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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의 시시각각] 중도 확장? 남은 중도부터 걱정할 판

중앙일보

2026.08.30 08:20 2026.08.3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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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에서 김민석 대표와 정청래 전 대표가 충돌했다. 김 대표가 정 전 대표를 “대표적인 ‘중도는 없다’론자”라고 직격하자, 정 전 대표는 “무례한 마이크 독재”라고 반발했다. 종교에서도 이교도보다 이단이 더 미운 법. 석·청의 노선 갈등은 쉬 해소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민주당 강경파의 ‘지지층 결집론’은 좁고 경직됐다. 하지만 그 안티테제로 등장한 김민석의 ‘외연 확장을 통한 구조적 다수론’도 알맹이가 있는지 의문이다. 김 대표는 “내부 결속을 명확히 하면서도 진보·개혁 그리고 중도·보수 등 모든 세력 간 개인의 영입을 동시에 추진해야 당이 단단해진다”고 말했다. 어제(30일) 발표된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에 기본소득당과 조국혁신당 인사가 포함된 이유일 것이다.

여당 대표 취임 일성이 사법부 공격
공소취소 앞장 인사가 법무 장관에
‘구조적 다수론’은 어떤 속셈 담았나

하지만 민주당 외연 확장의 핵심은 진보·개혁 진영이 아닌 중도·보수 인사 영입이다. 초록동색의 인물을 아무리 모아봤자 색깔만 진해질 뿐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 상황에서 보수는 고사하고 중도 인사 영입이라도 가능한가. 설사 그런 인물 몇 명 데려온들 민주당 정치의 외연이 넓어지기나 할까. 근본적으로 김 대표가 말하는 중도에는 과연 합리적 중도의 가치가 담겨 있는가.

지난 19일 부산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공개 최고위원회에서 김 대표의 일성은 사법부 공격이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희대씨” “법기술원장”이라 부르며 사퇴를 압박했다. 지지율 하락에 주춤하다곤 하지만 “조작 기소를 바로잡겠다”며 공소취소의 군불도 여전히 때고 있다. 말로는 중도 확장이라면서 행동은 방탄이다.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국정 운영의 엔진 격인 지지율에 짙은 연기가 나고 있다. 발화의 중심부에는 정치권력이 자의적으로 국가 제도와 법체계를 재편하고 있다는 중도층의 불신이 도사리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안전’과 전직 대통령의 ‘복수’를 위해 삼권분립 원칙과 사법·수사 시스템을 뒤흔들고 있다는 의구심이다. 그런데도 여권은 엔진 대신 타이어를 ‘중도용’으로 갈아끼워 상황을 타개할 생각만 하고 있다. 김 대표의 중도 확장론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손봉기 판사 제청을 거부하며 헌정 사상 초유의 ‘재제청’을 요구했다.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명확히 없는 절차다. 여당은 한술 더 떠 기존 추천 후보 3명 가운데 다시 제청하라고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 사실상 청와대가 염두에 뒀다는 김민기 판사를 지명하라는 요구나 마찬가지다. 이럴 바엔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제104조에서 ‘대법원장의 제청으로’를 삭제하는 게 차라리 솔직하지 않나.

역사상 성공한 외연 확장은 ‘이대로 가면 무너진다’는 벼랑 끝 절박함에서 나왔다. YS의 운동권 수혈, DJP 연합, 박근혜의 김종인 영입이 그랬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쥔 지금 여권에는 그런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도덕적 하자가 있는 인물을 트로피처럼 수집하다 역효과만 냈다. 절박함이 없으니 영입 인사에게 소신을 펼칠 공간도 주지 않는다. MB 정부 출신의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모두의 대통령이 되려면 민주당을 탈당해야 한다”고 말하자 당내에서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반응이 나온 게 단적인 예다. 영입할 때는 탕평이라 칭송하다가 당의 방탄 기조와 배치되는 직언을 하는 순간 이방인으로 몰아세운다. 귤을 탱자로 만드는 졸렬한 정치다.

중도 확장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밖에서 사람을 찾기에 앞서 무리한 대통령 사법 리스크 제거 작전부터 멈춰야 한다. 그러나 어제 개각에선 ‘검수완박’과 ‘공소취소’ 공세의 최전선에 섰던 인물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이 정도면 김민석의 ‘구조적 다수론’은 그 가능성 여부를 떠나 속셈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지율 반등의 길은 요원한 것 같다.





이현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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