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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처럼 자발적 비혼모 택한 의사 “셋째 준비합니다”

중앙일보

2026.08.30 13:00 2026.08.3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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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의사 이샘나(39)씨에게 결혼과 출산은 처음부터 같은 선택이 아니었다. 덴마크 정자은행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첫째 로빈(3)과 둘째 제로미(1)를 낳은 이씨는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고, 가임기를 생각해 더 늦추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심 뒤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할까 말까보다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를 알아봤고, 해외에서는 가능하다는 걸 확인한 뒤 바로 추진했다”고 했다.

내과의사 이샘나(39)씨가 8월 말 한 카페에서 첫째 로빈(3), 둘째 제로미(1)와 함께 웃고 있다. 이샘나씨 제공.

내과의사 이샘나(39)씨가 8월 말 한 카페에서 첫째 로빈(3), 둘째 제로미(1)와 함께 웃고 있다. 이샘나씨 제공.


국내에서는 비혼 여성이 기증 정자를 이용한 보조생식술을 받기 어려워 덴마크로 향했다. 현지 병원과 시술 절차를 직접 알아봤고, 난자 채취와 세 차례 배아 이식 등에 2000만~3000만원 정도가 들었다. 이씨는 “부모님도 처음엔 놀라셨지만 출산을 반겨주셨다. 계획 단계부터 이야기했던 친구들도 약속대로 축하 파티를 열어줬다”고 말했다.

주변의 시선도 예상보다 따뜻했다. 이씨는 “생각보다 인식이 아주 좋았다”며 “막연히 생각할 때와 실제 아이를 만나 이웃이 된 뒤는 다르다. 보수적인 이웃들도 비난하거나 갑자기 멀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고 했다. 요즘 가장 행복한 시간은 아침이다. “첫째가 일어나서 와락 안기고, 둘째가 옆에서 옹알이하는 시간이 제일 좋다”고 했다.

이씨는 이제 셋째를 준비한다. 지난 5월 덴마크에서 난자를 채취해 7월 배아 이식을 시도했고 오는 10월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출산에 하나의 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아이를 낳는 건 개인의 행복과 관련된 정말 개인적인 일”이라며 “낳는다고 대단하다고 칭찬받을 일도, 낳지 않는다고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 아이를 낳지 않을 결정을 하는 사람들도 모두 존중한다”고 말했다.



“애 생겨도 혼인신고 안 해요”…비혼 출산 ‘역대 최대’ 찍었다

미혼 직장인 장모(33)씨는 결혼과 출산을 별개의 선택으로 생각한다. 장씨는 “결혼은 꼭 하지 않아도 되지만 아이는 낳고 싶어 난자 냉동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신 초기인 김모(34)씨는 남편과 함께 살고 있지만 아직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다. 김씨는 “아이도 생겼지만 곧바로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택 청약 등을 생각하면 굳이 서두를 이유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적 혼인과 출산을 한 묶음으로 생각하지 않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30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는 1만4023명으로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2020년 6876명에서 5년 만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체 출생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2.52%에서 2024년 5.80%까지 높아졌다. 다만 지난해에는 전체 출생아가 늘면서 5.51%로 소폭 낮아졌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결혼과 출산을 반드시 함께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늘고 가족 형태도 다양해지는 가운데 경제적 이유로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사회적 인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24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37.2%로 2014년(22.5%)보다 14.7%포인트 높아졌다. 20대에서는 42.8%에 달했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도가 높아진 데다 자발적 비혼 출산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과거보다 유연해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법적 혼인 대신 동거 등으로 가정을 꾸리는 청년층이 늘어난 것도 배경이다. 혼수나 예식 등 결혼 준비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경직된 가족 질서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파트너십과 생활공동체에 무게를 두는 이들이 많아진 영향이다.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혼인을 하지 않고 가정을 꾸리는 혼인 외 가정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개선되고 있다"며 "비혼 상태에서도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도록 제도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혼인신고를 미루게 하는 현실적 유인도 있다. 청약·대출 등에서 결혼 후 오히려 불리해지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다. 보금자리론은 현재 미혼은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신혼부부는 합산 8500만원 이하가 기준이다. 오는 10월부터 ‘합산 8500만원 이하’ 또는 ‘한 명이 7000만원 이하’로 완화되지만 사각지대는 남는다. 가령 합산소득이 같은 1억5000만원이라도 9000만원, 6000만원씩 버는 부부는 소득 요건을 충족하지만 각각 7500만원씩 버는 부부는 제외된다.

하지만 달라진 가족의 모습에 비해 제도 변화는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혼인·혈연관계가 아닌 성인 두 사람의 생활공동체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일정한 권리·의무를 부여하는 ‘생활동반자법’은 2023년 처음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지난해 9월 재발의된 뒤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반면 프랑스는 시민연대협약(PACS), 네덜란드는 등록파트너십을 운영하고 스웨덴은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을 허용한다.

혼인 외 출생에는 동거 커플, 혼인신고를 미룬 커플, 미혼모의 출산 등 다양한 유형이 포함돼 있다.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을 당연한 순서로 여기던 공식이 깨지고, 결혼과 출산의 연결 자체가 약해지는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현재 통계로는 혼인 외 출생의 유형을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동거 여부나 가족 형태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통계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국민의 수용도는 높아졌지만 제도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돌봄·복지 등에서도 변화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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