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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월 100만원 날릴판”…쿠팡기사 98% 새벽배송 제한법 반대

중앙일보

2026.08.30 13:00 2026.08.3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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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10시쯤 쿠팡 새벽배송 기사 이명우씨가 경기 의정부시 양주3캠프에서 물건을 트럭에 싣고 있다. 이규림 기자

25일 오후 10시쯤 쿠팡 새벽배송 기사 이명우씨가 경기 의정부시 양주3캠프에서 물건을 트럭에 싣고 있다. 이규림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새벽(야간) 노동자 시간 및 횟수 제한 법안에 대해 쿠팡 택배기사 10명 중 9명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30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이달 26일부터 28일까지 영업점 소속 택배기사 3319명을 대상으로 ‘택배기사 작업시간 제한 관련 긴급 의견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9%는 택배기사의 작업시간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야간배송 횟수와 시간을 각각 월 최대 12회, 주 30시간(하루 10시간씩 주 3회 근무 가정) 이내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각각 97.7%, 97.4%가 반대했다.
지난해 9월 김병기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택배 사회적대화기구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김병기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택배 사회적대화기구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조사는 지난 21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생활물류서비스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에 따른 것이다. 해당 개정안은 택배사업자와 교대제 근로자 등 밤·새벽 시간대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발의됐으며, 구체적으로는 야간작업을 ▶월 12회 이하 ▶주 48시간 이하 ▶일 10시간 이하 ▶연속 최대 3일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새벽 배송 제한 논의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는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여당이 민주노총 등 일부 노동계 입장만 반영해 입법을 강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설문 응답자의 48.8%는 새벽 배송 작업 시간이 제한돼 소득이 줄어들면 택배와 다른 일을 병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야간작업을 수행 중인 현장에서도 법으로 노동 시간을 제한할 경우 오히려 쪼개기·‘투잡(two job)’ 근무 형태가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노원구 관할로 새벽 배송을 하는 3년 차 쿠팡 배송기사 옥승민(36)씨는 “오전에 아이를 돌보기 위해 야간에 일하고 있는데 야간 노동 시간이 제한되고 주간으로 전환하면 월 수입이 100만원 이상 줄어 생계에 지장이 있다”며 “지금 같은 소득을 유지하려면 다른 일을 더 구해야 해 사실상 근무시간은 같거나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육아나 간병 등 이유로 새벽 배송을 택한 노동자들은 규제로 인한 소득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25일 밤 쿠팡 양주3캠프에서 만난 새벽 배송기사 이명우(33)씨는 “두 달 뒤 아이가 태어나면 아내와 교대로 육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야간 작업을 선호한다”며 “지금과 같은 물량을 주간에 배송하면 야간보다 수익이 월 100만원 이상 줄게 되는데, 아이가 태어나 지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쿠팡 일산5캠프에 근무하는 새벽 배송 기사 정희원(31)씨도 “낮 시간대에는 아픈 가족을 돌봐야 해서 야간 근무를 선택했다”며 “새벽 배송 근무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 다른 일을 병행하거나 직업을 바꾸는 선택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설문을 진행한 CPA 측도 “쿠팡 배송기사들은 개인사업자 성격에 가까운데, 개정안에서 언급한 규제대로 일한다면 야간 업무자 기준으로 한 주에 28시간밖에 일하지 못하게 된다”며 “최대 근무시간과 횟수를 법으로 강제하면 생계유지를 위해 시간을 쪼개어 또 다른 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호룡 CPA 회장은 “향후 여당이 개정안 입법을 강행한다면 전국적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헌법에 명시된 ‘직업수행의 자유’와 ‘과잉금지 원칙’을 검토해 헌법소원에 나설 것”이라며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개정안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장의 목소리와는 별개로 노동자의 장기적인 건강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택배 노동자들이) 당장 일할 자유를 말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법을 통해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과로로 유병률이 높아지면 생애 전반의 소득까지 줄어들 수 있지만, 그 영향이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아 노동자 개인이 위험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전국택배노동조합 대표자들이 지난 7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3차 사회적대화 재개와 원청 택배사의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택배노동조합 대표자들이 지난 7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3차 사회적대화 재개와 원청 택배사의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는 경우 지역 배송업체와 후발 새벽 배송 사업자의 반발도 잇따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규제 요건을 충족하려면 교대가 가능한 배송 인력을 늘리고 담당 권역을 다시 짜야 하는데, 중소 배달·물류업계는 쿠팡처럼 추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전국 단위 인력풀을 활용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야당에선 이번 개정안이 야간 노동자들의 ‘생계 수단 박탈법’이자 ‘야간경제 파괴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29일 논평에서 “국가가 근무 횟수를 강제로 줄이면 노동자는 투잡·쓰리잡으로 내몰린다. 과로를 막겠다는 법이 ‘과로 양산법’이 될 것”이라며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일하지 못하게 막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일하고 제대로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개정안과 관련해) 노동계 안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다음달 중으로 입법토론회를 열고 세부 방침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규림.노유림.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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