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돌 아기를 키우는 이모(37)씨 가족은 주말 아침이면 7시부터 집을 나선다. 이씨는 “기온이 올라가는 낮에는 집에 있거나, 백화점이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매년 여름 폭염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까지 바뀌고 있다.
한 번에 많이 사두는 ‘비축형 소비’가 두드러지고, 백화점·카페 등에서 작은 비용으로 오래 머무르는 경향성이 나타났다. 주 소비 시간도 오전과 저녁으로 옮겨갔다. 30일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수도권에 사는 개인 고객의 카드 소비 데이터를 지난달 18일부터 한 달간 분석한 결과다. 폭염일(일 최고기온 33도 이상)과 그렇지 않은 날(비폭염일)을 나눠 소비 패턴을 비교했다.
폭염일에는 비폭염일에 비해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 이용 건수가 각각 7.3%, 4.1% 증가했다. 특히 건당 이용액을 보면 대형마트가 5.2%, 인터넷 쇼핑이 11.6% 늘었다. 연구소는 “더워서 한 번에 많이 사고, 큰 금액을 지출하는 비축형 구매 행태가 두드러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화점·카페 이용 건수는 각각 1%, 6.5% 늘었지만, 건당 이용액은 오히려 각각 5.5%, 3.6% 감소했다. 폭염을 피하는 ‘냉방 피난처’로 활용되다 보니, 소비 대신 체류 목적 방문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택시 역시 이용 건수는 7.2% 늘었지만 건당 이용액은 1.3% 감소했다. 더위에 짧은 거리도 걷기 힘들어 단거리 호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날씨는 소비 시간대도 바꿨다. 주요 20개 업종 소비 시간대를 분석해보니, 폭염일 오전(6~11시) 소비 비중이 비폭염일보다 1.24%포인트 늘었다. 반면 오후(3~6시)에는 1.37%포인트 줄었다. 비교적 더위에 취약한 전통시장과 아울렛은 오후 소비 비중이 각각 1.4%포인트, 2.1%포인트 줄어들었다. 다만 더위가 누그러지는 저녁(6~9시)에는 소비 비중이 각각 1.8%포인트, 1.3%포인트 늘었다.
저녁 소비 반등은 60대 이상 고객에게 뚜렷하게 나타났다. 비폭염일 대비 폭염일 오후 6~9시에 대형마트를 찾는 60대 이상 고객은 5.6% 늘었고, 카페를 찾는 경우도 7.6% 늘었다.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폭염에 취약한 60대 이상 고객이 일상 소비 패턴을 적극적으로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시니어 고객들은 폭염일에 배달 애플리케이션 이용(+6.8%)을 늘리거나, 간단한 쇼핑은 가까운 편의점(6.8%)에서 하는 소비 패턴을 보였다.
더운 날일수록 온라인 소비가 오프라인 소비 수요를 빨아들이는 경향성도 확인됐다. 폭염일 오후 3~6시 인터넷 쇼핑 건당 이용액이 비폭염일 대비 35.4% 급등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