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소년중앙] “이 골목에 정조대왕이 다녀갔다고?” 왕의 길 따라 수원 한 바퀴

중앙일보

2026.08.30 14: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생태교통마을은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 1코스 '행궁동 사람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마을을 대표하는 자전거 조형물 앞에서 정선우 학생모델과 원지우·김도윤 학생기자(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했다.

생태교통마을은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 1코스 '행궁동 사람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마을을 대표하는 자전거 조형물 앞에서 정선우 학생모델과 원지우·김도윤 학생기자(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했다.


사람 따라 예술 따라 K-드라마 따라
100년 200년 겹쳐 즐기는 ‘왕의 도시’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아버지를 향한 효심과 개혁의 꿈을 담아 만든 계획도시 수원. 그 중심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이 자리하고 있죠. 2026~2027년까지 수원시는 ‘수원 방문의 해’를 맞아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준비하고 있어요. 소년중앙 학생기자단이 직접 나서 화성행궁 옆 행궁동 골목을 거닐고, 2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국궁도 체험해봤어요. 왕이 사랑했던 도시 수원을 요즘 말로 ‘힙’하게 즐기는 법,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마을해설사와 함께 걷는 수원 행궁동 ‘왕의 골목’
화성행궁 바로 옆 동네인 행궁동은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백성과 더불어 살고자 건설한 수원화성이 자리 잡은 마을입니다. 골목 곳곳에 옛이야기와 오늘날의 생활상이 함께 남아 있어, 수원문화재단은 마을해설사와 돌아보는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총 4개 코스 중 소중 학생기자단이 택한 것은 행궁동의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한 1코스 '행궁동 사람길'이에요. 행궁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출발해 생태교통마을, 화서문~장안문 길, 수원전통문화관, 행리단길, 나혜석 생가터, 신풍동 벽화골목을 지나 옛 신풍초에서 마무리되는 약 1시간짜리 코스입니다.

김도윤·원지우 학생기자와 정선우 학생모델을 수원에서 나고 자란 '수원 토박이' 김중배 마을해설사가 반갑게 맞았어요. "행궁동은 걷다 보면 200년 전과 지금이 한 골목 안에 겹쳐 보이는 동네"라며 걸음을 뗀 그는 골목 하나하나에 얽힌 옛 이야기부터 요즘 새로 생긴 가게 소식까지 모르는 게 없을 정도라, 걷는 내내 살아있는 수원 백과사전과 마주한 것 같았죠.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사랑한 도시 수원.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맞아 김도윤(서울 세종초 5)·원지우(경기도 현민초 4) 학생기자·정선우(경기도 산운초 5·왼쪽부터) 학생모델이 행궁동 왕의 골목을 함께 걸었다.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사랑한 도시 수원.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맞아 김도윤(서울 세종초 5)·원지우(경기도 현민초 4) 학생기자·정선우(경기도 산운초 5·왼쪽부터) 학생모델이 행궁동 왕의 골목을 함께 걸었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생태교통마을이에요. 지금은 카페와 공방이 늘어선 '행리단길'로 유명하지만,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낙후된 원도심이었어요. 이 거리를 완전히 뒤바꾼 사건이 바로 2013년 9월 한 달 동안 열린 '생태교통 수원 2013' 축제입니다. 행궁동 주민들이 자동차 대신 도보나 자전거 같은 비동력 이동수단만으로 한 달을 살아보는 실험이었죠. 축제 기간 국내외 관람객 약 100만 명이 이 작은 골목을 찾았어요. 김 해설사는 "처음엔 '장사가 안될까 봐' 반대하던 주민들도 아이들이 교통사고 걱정 없이 골목에서 뛰놀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어요.

이후 '생태교통세계축제'라는 이름으로 201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2017년 대만 가오슝으로 퍼져나갔고, 점집 거리였던 행궁동은 어느새 맛집과 문화가 넘치는 거리로 탈바꿈해 전국적인 도시재생 모범 사례가 됐어요.

13년이 지난 올해, 화서문부터 신풍로에 이르는 약 220m 구간이 매주 토요일 오후 1~5시 다시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고 있어요. 3~4월 시범운영과 주민 설문조사(응답자 1980명 중 80% 이상 만족)를 거친 결과죠. 이번엔 주민들이 먼저 나서서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하니, 10여 년 전 그 골목의 기억이 되살아난 셈이에요.
왕의 길 벽화 속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따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 소중 학생기자단.

왕의 길 벽화 속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따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 소중 학생기자단.

걷다 보면 발밑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양옆은 회색 보도블록인데 가운데만 붉은 블록이 쭉 이어진 길이 골목 곳곳에 숨어 있거든요. 김 해설사는 "이 붉은 길이 바로 정조대왕이 화성을 오갈 때 실제로 걸었던 '왕의 길'"이라고 알려줬어요. 무심코 걷다가도 발밑에서 붉은 길을 발견할 때마다 학생기자단은 "여기도 왕의 길이다!"라며 반가워했죠.

마침 붉은 길이 이어지는 담벼락에 아이들이 손을 잡고 뛰노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는데요. 그림 속 놀이가 무엇인지 알아본 김 해설사가 "우리도 한번 해볼까요?"라며 학생기자단을 벽화 앞으로 불러 모았어요. 다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며 술래 몰래 살금살금 다가가며 놀았죠. 정조대왕이 걸었다는 붉은 길 위에서 하는 놀이라 그런지 학생기자단은 그냥 놀이터에서 하던 것과는 다른 특별한 기분이 든다고 입을 모았어요.

바로 옆 담벼락에는 눈금과 숫자가 그려진 '키재기 벽화'가 있었어요. 학생기자단은 차례로 벽에 등을 붙이고 서서 자신의 키를 재봤는데, 도윤 학생기자가 몰래 까치발을 드는 바람에 눈금이 훌쩍 올라가 다 함께 웃음이 터졌어요. 실제 자전거 바퀴를 활용한 입체 조형물 앞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페달을 밟는 시늉을 하며 사진을 찍었죠. 골목 하나에도 놀거리가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다들 신이 났는데요. 벽에 그려진 그림만으로도 한참을 웃고 떠들 수 있다는 게 행궁동 사람길의 매력입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화서문에서 장안문으로 이어지는 성벽 길이 나옵니다. 화서문은 수원화성의 서쪽 대문으로, 문 옆에 붙은 서북공심돈은 성벽 위에서 적을 감시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에요. 김 해설사는 "공심돈은 속이 비어 있는 돈대라는 뜻인데, 우리나라 성곽 중에서 화성에만 있는 독특한 방어시설"이라고 소개했죠.
성벽에 작은 구멍이 세 개씩 뚫려있는데, 가운데는 근총안, 양옆은 원총안이라 한다.

성벽에 작은 구멍이 세 개씩 뚫려있는데, 가운데는 근총안, 양옆은 원총안이라 한다.

성벽 위를 요철 모양으로 낮게 두른 담을 '여장'이라고 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장 하나마다 작은 구멍이 세 개씩 뚫려 있어요. 학생기자단이 "구멍마다 뚫린 각도가 조금씩 다른 것 같다"고 하자, 김 해설사는 "잘 봤다"며 설명을 이어갔죠. "가운데 구멍은 성벽 바로 아래 가까운 곳을 내려다보고 쏠 수 있게 뚫은 '근총안', 양옆 두 구멍은 멀리 있는 적을 겨냥할 수 있게 뚫은 '원총안'이에요. 하나의 여장에 각도가 다른 구멍 세 개를 뚫어서, 가까이 다가온 적도 멀리서 접근하는 적도 놓치지 않고 방어할 수 있게 만든 조상들의 지혜가 담겼죠." 학생기자단은 구멍마다 눈을 대보며 가까운 골목과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이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번갈아 확인해봤어요.

화서문에서 장안문으로 이어지는 성벽 길 한쪽에는 마을 사람들이 가끔 소원을 빈다는 '소원나무'도 서 있어요. 김 해설사는 "옛날부터 이 나무 앞에서 간절히 기도를 올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마을에 전해 내려온다"고 소개했어요. 다만 나무의 잎이나 가지를 함부로 꺾으면 나무를 지키는 목신의 노여움을 사서 큰 벌을 받는다는 전설도 함께 전해진다니, 소원을 빌 땐 마음속으로 조용히 비는 게 좋겠죠. 학생기자단도 나무 앞에 서서 저마다 작은 소원을 하나씩 빌어봤답니다.
화서문과 장안문 사이에는 오랜 전설이 깃든 소원나무가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도 나무에 손을 얹고 각자 소원을 빌었다.

화서문과 장안문 사이에는 오랜 전설이 깃든 소원나무가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도 나무에 손을 얹고 각자 소원을 빌었다.

병풍처럼 마을을 두른 수원화성은 1794년(정조 18) 착공해 2년 반 만인 1796년 완공됐어요. 정조는 어린 나이에 뒤주에 갇혀 세상을 떠난 아버지 사도세자를 평생 그리워했고, 왕위에 오르자 아버지의 묘를 명당인 화산(지금의 화성시 안녕동)으로 옮겼어요. 그러자 원래 그 자리에 살던 백성들이 옮겨 갈 새로운 터전이 필요해졌는데, 정조는 이 기회에 아예 새로운 계획도시를 짓기로 했죠. 그렇게 탄생한 곳이 바로 지금의 수원화성이에요.

선우 학생모델이 "정조대왕이 수원을 계획도시로 정하고 화성을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고 물었어요. 김 해설사는 "효심만으로 이 큰 성을 지은 건 아니다"라고 답했죠. "정조는 한양의 여러 신하가 편을 갈라 다투는 걸 지긋지긋해했어요. 수원에 자신을 지켜줄 친위부대 장용영을 두고, 왕권을 뒷받침할 새로운 정치적 근거지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게다가 수원은 한양과 삼남 지방을 잇는 길목이라 상업 도시로 키우기에도 좋은 위치였어요. 실제로 정조는 상인들에게 나랏돈을 빌려주고 가게까지 지어주며 장사를 장려했답니다." 오늘날 화성행궁 앞 남문시장 일대가 200년 넘게 상권으로 이어져 온 것도 이때부터 시작된 전통이라고 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수원화성 화서문으로 향하고 있다. '화성의 서쪽'이란 뜻이지만 팔달산 탓에 서북쪽에 자리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수원화성 화서문으로 향하고 있다. '화성의 서쪽'이란 뜻이지만 팔달산 탓에 서북쪽에 자리했다.

그렇다면 수원화성은 다른 성곽들과 무엇이 다를까요. 지우 학생기자의 질문에 김 해설사는 "가장 큰 차이는 산성과 읍성의 장점을 한 성에 모두 담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어요. "서울 성곽이 산길을 따라 오르내리는 산성에 가깝다면, 화성은 팔달산 산줄기를 타고 내려와 평지의 도시 전체를 타원형으로 감싸는 평산성이에요. 게다가 정약용이 만든 거중기·녹로 같은 신식 도구로 무거운 돌을 옮기고, 돌과 벽돌을 함께 써서 쌓았죠. 성문·암문·공심돈·포루·각루 등 우리나라 성곽에 쓰이는 방어시설을 거의 다 갖춘 성은 화성이 유일하다고 봐도 좋아요."

수원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어요. 선우 학생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김 해설사는 세 가지를 꼽았어요. "첫째, 18세기 조선 사회의 변화와 과학기술 발전을 보여주는 새로운 양식의 성곽이라는 점, 둘째 성벽과 사대문 등이 축조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다는 점, 셋째 공사 기록을 담은 『화성성역의궤』 덕분에 학술 가치가 크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화성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여러 시설이 크게 파손됐어요.

지우 학생기자가 복원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을 궁금해하자 "가장 큰 어려움은 원래 모습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었을 텐데, 다행히 화성을 지을 때 공사 인력과 재료, 비용, 설계도까지 낱낱이 기록해 둔 『화성성역의궤』가 남아 있었어요. 이 책 덕분에 1975년부터 시작된 복원 공사가 원형에 가깝게 진행될 수 있었죠. 만약 이 기록이 없었다면 지금의 화성은 훨씬 다른 모습이었을 거예요"라고 답했어요.

도윤 학생기자는 "과거 화성 성곽 밖에도 사람이 살았는지" 궁금해했어요. "화성은 처음부터 군사 방어시설이자 백성이 살아가는 읍성으로 계획됐기 때문에, 성 안쪽에는 관아와 시장, 백성들의 살림집이 함께 있었어요. 성벽 바깥쪽으로도 논밭을 일구는 농민들이나, 성문 근처에서 장사하던 상인들이 살았죠. 정조가 화성 주변에 저수지와 둔전(국가 소유의 농지)을 만들어 성 안팎 백성들이 함께 농사짓고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배려했거든요." 성곽이 단순히 안과 밖을 가르는 담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살아있는 마을이었다는 설명에 학생기자단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왕의 골목여행 1~4코스 한눈에 보기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은 총 4개 코스로 운영돼요. 사전 온라인 예약(7일 전까지) 후 마을해설사와 함께 도보로 진행되며, 참가비는 무료예요.
왕의 골목 여행 1~4코스

왕의 골목 여행 1~4코스

성벽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전통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수원전통문화관이 나오는데요. 전통식생활체험관과 예절교육관 두 개 동으로 이뤄진 곳으로, 다도·한지공예·전통 매듭·떡 만들기 같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어린이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즐겨 찾는답니다.

이어 도착한 행리단길은 '행궁동'과 서울의 유명 상권 '경리단길'을 합쳐 만든 별명이에요. 오래된 한옥과 적산가옥 사이사이에 감성 카페와 소품 가게, 공방이 들어서 걷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골목이죠. 낡은 집을 허물지 않고 옛 골격은 그대로 둔 채 내부만 새롭게 꾸민 가게가 많아서, 걷다 보면 100년 전 지붕 아래 오늘의 커피 향이 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골목은 어느새 나혜석 생가터로 이어졌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작가로 알려진 나혜석은 1896년 이 동네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뒤, 그림뿐 아니라 여성의 자립을 이야기하는 글을 여러 편 남겼어요. 지금 이곳엔 생가 자리를 알리는 표지석만 남아 있지만, 김 해설사는 "나혜석은 행궁동이 다시 활기를 찾는 데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소개했어요. 예술가들이 하나둘 행궁동에 자리 잡으면서 마을이 활기를 되찾았는데, 그 과정에서 이곳 출신인 나혜석을 기리는 예술문화제가 열리기도 했죠. 그림을 배우지 않았어도 이 골목을 걷다 보면 왜 그가 붓을 들었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어요.
키재기 벽화 속 눈금에 키를 재보는 세 사람. 작은 장난에도 웃음이 번지는 행궁동 사람길이다.

키재기 벽화 속 눈금에 키를 재보는 세 사람. 작은 장난에도 웃음이 번지는 행궁동 사람길이다.

신풍동 벽화골목에 다다르니 옛 담벼락과 지붕선 사이사이로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제기차기와 말뚝박기를 하는 아이들 모습, 바닥에 그려진 사방치기 놀이판을 따라 학생기자단은 폴짝폴짝 뛰어보기도 했죠. 낡은 골목에 새로운 색이 입혀진 모습을 보며 마을 전체가 하나의 야외 전시장 같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정의 마지막은 옛 신풍초등학교 터였어요. 별것 아닌 공터처럼 보이지만, 김 해설사는 "이 자리야말로 행궁동의 역사가 쌓인 곳"이라고 짚었어요. "원래 이곳엔 한양에서 온 관리들이 머물던 화성행궁의 객사 '우화관'이 있었어요. 그런데 1896년 이 자리에 경기수원신풍보통학교가 개교하면서 100년 넘게 신풍초등학교로 쓰였죠. 그러다 수원시가 화성행궁을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기로 하면서 학교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는데, 정든 자리를 떠나기 아쉬워하는 졸업생과 주민들의 반대로 이전이 한참 늦춰지기도 했어요. 결국 2016년 학교는 광교신도시로 옮겨갔고, 지금은 우화관을 복원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답니다."

조선시대 왕실 건물이 근대에는 아이들이 뛰놀던 학교가 됐다가, 다시 원래의 역사로 되돌아가는 중인 셈이에요. 김 해설사는 "왕의 골목은 화려한 유적만 보는 곳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듣는 곳"이라며 마무리했어요.
수원화성행궁을 좀 더 편하게 즐기고 싶다면
순종 임금이 탔던 어차와 조선 시대 임금의 가마를 본떠 만든 관광 열차인 화성어차. 수원문화재단

순종 임금이 탔던 어차와 조선 시대 임금의 가마를 본떠 만든 관광 열차인 화성어차. 수원문화재단

걷는 게 힘들다면 '화성어차'를 타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순종 임금이 탔던 어차와 조선 시대 임금의 가마를 본떠 만든 관광 열차로, 연무대에서 출발해 화홍문·장안문·화서문·매향교를 돌아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순환 코스로 운행돼요. 시속 20㎞ 정도로 천천히 달리면서 한국어 해설을 들을 수 있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다국어 음성 해설도 지원된답니다.

운행 시간: 화~일요일 오전 9시 40분~오후 5시(매주 월요일 휴무), 20분 간격으로 하루 20회 운행
요금: 어른 6000원, 군인·청소년 3500원, 어린이(36개월 이상) 2000원
탑승 장소: 연무대 매표소 앞
참고: 화홍문·화서문·매향교에서 하차 가능(단, 하차 후 재탑승 불가), 눈·비 오는 날엔 운행하지 않음.
200년 활터에서 만난 국궁
화성행궁 주변에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소중 학생기자단이 손꼽아 기다린 체험은 바로 국궁이었어요. 국궁 체험이 열리는 연무대 활터는 원래 정조의 친위부대인 장용영 군사들이 무예를 연마하던 훈련장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200년이 넘는 세월을 건너 활쏘기를 배울 수 있다니, 왠지 뭉클한 기분이 들었죠.

윤복남 국궁 강사는 활을 처음 잡아보는 학생기자단에게 국궁의 역사부터 찬찬히 설명해줬어요. "국궁은 우리나라 고유의 활쏘기예요. 물소 뿔과 대나무, 소의 힘줄 등을 겹겹이 붙여 만든 각궁을 사용하는데, 크기는 작아도 탄성이 강해서 먼 거리까지 화살을 보낼 수 있죠. 각궁 하나를 만드는 데는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리기도 해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 조상들은 활쏘기를 단순한 무예를 넘어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는 인격 수양의 방법으로 여겼어요. 그래서 문신들도 활쏘기를 배웠고, 마을마다 활터가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활을 쐈답니다."
정조가 만든 호위부대인 장용영 군사들이 무예를 연마하던 연무대를 배경으로 국궁 시연을 한 소중 학생기자단.

정조가 만든 호위부대인 장용영 군사들이 무예를 연마하던 연무대를 배경으로 국궁 시연을 한 소중 학생기자단.

양궁과 국궁의 차이가 궁금한 대목이었죠. 윤 강사는 "양궁은 서양에서 들어온 스포츠로, 활에 조준경·안정기 같은 보조 장치를 달고 세 손가락으로 시위를 당겨요. 반면 국궁은 별다른 장치 없이 엄지손가락에 깍지라는 도구를 끼워 시위를 당기는 방식이에요. 사거리도 양궁은 보통 70m인데, 국궁은 그보다 두 배 가까이 되는 145m 밖의 과녁을 맞혀요. 자세도 달라서 양궁은 활을 수평에 가깝게, 국궁은 몸을 반쯤 비스듬히 세우는 자세를 취하죠"라고 짚어줬어요.

이어 학생기자단은 활 잡는 법과 쏘는 법을 하나하나 배웠어요. 먼저 왼손으로 활 손잡이인 줌통을 가볍게 감싸 쥐고, 오른손 엄지에 깍지를 끼운 뒤 시위를 걸어요. 발은 과녁을 향해 어깨 너비로 벌리고 서고, 화살을 시위에 메긴 다음 천천히 당기며 목표를 조준하죠. 활을 당길 때 팔 힘만 쓰면 금방 지치고 흔들리기 때문에 등과 어깨 전체로 밀고 당긴다는 느낌으로 자세를 잡아야 화살이 곧게 날아갑니다. 처음엔 시위를 당기는 것조차 힘겨워하던 학생기자단도 몇 차례 반복하자 제법 그럴듯한 자세가 나왔어요.
국궁 체험을 마친 세 사람이 물소 뿔과 대나무를 붙여 만든 각궁을 들어 보였다.

국궁 체험을 마친 세 사람이 물소 뿔과 대나무를 붙여 만든 각궁을 들어 보였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활과 화살은 절대 사람 쪽으로 향하게 하면 안 돼요. 시위를 놓을 때 손목이나 팔 안쪽에 맞아 다칠 수 있으니 자세를 정확히 배운 뒤에 쏴야 하고, 화살을 주우러 갈 때도 반드시 다른 사람이 활을 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하죠. 또 국궁장은 야외 시설이라 눈이나 비가 오면 체험이 취소될 수 있어요.

요즘은 국궁을 체험하러 오는 외국인도 부쩍 늘었다고 해요. 지난 4월에는 축구선수 박지성과 옛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동료들이 수원을 찾아 연무대에서 국궁을 체험했고,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때는 유럽·남미·아프리카 각국에서 온 대원 수십 명이 통역사의 설명을 들으며 활쏘기를 배웠죠. 윤 강사는 "외국인들은 특히 우리 활이 서양 활보다 훨씬 작은데도 더 멀리, 더 세게 날아간다는 사실에 놀라워한다"며 "활을 당겨 과녁을 맞히는 순간엔 나라와 말이 달라도 똑같이 환호성을 지른다"고 웃었어요.

수원시가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맞아 국궁·궁중다과 만들기·XR버스 체험을 묶은 외국인 전용 관광 상품을 선보이는 만큼, 앞으로 연무대 활터에서 더 많은 외국인 여행객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원화성 즐길 거리 더 알아보기
스탬프 투어. 수원문화재단

스탬프 투어. 수원문화재단

수원화성 성곽길 스탬프 투어
수원화성을 대표하는 화성행궁·수원화성박물관·창룡문·화홍문·장안문·수원전통문화관·화서문·서장대·팔달문·남수문 등 10곳을 돌며 스탬프를 모으는 프로그램이에요. 스탬프는 원터치 방식이라 찍자마자 잉크가 마르고, 10곳을 다 모으면 하나의 작품집처럼 완성돼요.
참여 방법: 인근 안내소에서 스탬프북 받기 → 10곳 중 7곳 이상 방문해 스탬프 찍기 → 장안공원·연무대 관광안내소에서 기념품 받기
운영 시간: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 주말·공휴일 오전 10시~오후 6시(점심시간 낮 12시~오후 1시 제외)
참고: 7개 이상 모으면 소정의 기념품, 10개를 모두 모으면 특별 기념품 증정(1인 1권·1기념품)

수원화성의 비밀
스마트폰 하나로 수원화성 일대를 야외 방탈출 게임처럼 즐길 수 있습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직접 주인공이 되어, 수원화성 곳곳에 숨겨진 미션을 풀어나가는 방식이죠.
이용 방법: 앱스토어·구글플레이에서 '수원화성의 비밀' 앱 다운로드 → 결제 → 단체코드 입력 후 체험 시작
이용 기간: 결제 후 30일간 사용 가능
이용료: 각 7500원
참고: 체험 참여자는 수원화성·화성행궁(주간) 무료입장 혜택 제공
플라잉 수원. 수원문화재단

플라잉 수원. 수원문화재단

플라잉 수원
높이 32m, 폭 22m 크기의 대형 헬륨기구를 타고 하늘 위에서 수원화성 전체를 내려다보는 체험이에요. 헬륨가스를 사용하는 계류식 기구라 안전하고, 기상 조건에 따라 70~150m 상공까지 올라가면 화성 성곽의 구불구불한 윤곽이 한눈에 들어와요.
운영 시간: 평일 오후 12시 30분~오후 9시 30분, 주말·공휴일 오전 11시~오후 10시(각각 30분 전 마지막 비행)
이용료: 성인 2만4000원, 청소년 2만2000원, 초등학생 2만원, 25개월~유치원 1만8000원
위치: 수원화성 창룡문 주차장 일원
수원의 가을을 수놓는 축제
밤의 수원화성은 또 다른 매력으로 물들어요. '수원화성 3대 축제'로 꼽는 프로그램들이 매년 가을 화성 일원을 가득 채우거든요. 올가을 수원을 찾는다면 낮에는 골목과 활터를, 밤에는 빛나는 성곽과 대행렬을 함께 즐겨보는 걸 추천합니다.
수원화성 미디어아트. 수원문화재단

수원화성 미디어아트. 수원문화재단

수원화성 미디어아트
200년 넘은 성곽에 빛과 영상을 입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에요. 낮 동안 씩씩한 방어시설로만 보이던 성벽이 해가 지고 나면 거대한 스크린으로 변신해 정조의 이야기와 화려한 그래픽이 어우러진 영상이 흐르죠. 어두워진 성벽 위로 빛이 물결치는 모습은 낮에 본 화성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일시: 9월 19일(토)~10월 6일(화)
장소: 화서문·장안문 일원
수원화성문화제. 수원특례시

수원화성문화제. 수원특례시

수원화성문화제
수원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축제로 꼽혀요. 행궁광장과 수원화성 일원 곳곳에서 정조의 효심과 부국강병의 꿈이 담긴 축성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통 공연, 체험 부스, 거리 퍼레이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흘 가까이 이어지죠. 해마다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몰려 축제 분위기로 물든답니다.
일시: 10월 4일(일)~11일(일)
장소: 행궁광장·수원화성 일원
정조대왕 능행차

정조대왕 능행차

정조대왕 능행차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인 융릉을 참배하러 떠났던 실제 행차 길을 서울 경복궁에서 화성행궁을 거쳐 융릉까지 그대로 재현하는 행사예요. 매년 정조대왕 역과 혜경궁 홍씨 역을 시민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해 대행렬을 이끌게 하며, 올해도 수백 명의 시민이 조선 시대 복장을 하고 거리를 행진할 예정이죠.
일시: 10월 4일(일)
장소: 경복궁~화성행궁~융릉 일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정선우 학생모델·김도윤·원지우(왼쪽부터) 학생기자.

정선우 학생모델·김도윤·원지우(왼쪽부터) 학생기자.

행궁동 왕의 골목을 걸으며 200년 전 정조대왕이 걸었을 법한 ‘왕의 길’을 따라가 봤어요. 해설사님 말로는 이 붉은 길이 화성이 지어졌을 때부터 있던 길이라고 하더라고요. 길을 걷다 만난 소원나무 이야기도 기억에 남아요. 한 여인이 이 나무에 소원을 빌었더니 정말 이루어졌다는 전설이 있대요. 다만 나무의 잎이나 가지를 함부로 꺾으면 큰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여러분도 소원나무 앞에서는 마음속으로만 소원을 빌어보세요.
- 김도윤(서울 세종초 5) 학생기자

화성행궁 바로 옆에 ‘왕의 골목’이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문화해설사 선생님과 함께 골목을 돌며 역사 이야기도 듣고, 궁금한 걸 물어보면 자세히 답해주셔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왕의 길을 걷다가 다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도 했는데, 정조대왕이 다니셨을 그 길 위에서 하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죠. 화성행궁 안에 있는 소원나무 앞에서는 저도 작은 소원을 하나 빌어봤어요. 국궁 체험 땐 비가 와서 직접 쏘아보진 못했지만, 국궁 선생님이 자세를 잡아주시고 활도 당겨보게 해주셔서 아쉬움을 조금은 달랠 수 있었어요. 요즘 역사에 관심이 커지면서 화성행궁을 찾는 친구들도 늘고 있다는데, 행궁 관람만 하고 가지 말고 문화해설도 들어보길 추천해요.
- 원지우(경기도 현민초 4) 학생기자

비가 내리던 날, 문화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행궁동 왕의 골목을 탐방했어요. 조선 정조 때 조성된 수원화성이 있는 행궁동은 정조대왕이 자주 찾던 곳이라고 해서, 정조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기분으로 길을 걸었죠. 수원화성의 4대문도 둘러봤는데, 그중 가장 큰 문인 북문 장안문은 정조가 행차할 때 드나들던 문이라 정문 역할을 했대요. 해설사님이 4대문을 쉽게 기억하는 방법으로 “북문은 부서지
고, 서문은 서 있고, 남문은 남아있고, 동문은 도망간다”고 알려주신 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성곽에 뚫린 구멍으로 성 밖을 내려다본 것도 인상 깊었고요. 비 때문에 예정됐던 국궁 체험을 끝까지 마치지 못해 아쉬웠지만, 언젠가 꼭 다시 와서 남은 코스를 마저 즐기고 싶어요.
- 정선우(경기도 산운초 5) 학생모델



박소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