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열린광장] 1.5세, 한미를 잇는 가장 든든한 가교

Los Angeles

2026.08.30 18:10 2026.08.30 12:5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박철웅 일사회 회장

박철웅 일사회 회장

미주 한인사회에서 ‘1.5세’는 오랫동안 독특하면서도 외로운 위치에 서 있었다. 그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적 정서와 모국어를 간직한 채 미국으로 건너와 낯선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혔다. 집에서는 한국의 가치와 전통을 배우고, 밖에서는 미국의 문화와 방식에 적응해야 했다.
 
때로는 1세 부모와 2세 형제자매 사이에서 통역자이자 조정자 역할까지 맡았다. 어느 한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정체성의 혼란도 겪었다. 그러나 이중언어와 이중문화의 경험이 오늘날에는 오히려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그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 미셸 박 스틸 주한 미국대사다. 서울에서 태어나 청소년기 미국에 이민 온 그녀는 캘리포니아 조세형평위원과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를 거쳐 연방 하원의원까지 성장했다. 그리고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하면서 한미 양국을 잇는 외교의 최전선에 섰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넓혀온 그의 삶은 1.5세가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1.5세에게 한국과 미국은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두 개의 세계가 아니다. 한국은 정서와 뿌리가 시작된 곳이고, 미국은 성장하며 꿈을 펼쳐온 삶의 터전이다. 두 사회를 경험했다는 것은 어느 한쪽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두 세계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자산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한미 관계에서 1.5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미국의 가치와 국익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 사회적 정서를 이해하는 사람은 양국 사이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미동맹은 군사·안보를 넘어 경제, 과학기술, 조선, 원자력, 문화, 교육, 인적 교류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동맹의 미래는 정부 간 협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민들이 상대방을 얼마나 이해하고 신뢰하느냐도 중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1.5세의 역할이 빛난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면서 미국 사회의 가치와 제도도 경험한 이들은 한국을 미국에 설명하고, 미국을 한국에 이해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생기는 오해를 줄이고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도 이들의 강점이다. 한인 사회와 주류 사회, 더 나아가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인적 가교가 바로 1.5세인 것이다.
 
1세대가 낯선 땅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었다면 2세와 3세는 그 토대 위에서 미국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 사이에 있는 1.5세는 두 세대를 연결하고, 한인 사회의 정체성과 미국 사회를 이어주는 중요한 세대다.
 
1.5세의 성장은 이민 1세대가 흘린 땀과 희생이 다음 세대에서 어떻게 열매를 맺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2세와 3세에게도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 미국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제 1.5세에게 필요한 질문은 ‘나는 어디에 속해야 하는가’가 아니다. ‘두 세계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이다.
 
한국과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회의 장점을 연결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과 미국의 자유, 한국의 공동체 정신과 미국의 개척 정신을 조화시키는 새로운 세대의 역할이 필요하다.
 
한인 사회의 미래도 이 가교 세대를 어떻게 키우고 세워주느냐에 달려 있다. 1세대가 일군 터전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1.5세가 정치·경제·교육·문화·언론 등 각 분야에서 지도자로 성장하고, 다음 세대를 이끌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한인 사회도 세대 간의 벽을 낮춰야 한다. 1.5세에게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세대교체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이민 1세대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며, 2세와 3세에게 더 넓은 미래를 물려주는 길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