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오예진 선수의 핑크빛 총. 오 선수는 이 총과 평생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권혁재 기자
파리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오예진(21)이 두 개의 총을 들고 나고야로 향한다. 공기권총과 화약권총, 두 개의 종목을 모두 휩쓸 생각이다.
오예진은 지난 5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0m 공기권총과 25m 권총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10m 공기권총은 2년 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주종목. 하지만 화약을 쓰는 권총은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2년도 되지 않았다. 고향 제주도에는 화약 권총을 쏠 수 있는 사격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똑같은 총 같지만 골프의 우드와 아이언처럼 선수들은 큰 차이를 느낀다. 쏘는 거리도, 반동도 다르기 때문이다. 오예진은 “공기권총은 ‘톡톡’ 나가는 느낌이고, 권총은 ‘팡팡’이라는 느낌이다. 두 종목할 때 감각을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사격 국가대표 오예진. 사진 IBK기업은행
경기방식도 다르다. 공기권총은 천천히 쏘는 완사로만 진행된다. 소수점 자리 점수까지 경쟁하는 결선에선 한 발당 50초의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권총은 완사와 급사를 모두 치른다. 결선에선 급사로만 승부를 가린다. 표적이 3초 동안만 나타났다가 사라진 뒤 7초가 지나면 다시 등장하는 방식으로 1시리즈(5발)를 치른다. 타이밍을 놓치면 아예 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두 종목에 모두 능한 선수가 드문 이유다. 올림픽에서 권총과 공기권총에서 모두 메달을 따낸 한국 선수는 진종오가 유일하다.
하지만 오예진은 타격과 투구를 병행하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처럼 어느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다. 오예진은 “권총은 IBK기업은행에 입단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두 개를 다 해야 하니까 힘들고, 부담도 두 배다. 하지만 승부욕이 있다 보니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혼성전 포함 최대 5개의 금메달까지도 따낼 수 있다.
2년 전까지 안경을 썼던 그는 라식수술을 받았다. 시력은 양쪽 모두 1.2. 오예진은 “사격 때문에 수술을 한 건 아니고 생활할 때 편하려고 수술했다. 경기할 땐 사격용 안경을 쓴다. 밤에는 빛번짐현상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총을 쏠 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사격 국가대표 오예진. 사진 IBK기업은행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공교롭게도 한국 선수들이다. 파리에서 오예진에 이어 공기권총 은메달을 따낸 김예지, 그리고 25m 권총 금메달리스트 양지인을 넘어야 한다. 오예진은 “어차피 한국 선수들끼리 싸울 때는 누가 이겨도 좋은 거니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내 경기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했다.
파리 올림픽 전까지 오예진은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후엔 달라졌다. 고향 제주도에 가면 동네 할머니들도 알아볼 정도로 스타가 됐다. 머리 위 왕관의 무게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오예진은 “올림픽 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자신감을 가지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니까 불안함도 생겼다”고 했다. 그는 “우연히 좋은 성적을 낸 첫 대회가 올림픽이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이번에도 노란색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