하는 부분을 보도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폭염, 폭우 등 날씨에 대한 상세한 보도가 한 달 내내 이어졌다. 극한, 살인적, 괴물 이런 표현들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심각한 날씨에 대해 취재하고 현장도 다채롭게 살폈다. 그런데 전반적인 기사가 기상학적 메커니즘을 강조하는 데 그치고, 재난 상황의 원인이나 책임을 따지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날씨가 정상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에 맞춰 폭염이나 폭우의 영향력이나, 지자체별 준비 상황, 재난 시 안전한 대피처가 어딘지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새로운 기사 형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10일자 2면 ‘폭염·곰팡이·벌레…3살에겐 집이 더 위험했다’는 취약계층 어린이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눈에 보이도록 잘 설명했다. 극단적인 기후로 갈수록 기후 약자층의 여름나기, 정부 대책 등 관심을 촉구하는 기사가 늘어나면 좋겠다.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서면 의견)=이번 달에는 시의성과 현장감 있는 기사가 많았다. 17일자 2면 ‘조합원 등록 단 2명…아이돌 노조, 9개월 만에 결국 무산’은 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아이돌 연습생들 관련 수익 미지급 논란, 부당 대우, 미성년 아티스트 보호 문제 등을 잘 다뤘다. 25일자 2면 ‘참치마저 몰살당했다…새빨개진 거문도 바다 삼킨 낯선 놈들’도 바다 온난화 추이와 여파를 생생하게 다뤘다. 다만 올해 광복절 보도는 빈약했다. 멕시코에서 온 독립유공자 후손의 사례(14일자 16면)를 흥미롭게 다뤘고 같은 면에 안중근 의사의 유묵 환수 보도가 있었지만, 17일자에는 이 대통령 경축사 일부 내용에 대한 논란을 소개하는 정도였다. 광복절 의미를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관련 논쟁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치면 보도에서 ‘호위무사’ ‘전멸’ ‘숙청’ 등 전쟁 관련 비유나 표현이 과도하게 사용되는 경향도 지적하고 싶다.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 =19일자 18면 ‘모든 학생에 같은 교육…이 공정이 한국교육 망쳤다’는 미국 페어팩스 사례를 들어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는 게 더 공정일 수 있다는 개념을 잘 보여줬다. 21일자 1, 8면 ‘노후 섬 창신동, 희망 고문 20년’은 창신동 재개발이 정부,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일관성 없이 왔다 갔다 한다는 내용을 잘 짚은 의미 있는 부동산 기사였다. 24일자 30면 사설 ‘실종자 사망…불안한 경찰의 수사 독점’은 1, 2면 부 경장 사건 보도에 이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 사실 이 사건은 보완수사권은 상관이 없다. 보완수사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어난 경찰의 시스템 문제인데, 논리적으로 안 맞는다. 더 조심스럽게 써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