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현대차-LG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졌던 대규모 합동 이민 단속 사태가 곧 1년을 맞게 된다. 지난해 9월 4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서배너 현대-LG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한국인 300여명 등 직원 475명을 체포한 바 있다.적법한 비자 없이 불법으로 일했다는 이유였다. 한국인 300여명은 한미 정부 간 협상으로 일주일 만에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이 사태는 당시 ICE의 불법체류자 단속이 얼마나 명분도 원칙도 없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ICE는 “불법 체류자들이 미국인 일자리를 뺏는다”고 주장했지만, 체포된 한국인들은 미국인들이 갖고 있지 않은 특수 기술 보유자였다. “이민법 위반자들의 미국 입국을 방지한다”고 외쳤지만, 체포된 한국인들은 아무 문제 없이 다시 미국에 재입국하고 있다. “미국인의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했지만, 체포된 한국인들은 오히려 텅 빈 조지아주 서배나의 공터에 거대한 공장과 일자리를 지어주고 있었다.
조지아주 서배나 뿐만 아니다. 아이오와의 육가공 공장, 오하이오의 요양원, 네브래스카의 학교 교실 등 ICE가 이민자를 체포한 곳마다 지역 경제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아이오와주 소도시 스톰레이크는 30년 전부터 이민자들이 힘든 육가공 일을 맡으면서 성장 도시로 탈바꿈했다. 공립학교 재학생의 91%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닐 정도였다. 이후에도 사업체의 유입은 지속됐다.
오하이오 스프링필드도 쇠퇴하다가 아이티계 이민자 1만~2만 명이 유입되면서 소생했다. 사업체가 생겼고, 교회가 세워졌고, 3000채의 주택이 건축됐다. 그런데 ICE 이민 단속이 계속되면서 이민자들은 회사와 교회, 식당에 나오지 않는다. 전자발찌를 찬 채 집에서 식비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역설적인 사실은 강경 이민정책을 지지하는 유권자 상당수가 바로 이 농촌 지역에 산다는 것이다. 이민자를 몰아내라고 표를 던진 조지아주 사바나 사람들이, 이민자가 떠나면 가장 먼저 무너질 공동체 안에 살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아이러니가 아니다. 집단적 자해다.
통계는 냉정하다. 2010~2020년 사이 농업 중심의 카운티 가운데 3분의 2 지역에서 인구가 줄었다. 그나마 인구를 유지한 지역들은 이민자와 유색인종 인구가 늘어난 덕분이었다. 현재 농촌 지역 어린이 셋 중 하나는 유색인종이다. 미국 농촌의 미래는 이미 이민자들이 결정한다. 정치인들이 이런 사실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와 상관없다.
지난해 미국의 순이민자 숫자는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20만 명이 자진 출국하고 67만5000명이 추방됐다. 이민자들이 매년 납부하는 세금은 1조3000억 달러, 소비 규모는 1조7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 돈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어떤 관세도, 어떤 보조금도 메울 수 없다.
물론 이민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무질서한 이민이 지역사회에 부담을 주는 것도 사실이고, 이민법과 절차의 문제도 있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일은 공포를 통한 인구 소멸이다. 출근도, 병원이나 교회에도 가지 못하는 이민자들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공백은 어떤 세금 감면으로도 대체되지 않는다.
어떤 공동체든 그것을 지탱하는 사람들을 쫓아낼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그 공동체 자체다. 그것이 현대차-LG공장 ICE 단속 1주년이 주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