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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사 바뀌자 60만원→120만원 껑충…전북 ‘동학유족수당’ 논란

중앙일보

2026.08.30 13:00 2026.08.3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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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1일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전북 정읍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서 열린 130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에 앞서 전봉준 동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5월 11일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전북 정읍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서 열린 130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에 앞서 전봉준 동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7월 9일 ‘연 60만원’ 통보→하루 만에 “120만원 변경”

전북도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자녀·손자녀·증손자녀에게 매년 120만원씩 유족수당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인상 과정과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전임 김관영 지사 시절 열악한 재정 여건 등을 이유로 연 60만원 지급안이 사실상 확정됐지만, 민선 9기 출범 직후 불과 21일 만에 두 배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전격 인상’엔 국회의원 시절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 법안을 발의한 이원택 전북지사 의지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30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 7월 9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수당과 관련해 14개 시·군에 ‘연 60만원 지급’을 전제로 가내시(假內示, 임시 통보)했다. 그런데 이튿날(10일) 갑자기 “연 120만원으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13일까지 제출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다시 보냈다. 이후 같은 달 31일 ‘연 120만원 지급’이 확정됐다. 전북도는 지난 25일 공고를 통해 “‘전북특별자치도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도내 동학농민혁명 관련 유족 723명에게 1인당 연 120만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올해 사업비는 8억6800만원으로, 전북도와 시·군이 3대7 비율로 분담한다. 국비는 투입되지 않는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전북도 “이원택 지사 의지 반영”

전북도는 ▶유족들의 지속적인 ‘월 10만원’ 요구 ▶도의회의 인상 제안 ▶6·25 참전유공자 등 다른 보훈 대상자 수당(전북 기준 월 14만~16만원)과의 형평성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우 강화와 서훈 추진 등을 인상 이유로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원택 지사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전북도 설명이다. 이 지사는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에 대한 서훈 부여와 동학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 등을 강조했다.

전북도는 이번 유족수당을 단순히 현금성 지원이 아니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를 국가 보훈 체계에 편입시키기 위한 ‘마중물’로 보고 있다. 도 유산관리과 관계자는 “동학농민혁명은 2004년 3월 제정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국가 차원에서 기념하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130년 넘게 역적으로 몰려 예우받지 못한 역사적 특수성과 오늘날 민주주의의 뿌리라는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시·군 의견 조회 형식적…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

갑작스러운 수당 인상에 반발도 적지 않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군 의견 조회는 사실상 형식적 절차였다”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민선 8기 때 모 단체장은 “왜 수당을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내 앞에서 말도 꺼내지 말라”고 분노했다는 말도 돈다. 전북도보다 시·군이 재정 부담을 더 떠안는 구조도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대상자가 가장 많은 전주시는 5대5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전주가 267명, 정읍 101명, 임실 81명, 익산 74명 순이다.

앞서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2020년부터 자체 예산으로 월 10만원씩 수당을 지급해 온 정읍시는 도비 30%(1인당 36만원)가 지원되면서 외려 시 재정 부담이 줄어드는 반사 이익을 얻었다. 전북도는 정읍시가 매년 주최하는 세계혁명도시 연대회의에 대해서도 사업비(2억원)의 30%를 내년부터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동학농민혁명 관련 정읍시 예산은 약 19억원이다.

이원택 전북지사가 지난 15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고(故) 이석규 애국지사 영결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원택 전북지사가 지난 15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고(故) 이석규 애국지사 영결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헌법 전문에 ‘동학정신’ 수록 추진

수당 지급 대상이 549명에서 723명으로 늘어난 것도 논란거리다. 전북도는 “유족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정읍시의 기존 지급 사례(※유족 10명 중 6명이 신청)를 참고해 지난해 915명의 60%(549명)만 적용해 예산에 반영했다가 올해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서 받은 명단을 현행화(업데이트)하면서 시·군별로 실제 거주 여부 등이 파악된 유족을 기준으로 다시 산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723명 역시 사망·전출자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어 최종 신청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는 데 적극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11일 ‘제132주년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식’ 축사(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독)에서 “동학농민혁명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첫 발걸음”이라며 “국민주권정부 또한 1894년 농민들이 꿈꾸던 대동 세상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 ‘동학 서훈 입법 토론회’에서 “아직도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제대로 된 예우와 서훈이 없다는 것은 유감”이라며 “헌법 전문에 5·18 정신과 함께 동학 정신도 수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5월 1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132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기념사를 대독하고 있다. 뉴스1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5월 1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132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기념사를 대독하고 있다. 뉴스1



유승민 “전북 재정자립도 전국 꼴찌…온당하냐”

반대 여론도 거세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132년 전 사건에 세금을 쓰는 것이 적절하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전북도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23.32%로 전국 꼴찌다. 전주시는 재정난으로 2300명 공무원에게 지급해야 할 상여금 40억원도 못 주고 있다”며 “국민 세금을 이런 식으로 쓰는 게 온당한 일이냐”고 적었다.



김준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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