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아시아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패배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지소연(왼쪽). 뉴스1
여자축구 WK리그 경기 중 여성 심판이 지소연(35·수원FC 위민)에 성희롱성 발언한 것과 관련해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인권침해이자 권력남용”이라며 엄중한 대처를 촉구했다.
지난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의 경기 중 지소연은 배선영 주심으로부터 “얘가 초반부터 예민하다. 생리하나 봐”라는 취지의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주심은 되레 경고를 꺼내들었고 레드카드를 손에 쥐었지만 퇴장을 내리지는 않았다.
배 주심은 “우리(심판)끼리 한 말이었다”고 해명했고, 대한축구협회 심판팀도 “교신에서 ‘생리’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고, 지소연을 특정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원FC 관계자에 따르면 배 주심은 ‘생리’ 대신 “걸스 데이(girl’s day)”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월경을 에둘러 가리키는 은어다. 격앙된 상황에서 지소연이 정확한 단어를 옮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언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소연이 주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주심은 레드카드를 쥐고 있다. 사진 한국여자축구연맹 유튜브
이근호 협회장은 31일 입장문을 통해 “선수를 가장 가까이서 보호해야 할 심판이 도리어 양 팀 선수들 모두가 듣는 앞에서 특정 선수에게 씻을 수 없는 수치심을 안겼다”며 “이를 무마하기 위해 카드를 무기 삼아 권력을 휘두른 형태는 전세계 어느 프로 리그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끔찍한 만행”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당시 그라운드 가까이에서 함께 뛴 상대팀 서울시청 선수들조차 심판의 입에서 나온 믿기 힘든 성희롱 발언을 똑똑히 듣고 깜짝 놀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언젠가 내가 저 말을 들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선수협은 심판 시스템의 전면적 쇄신과 선수 보호를 위해 대한축구협회에 즉각적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선수협은 “문제투성이인 현재의 무자격 대행 체제를 당장 멈추고, 외부의 간섭이나 인맥이 배제된 완전히 새롭고 투명한 방식의 심판 배정 기구가 새롭게 출범해야 한다”며“이번 사태를 일으킨 해당 성희롱 심판을 당장 그라운드에서 퇴출시키고, 축구협회를 넘어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에 즉각 회부해 최고 수위의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수협에 따르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역시 이번 사안을 단순한 리그 내 갈등이 아닌 심각한 젠더 폭력 및 인권 침해 사건으로 규정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선수협은 FIFPRO와 공조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관련 사항을 공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