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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경장이 속인 60대 실종…“4번 신고했다” 아들의 울분

중앙일보

2026.08.30 18:40 2026.08.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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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104일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고(故) 장미란(37)씨. 장씨의 죽음 뒤에는 사건을 ‘셀프 종결’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경장이 있었다. 그런데 부 경장이 허위 종결해 실종 골든 타임을 놓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언론에 ‘60대 남성’으로만 알려진 박모(69)씨다. 박씨의 가족은 애끓는 마음으로 네 차례나 반복해서 신고 했지만, 박씨는 실종 51일만인 8월 22일 제주 구좌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뉴스 페어링’은 박씨의 첫째 아들(42)을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원통함으로 말을 아꼈던 아들이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그리고 2시간에 걸쳐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려줬다. 가족에겐 그간 어떤 일이 있었을까. 실종 신고는 왜 허무하게 종결됐을까. 아들의 목소리로 전한다.
아버지가 여행을 간다며 집을 나선 지 두 달이 되어 가네요.

그사이 제주도는 많이 시끄러워졌어요. 육지에서 기자들이 찾아왔어요. 사람들은 제주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에 대해 저마다 추측과 비난을 쏟아냈어요. 왜 실종됐을까, 그 경찰은 왜 거짓말을 했을까…. 그 모든 이야기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사람 중에는, 저희 아버지도 있습니다.

‘실종 신고 51일 만에 백골 상태로 발견된 60대 남성’.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제게 아버지는 그런 몇 개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니까요.

2019년 호주 시드니 가족 여행 중 행복했던 한때. 사진 박씨 유가족 제공

2019년 호주 시드니 가족 여행 중 행복했던 한때. 사진 박씨 유가족 제공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아버지를 무겁게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태어날 때 아팠던 제 병원비를 벌기 위해 아버지는 단번에 싱가포르 건설 현장으로 떠나셨죠. 제가 돈을 벌게 된 후에도 용돈 봉투 한 번을 안 받는 분이었습니다. 슬쩍 열어 보고는 “됐다, 너 써라” 하시던 따뜻한 그 목소리를, 언젠가 잊게 될까 두렵습니다. 가족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당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셨어요.

"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으며, 가족들에게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
경찰의 말을 믿고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지난 51일은 원망과 후회로 가득했습니다. 오죽했으면 당신을 찾지 말라고 하셨을까. 걱정과 자책, 두려움 속에서 매일을 보냈습니다.

전부 거짓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아버지를 놓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제는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사건 피해자로서 억울하지만 침묵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개하기가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남긴 편지를 곱씹어 보니,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이건 우리 아버지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제주 토박이인 박씨가 여행을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건 6월 28일이었다. 그는 떠나기 전, 막내아들과의 마지막 연락에서 이렇게 말했다.

" 아버지 육지 다녀올게. 엄마 말씀 잘 듣고 밥 잘 챙겨 먹고 있어. "

여행을 떠나기 전 가족끼리 나눌 법한 평범한 대화였다. 박씨는 늦둥이 막내를 어린아이처럼 애지중지했다.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말도 그가 자주 하던 말이었다. 가족들은 아버지가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거라고 여겼다.

그리고 연락이 끊겼다.

나흘 넘게 답장이 없자, 가족들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경찰서에 찾아가 실종 신고를 했다. 다음은 첫째 아들과의 일문일답이다.


Q : 실종 신고 당일, 경찰에서 연락이 왔었죠?
어머니가 처음 경찰서에 찾아가 실종 신고한 지 5시간 만에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고, 가족에게 찾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경찰한테 연락이 왔어요. 당연히 그 말을 믿었죠. 아버지가 평소 자연 속에 들어가 자연인처럼 살고 싶다는 말씀을 농담 삼아 하셨어요. 그래서 저희 가족들은 아버지가 여행을 가셨다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는 줄 알았어요.


Q : 왜 아버지에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겼나요?
아버지는 20년 넘게 건설 사업을 하셨고, 본인 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저에게 “먹고살려면 기술직을 해야 한다” 말하곤 하셨죠. 실제로 현장에서 땀 흘려 번 돈으로 집안을 일으켰고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사업이 많이 어려워졌어요. 당시 제주도에 건설 붐이 일었다가 한번에 공사 물량이 줄면서 공사 대금 관련해 어려움을 겪으셨던 것으로 알아요.

7년 정도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일상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어요. 일용직도 나가고, 공공근로도 하며 어떻게든 사업을 이어붙이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갈수록 공사 현장에 가서 하염없이 앉아 계시는 날이 많아졌어요. 늘 “가족을 챙겨야 한다”고 말하던 분인데, 경제적으로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저희에게 계속 미안해하셨어요.

(계속)


“아버지와 연락됐다.”
부 경장의 말을 믿고 기다린 가족들. 하지만 집으로 날아온 ‘서류 한 통’은 심상치 않았다.

서류를 받자마자 아들은 다시 경찰서를 찾았다. 이후 수차례 실종 신고를 했지만, 아버지는 끝내 비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발견 현장에 남겨진 다이어리. 마지막 장을 열어본 아들은 무너졌다.
60대 남성이 사라진 51일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57362



전율([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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