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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버튼 누르자 전국 2133곳 연결…1200억 도박판[영상]

중앙일보

2026.08.3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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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억원대 불법 도박 조직이 운영한 도박 게임 장면. 사진 울산경찰청

1200억원대 불법 도박 조직이 운영한 도박 게임 장면. 사진 울산경찰청

베트남에 차린 사무실에서 프로그램을 켜면 국내 성인PC방 2000여 곳이 연결됐다. 이곳에서 24시간 관리한 것은 슬롯·바카라 등 불법 도박이었다. 반년간 오간 판돈만 1200억원에 달했다. 경찰이 울산의 성인PC방 한 곳을 단속하면서 드러난 해외 연계 불법 도박 조직 ‘리00’이다.

울산경찰청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도박공간개설 등의 혐의로 사이트 운영자 A씨, 총괄이사 B씨, 국내 영업총판, 해외 콜센터 조직원, 하부매장 업주 등 15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A씨 등 9명을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베트남에 서버와 콜센터 등 거점을 두고 국내에 슬롯과 바카라 등을 제공하는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영업망은 국내 성인PC방이었다. 경찰이 파악한 사이트 공급·관리 매장만 전국 2133곳으로, 이곳에서 취급된 누적 판돈은 1200억원대로 조사됐다.

조직원들의 겉모습은 평범한 회사원이나 사업가였다. 사이트 운영자인 50대 A씨는 서울에서 원단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 직원을 끌어들여 베트남 콜센터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지역 총판은 인테리어 업체 사무실을 범행 거점으로 사용했다. 가족과 친구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녀가 함께 성인PC방을 운영했다. 총판으로 활동한 공범 2명은 동창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가족·친구·직장동료 등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지인을 통해 또 다른 지인을 끌어들이는 다단계 방식으로 영업망을 넓혀 전국 2000여 곳까지 확대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울산경찰청이 체포한 1200억원대 불법 도박 조직. 사진 울산경찰청

울산경찰청이 체포한 1200억원대 불법 도박 조직. 사진 울산경찰청


도박 조직은 일반 회사처럼 역할도 세분화했다. 사이트 운영자와 총괄이사가 전체 조직을 지휘하고 국내 영업총판은 성인PC방 모집과 관리를 맡았다. 개발자는 도박사이트 구축과 유지·관리를 담당했다. 베트남 콜센터에서는 조직원들이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며 고객 응대와 충전·환전 업무를 처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인PC방에서 환전은 손님이 현금을 주면 게임 포인트로 바꿔주는 식”이라며 “1포인트는 1원이고 도박하고 남은 돈은 다시 현금으로 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수사는 지난 4월 울산 중구의 성인PC방 한 곳에서 시작됐다. 경찰이 불법 환전 영업을 적발한 뒤 도박 프로그램의 공급 경로를 추적하면서 울산의 한 인테리어 업체 사무실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총판을 찾아냈다. 경찰은 총판의 연결고리를 따라 사이트 운영자 등 이른바 국내외 ‘상선’을 차례로 특정했다.

일부 조직원은 필리핀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하고 여권무효화 조치를 했다. 이후 귀국 과정에서 해외 콜센터 조직원 3명을 추가로 붙잡아 구속했다. 해외에 남아 있는 조직원 1명은 국제공조를 통해 추적 중이다. 범죄수익 환수에도 나섰는데, 경찰은 피의자 13명의 범죄수익 32억6255만원에 대해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경찰은 압수자료를 분석해 전국 하부 성인PC방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추가 범죄수익과 자금 흐름도 추적하고 있다. 유윤종 울산경찰청장은 “사이트 공급자와 총판, 운영자, 개발자, 해외 조직 등 배후 상선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김윤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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